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동결, 경제난 해결에 도움 안 된다[포럼]

2023. 8. 2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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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로 또 동결했다.

기준금리 동결 기조에서도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한다면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게 아닌가.

또, 현재 한미 간 기준금리 차이가 2%포인트이고, 미국이 추가 인상할 경우 금리 차가 더 벌어져 외환시장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그런데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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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로 또 동결했다. 지난 2월부터 5연속 동결이다.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을 보면 동결 이유가 매우 헷갈린다. ‘물가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웃돌 것으로 전망되고, 주요국의 통화정책과 경기에 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으며, 가계부채 상황 때문에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한다’고 돼 있다. 우선, 동결이 긴축 기조인가. 물가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게 옳지 않은가. 그런데 동결하면서 긴축 기조라고 하는 것은 말장난 같다.

한편, 가계부채가 지난 2분기에 9조5000억 원 증가했다. 기준금리 동결 기조에서도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한다면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게 아닌가. 또, 현재 한미 간 기준금리 차이가 2%포인트이고, 미국이 추가 인상할 경우 금리 차가 더 벌어져 외환시장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이런 측면을 고려한다면 금리 인상이 옳은 방향이 아닌가.

그런데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그렇다면 그것은 최근 부동산 리스크로 촉발된 중국 경제가 국내 경제에 미칠 파급 효과로 인한 경기 둔화에 더 큰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결국 돈을 풀어 수요를 늘려 경기를 살리고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그러나 돈을 풀어서 경제를 성장시킬 수는 없다. 수년간 금리를 내리며 돈을 풀었는데도 경제성장이 둔화했다는 것은 우리가 경험한 바다.

경제성장의 엔진은 수요가 아니라 생산에 있다. 수요는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능력에 따라 좌우된다. 경제 전체적으로 생산이 증가해야 경제가 성장하고 사람들이 소비할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가 많아지며 삶이 나아진다.

사실, 우리가 현재 직면해 있는 저성장의 원인은 생산의 위축에 있다. 생산의 가장 중요한 주체는 기업과 기업가다. 기업과 기업가의 왕성한 활동을 통해 생산이 늘게 해서 경제를 성장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과 기업가의 활동을 옥죄는 각종 규제를 대거 제거하거나 완화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과 기업가의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활동이 살아나 경제가 빠르게 성장한다.

우리나라 수출의 23%를 차지하는 중국의 위기는 우리 경제에 커다란 악재다. 중국 위기에 대비한 장단기 대책이 중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중국발 리스크가 외환시장과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금융안전망을 두껍게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산업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산업구조 개혁을 위해서도 규제개혁은 필수다. 자유로운 경제 환경을 만들어 주면 기업과 기업가는 변화에 탄력적으로 적응해 나간다. 그러한 기업과 기업가의 활동에 따라 건실한 산업구조를 갖출 수 있다.

몇 달 전 이창용 한은 총재가 “이미 우리나라는 장기 저성장 구조로 와 있다. 저성장 문제를 재정·통화 등 단기정책을 통해서 해결하라는 건 나라가 망가지는 지름길”이라고 한 말을 기억한다.

지금 우리의 경제 상황은 금리 동결이라는 통화정책으로는 헤쳐 나갈 수 없다. 한편으로는 물가를 안정시키는 통화정책을 수행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규제 혁파를 통해 기업과 기업가의 활동을 장려해 생산을 늘리는 정책을 펴야 한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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