"국회 대기중"이라더니 종적 감춘 장관…"불참하면 잼버리 책임 사라지나?"

현안 질의에서 사라진 김현숙 여가부 장관…야당 "정부 책임 묻는 자리엔 꽁무니 빼고 도망치기 바빠"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파행 관련 현안질의를 위해 25일 열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의 불참으로 파행됐다. 야당 위원들은 "국회에서 추격영화를 찍고 있다", "화장실에 숨어 있나?"라며 종적을 감춘 김 장관을 강하게 성토했다.

이날 여가위 회의 전 여성가족부는 "김 장관은 금일 여가위 불참 통보를 한 적이 없으며, 참고인 합의가 되지 않아 여당 출석이 확정되지 않았고 이에 국회에서 출석 대기 중임을 알려드린다"고 기자들에게 공지했다.

하지만 회의 시작 전 여가위원장실에서 회의를 하던 위원들이 김 장관을 찾아 국회를 돌아다니는 소동이 벌어졌으며 김 장관은 회의 시작 뒤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권인숙 여가위원장은 "잼버리 부실 운영과 관련해 여성가족부 장관 등으로부터 보고받고 현안질의를 할 계획이었다"며 "이미 합의돼 공지된 일정이었음에도 여성가족부 출석 대상자와 여당 위원님들이 자리에 계시지 않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여가위 간사인 신현영 의원은 "잼버리 행사의 주무부처 수장으로서 국회와 국민의 부름에 응당 자리해야 하는 장관이 지금 국회에서 대기 중이라고 한다. 이 자리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성실히 소명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어 "여야가 합의해 여가위 전체회의가 열리면 장관으로서는 기본적으로 참석이 당연시되는 것임에도 지금 여당의 이런 불참에 본인도 같이 묻혀서 참석하지 않고 있다"며 "그렇다고 해서 결코 잼버리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신 의원은 "잠수를 타버린 여당과 여가부의 모습을 그냥 묵인할 수 없다"며 "회의가 열리고 있는 만큼 출석하셔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아까 대변인에게 어디 장관이 있는지 물어봤더니 화장실로 도망쳤다. 그럼 장관이 지금 화장실에 숨어 있는 건가?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나?"라며 "거리에서 여성이 죽어가고 있는데 주무부처 장관은 뭐 하고 있나? 와서 답변 하나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법을 위반했다고 형사처벌을 받지 않으니까 이렇게 무시해도 되는 것인가"라며 "이 모든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서 (여가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도 "여가부 장관이 지금 이곳 국회에서 추격영화를 찍고 있는 것 같다"며 "도대체 여가부 직원분들, 장관님 지금 다 어디 가셨나? 도대체 무엇이 두려워서 윤석열 정부의 책임을 따져묻는 자리마다 꽁무니 빼고 도망치기 바쁜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용 의원은 "정부의 공직기강이 지켜볼 수 없을 정도로 무너져 있다"며 "다시는 정부가 국회의 부름을 거부하는 비상식적인 행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위원회 차원의 공식적인 경고를 정부 측에 표명해주실 것을 위원장님께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한 시간 가량 이어진 야당 위원들의 성토 가운데서도 김 장관은 끝내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권 위원장은 김 장관에게 오늘 중 회의에 출석하라고 요구하는 안건을 상정해 의결시킨 뒤 정회를 선포했다.

김 장관이 이후 재개된 회의에도 불참하자 권 위원장은 "당연한 자리에 나오지 않은, 그리고 한 번의 출석 요구를 정식으로 의결해서 다시 했는데 그 기회도 날려버린 여가부 장관에 대한 분노를 누르기 힘든 상태"라며 "해임 건의 문제도 진지하게 논의해서 추진할지 여부를 제대로 확인해보겠다"고 밝힌 뒤 산회를 선포했다.

▲25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권인숙 위원장과 야당 의원들이 전체회의에 출석하지 않는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을 찾아 국회를 돌아다니고 있다. 권 위원장은 김 장관이 국회에 있으면서 출석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