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가 아니고 ‘공양’이다[살며 생각하며]
施恩 잊지 않게 하려는 깊은 뜻
감사·공경이 공양의 기본 정신
다른 재료들 어우러져 제 역할
순리·상생 소중함 깨닫게 해줘
음식은 미각 만족 대상 아니라
몸 지켜주고 건강 챙겨주는 藥
세간에서는 하루 세끼의 밥을 먹는 것을 식사(食事)라고 한다. 길을 가다가도 지인을 만나면 안부 인사로 아랫사람에게는 밥을 먹었느냐고 하고, 어른에게는 진지를 드셨느냐고 여쭙는다. 끼니때마다 밥 먹었느냐고 묻는 것은 친한 사람에게 건네는 인사말이다. 우리는 오랜 농경문화여서, 밥을 먹는 게 그만큼 중요한 일이라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식사는 먹는 일이고, 삼시 세끼를 챙겨 먹어야 하는 일이기에 노동이 되어 버린다. 매일 세끼의 맛있는 식사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을 공들여 식탁을 준비하는가?
물론, 요즘은 물질이 풍부하고 먹거리조차도 넘쳐나는 시절이라, 먹는 일을 걱정하기보다는 너무 많이 먹어서 오는 과한 현상으로 몸의 균형이 깨져 병이 오는 심각한 상황이 빈번하다. 감각적 만족을 추구하는 다양한 음식과 맛의 만족을 추구하는 경향이 더 강해져 맛이 주는 쾌감에 빠지게 된다. 음식을 맛의 추구 대상으로 생각할수록 간과하는 게 많아진다.
음식을 오직 맛으로 판단하기에 음식에 담긴 수많은 사람의 노고와 자연의 고마움, 음식을 만들어준 사람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뒷전에 자리하게 된다. 쌀 한 톨을 만들려면 농부가 일곱 근의 땀을 흘려야 한다는 일미칠근(一米七斤)의 의미를 되새겼던 미덕은 이제 서서히 잊히고 있다. 감사와 공경의 마음가짐이 사라진 자리에 맛에 대한 탐닉이 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러나 모든 감각적 쾌락이 그렇듯 맛에 대한 추구도 만족하기는 어렵다.
반면, 절간에서는 밥 먹는 것을 식사라고 하지 않는다. 사찰에서는 음식을 취하는 모든 행위를 공양(供養)이라고 한다. 물론, 사찰에서 말하는 공양이 식사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부처님께 올리는 모든 것을 (물질과 정신) 일러 공양이라 칭하여 불공이라고 한다. 공양이란 ‘공급하여 자양한다’는 뜻으로, 공경하는 마음으로 삼보(불·법·승)와 스승·조상·인연 있는 모든 사람에게 향화·등명·음식·의류·재물 등을 올리는 일을 말한다.
불전에 향·등·차·꽃·과일·쌀 여섯 가지 공양물을 갖추고 공양을 올릴 때는 마음을 돌이켜 참회하고 진실한 참회로 자세를 낮춰 공양의 의미를 고하게 된다. 대승불교의 수행 덕목인 육바라밀(보시·지계·인욕·정진·선정·지혜)과 부합해 육법공양이 이뤄지게 됐다. 사찰에서 식사라는 뜻이 공양의 의미로 사용된 것은, 사찰 음식이 스님들이 먹는 음식이기 전에 불전에 올리는 공양이라는 의미가 전제되기 때문이다. 음식을 준비하고 만드는 과정부터 정성과 마음을 깃들여 정갈하게 해야 하고 다 만들어진 다음 음식을 먹을 때도 그 마음을 단정히 해야 한다는 법칙이 들어 있는 것이다.
또한, 음식을 먹을 때도 누군가가 공양한 음식을 먹는다는 것을 주지해 보시한 사람의 은혜, 즉 시은(施恩)을 잊지 않게 하려는 깊은 뜻이 숨어 있다. 그래서 공양 시간에는 반드시 시은을 상기시키는 공양 의식을 행하는 것이다. 발우공양, 마지(사시마지)공양, 재공양, 대중공양, 만발(萬鉢)공양, 아침공양, 점심공양, 저녁공양 등 음식이나 식사에 관한 모든 것을 공양이라고 하는 데는 바로 이러한 정신이 깃들어 있다. 즉, 공양이라는 말에는 어떤 음식을 먹느냐 하는 문제보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미가 더 크게 부여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밥을 먹는 것을 식사가 아니라 공양이라고 하게 되면 음식이라는 대상보다 마음가짐을 더 중요하게 해준다. 그 마음가짐이 바로 은혜에 대한 감사, 즉 감은(感恩)이다. 음식을 대할 때마다 그 음식에 담긴 수많은 사람의 노고와 자연환경의 고마움은 물론 음식을 베풀어준 시주자의 은덕에 감사하는 마음을 되새기는 것이 바로 공양의 마음가짐이다. 이 감사에 수반되는 마음가짐이 바로 공경이다. 공양은 본래 삼보와 스승과 조상에게 갖가지 정성스러운 공양물을 올리는 것이기에 필연적으로 공경의 마음을 근본으로 한다. 따라서, 삼보와 스승과 조상은 물론 자연과 보시자들에게도 공경의 마음을 갖추고 예로써 공양을 올리는 것이다. 감사와 공경, 이것이 바로 공양이라는 말에 담긴 기본 정신이다.
사찰에서 공양 의식을 행할 때마다 외우는 게송인 ‘오관게’이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건강을 유지하는 약으로 알며
진리를 실천하고자 이 음식을 받습니다’
오관게에는 음식을 대하는 수행자의 자기 성찰과 연기적 세계관이 깃들어 있다. 즉, 이 공양에 깃든 수많은 사람의 땀과 노고를 생각하는 연기적 사고에 입각해 자신을 비춰보고 자신을 낮추는 자기 성찰과 진리를 추구하는 수행자가 음식을 대하는 것은 맛을 탐닉하기 위함이 아니라, 육신을 지탱하기 위한 최소한의 약으로 삼는다는 자세와 반드시 깨달음을 얻겠다는 다짐이 오관게에 담긴 철학이다.
음식이 내 몸을 치료하는 좋은 약이라고 이해하기 시작하면 맛을 우선시하고 미각의 만족을 추구하는 생각이 사라지게 된다. 또한 감사와 공경, 자연과 함께하는 생활과 제철에 나는 식재료를 이용해 하나의 음식이 되기까지 서로 다른 재료들이 어우러져 제 역할을 함으로써, 자연환경과 인간이 함께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상생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다. 그리하여 음식을 미각의 만족을 추구하는 대상이 아닌 감사와 공경의 대상, 그리고 몸을 지켜주는 좋은 약으로서 건강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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