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룡미술관[오후여담]

2023. 8. 2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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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건축은 압축된 음악이며, 빛과 그늘의 조화다." "사람의 온기와 생명을 밑바탕에 두고, 그 지역의 전통과 문맥을 어떻게 건축물에 담아낼 것인가.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 땅의 지형과 '바람의 노래'가 들려주는 언어를 듣는 일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유동룡(1937∼2011)의 말이다.

그의 건축 철학을 이어받은 딸 유이화 ITM유이화건축사무소 대표는 유동룡미술관을 제주시 한림읍에 세워 지난해 12월 6일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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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고문

“훌륭한 건축은 압축된 음악이며, 빛과 그늘의 조화다.” “사람의 온기와 생명을 밑바탕에 두고, 그 지역의 전통과 문맥을 어떻게 건축물에 담아낼 것인가.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 땅의 지형과 ‘바람의 노래’가 들려주는 언어를 듣는 일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유동룡(1937∼2011)의 말이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재일(在日) 한국인이던 그는 일정 기간마다 외국인 등록을 위해 열 손가락의 지문을 찍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귀화는 거부했다. 그의 예명이 이타미 준이다. 성씨 유(庾)는 일본에선 사용하지 않는 한자여서 예명을 지었다. ‘이타미’는 그가 한국을 처음 방문하며 이용한 일본 오사카의 공항 이름이다. ‘준’은 본명이 최치정으로 일본에서도 활동하며 가까이 지내던 작곡가 길옥윤의 ‘윤(潤)’ 일본어 발음을 따왔다.

‘시간의 결을 표현한 바람의 건축가’로 불린 그에게 프랑스 국립기메박물관은 1889년 개관 후 아시아인 최초로 2003년 건축 전시회를 열어줬다. 그는 사유(思惟)의 과정을 추상화한 연작 ‘흔적’ ‘심해(深海)’ 등 그림에도 걸출한 역량을 보였다. ‘현대미술과 건축을 아우르는 작가’로도 일컬어진 이유다. 전통 민화, 고가구, 불상, 백자 등에 매료된 고미술품 수집가이기도 한 그는 1968년 이후에는 거의 매달 한국을 찾았다. “생각과 감성을 불어넣어 손으로 빚는 달항아리처럼 건축은 사람과 자연을 잇는 예술”이라며 흙·돌·쇠 등 토착적 소재로 ‘인간적이면서 따뜻한 한국 전통의 미(美)’를 건축에서도 구현하려고 한 배경이다. 정다운 감독은 2019년 다큐멘터리 영화 ‘이타미 준의 바다’에 그런 궤적을 담아내기도 했다.

그는 제주도를 ‘제2의 고향’으로 여겼다. 전통 가옥을 모티브로 삼은 포도호텔, 물·바람·돌을 주제로 한 수풍석(水風石)박물관,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방주(方舟)교회 등 제주 섬의 명소 건물들을 설계하며 마지막 건축 열정을 쏟았다. 그의 건축 철학을 이어받은 딸 유이화 ITM유이화건축사무소 대표는 유동룡미술관을 제주시 한림읍에 세워 지난해 12월 6일 문을 열었다. 개관 특별전 ‘바람의 건축가, 이타미 준’이 오는 11월 1일까지 이어진다. 초기작 ‘어머니의 집’ 등 그가 설계한 대표적 건축물의 모형과 회화 작품 앞에서 관람객의 눈길이 오래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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