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대책, 가해자 보다 피해자 중심 바꿔야 한다”

권승현 기자 2023. 8. 2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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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피해 학생과 그 가족을 위해 23년간 헌신한 조정실(65)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학가협) 회장이 25일 '학교폭력 피해 학생 및 부모 대상 치유 프로그램의 효과 분석'이란 논문으로 이화여대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학교폭력 가해자의 엄벌 구조의 부작용을 언급하며, '가해 학생 선도'에 치우친 학교폭력 대책이 '피해 학생과 가족 치유'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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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폭피해 치유 연구’로 박사학위 받은 조정실 학가협회장
“내 딸도 中 2때 집단폭행당해
그 누구의 도움받을수 없었다
피해학생에게 정말 필요한 건
가해 학생의 진심 어린 사과”
지난 2020년 9월 조정실(가운데)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이 해맑음센터에 입소한 학생들과 충북 청주 대청호로 소풍을 나가서 도시락을 먹고 있다. 본인 제공

학교폭력 피해 학생과 그 가족을 위해 23년간 헌신한 조정실(65)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학가협) 회장이 25일 ‘학교폭력 피해 학생 및 부모 대상 치유 프로그램의 효과 분석’이란 논문으로 이화여대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학교폭력 가해자의 엄벌 구조의 부작용을 언급하며, ‘가해 학생 선도’에 치우친 학교폭력 대책이 ‘피해 학생과 가족 치유’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범한 주부였던 조 회장이 학교폭력과의 전쟁에 나서게 된 건 2000년 4월부터다. 중학교 2학년이던 딸이 가해 학생 5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것. 다행히 딸아이는 5일 만에 혼수상태에서 깨어났지만, 4년간 정신과 병동 입·퇴원을 반복해야 했다. 조 회장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딸이 학교폭력을 당했을 때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며 “피해 학생에게 심리적 안정과 안전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데, 당시엔 전혀 지원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 역시도 정신적 충격으로 긴 시간 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힘을 내야 했지만, 도무지 이겨낼 수 없는 고통이었다. 조 회장은 “아이가 정서적으로 불안해 치료를 받는 상황에서 ‘아이들 싸움인데 한몫 챙기려고 이러는 것이냐’는 말까지 들었을 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났다”고 회상했다. 그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학교폭력 피해자 부모의 마음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한다”며 “학교폭력 규명·해결을 위해선 부모부터 굳은 마음을 먹고 긴 싸움을 이겨내야 한다”고 했다.

학가협 활동을 이어오던 그는 2014년 학교폭력 문제를 보다 심도있게 이해하겠다는 마음에 석사과정을 시작했다.

조 회장은 최근 학교폭력 대책이 가해자를 엄벌하는 기조라는 점을 우려하는 동시에, 피해자들의 치유와 회복에 우리 사회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피해 학생에게 정말 필요한 건 가해 학생의 진심 어린 사과와 다시 친구가 되는 것”이라며 “가해 학생을 엄벌하는 데만 집중하면 ‘죗값을 다 치렀다’고 생각해 미안한 감정은 사라지고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됐다’는 생각만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처벌은 상황을 악화한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우리나라는 가해 학생 교화와 선도에 집중하고, 정작 피해 학생의 치유는 간과한다”며 “가해 학생을 위한 시설은 6000곳이 넘지만 피해 학생 시설은 터무니없이 적고, 그나마도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이 한 공간에 있는 복합형 시설이 많다”고 지적했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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