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녀에 “살아올테니 결혼하자”더니… 73년만에 유해로 돌아온 황병준 하사

20세때 참전,영덕 전투서 전사
유가족 자택서 귀환 행사 열려

이근원(왼쪽)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이 24일 고 황병준 하사의 유족 자택을 찾아 호국영웅 귀환패 등을 전달했다. 국방부 제공

6·25전쟁 당시 조국을 지키다 전사한 국군 전사자가 73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25일 2010·2017년 경북 영덕군 우곡리 일대에서 발굴된 6·25전쟁 전사자 유해의 신원이 국군 제3사단 소속 고 황병준 하사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유단은 고인의 병적자료에서 본적지를 경북 의성군으로 확인한 후 의성군 제적등본 기록과 비교해 고인의 조카인 황태기(72) 씨의 유전자 시료를 채취해 가족관계를 확인했다.

유가족에 따르면 고인은 입대 직전 약혼을 한 후 약혼녀에게 ‘꼭 살아 돌아올 테니 결혼해 아들딸 낳고 잘살자’라고 약조하고 떠나 1950년 5월 부산에 있는 제3사단 23연대에 입대했다. 고인은 1950년 7월 19일부터 8월 17일 사이 ‘영덕 전투’에서 20세 나이로 전사했다. 영덕 전투는 국군 제3사단이 부산으로 진출하려는 북한군 제5사단을 저지했던 전투다.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24일 대구 동구에 있는 유가족 자택에서 열렸다. 이근원 국방부 국유단장은 이날 신원확인 통지서와 함께 유품 등이 담긴 ‘호국의 얼 함(函)’을 전달했다. 황 씨는 “70여 년이 지난 시점에서라도 늦었지만 삼촌의 유해를 찾게 되어 다행”이라며 “나라를 위해 희생한 영웅들을 끝까지 찾아서 예우해주는 국가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많은 유해를 찾아 가족의 품으로 전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