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는 지금] 남극 빙하 녹아 황제펭귄 떼죽음...금세기말 멸종 경고
“서식지 5곳 중 4곳에서 해빙이 녹아”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기상 이변으로 지난해 남극 대륙의 해빙(海氷) 면적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가면서 벨링스하우젠해에 서식하던 ‘황제펭귄’ 새끼 약 1만마리가 숨진 것으로 분석됐다. 펭귄 새끼들이 바다에서 수영하는 데 필요한 방수 깃털이 나기도 전에 빙하가 녹아내렸기 때문이다.
황제펭귄은 평균 신장 1.2m, 체중 35㎏로 현존하는 지구 상의 펭귄 중 몸집이 가장 크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들은 수천 마리씩 뭉쳐 섭씨 영하 40도의 강추위와 시속 144㎞의 강풍도 견디지만 해빙이 부족하면 생존하지 못한다. 과학자들은 지금처럼 온난화 추세가 지속된다면 황제펭귄이 금세기 말 서식지 90%에서 멸종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남극연구소(British Antarctic Survey·BAS) 피터 프렛웰 박사 연구팀은 25일 과학저널 ‘커뮤니케이션스 지구환경’(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서 지난해 남극 벨링스하우젠해 중부·동부에 있는 황제펭귄 서식지 5곳 중 4곳에서 해빙이 녹아 12월 쉽게 볼 수 있었던 새끼들이 전혀 살아남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이 황제펭귄 서식지가 있는 4곳의 인공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부화한 새끼 펭귄들의 방수 깃털이 자라기도 훨씬 전에 번식지에서 얼음이 녹아내려 부서진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조사한 황제펭귄의 서식지는 베르디만, 스마일리 섬, 로스차일드 섬, 브라이언트반도, 프로그너 포인트 등 5곳이다. 황제펭귄 집단은 로스차일드섬에 평균 700쌍으로 가장 적은 집단이 서식하고 있었으며, 가장 많은 집단을 이루고 있던 스마일리섬에는 평균 3500쌍이 있었다. 최종적으로 모니터링한 결과, 이 5개 무리중 로스차일드섬에 있던 황제펭귄들만이 번식에 성공했다.
황제펭귄은 3~4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1년의 대부분을 해안에 단단히 붙어 있는 안정적인 해빙에서 생활하며, 번식지에 도착하면 겨울인 5~6월 알을 낳는다. 알은 낳은 지 65일 후 부화하고 새끼들은 여름인 12~1월까지 방수를 위한 깃털이 완전히 나지 않기 때문에 얼음이 없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해빙이 4월부터 1년간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해빙 면적의 급격한 감소는 생태계와 번식, 채집을 위해 해빙에 의존하는 황제펭귄을 비롯한 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구팀의 위성 이미지 분석 결과, 지난해 12월 초 황제펭귄이 새끼를 출산하기 시작할 당시 남극 얼음 면적은 2021년 기록된 사상 최저치와 비슷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이 지역 해빙이 100% 손실됐다.
연구팀이 지난 45년간 남극의 위성 이미지 관측 기록 분석 결과, 2016년 이후 해빙 면적 최저 기록이 4번을 기록할 정도로 급격하게 해빙이 녹고 있다. 이로 인해 2018년부터 2022년 사이에 알려져 있는 남극 황제펭귄 서식지 62곳 중 30%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년간 남극 주변 얼음은 크게 감소했고 작년 12월 얼음 면적은 45년 위성 관측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펭귄 서식지가 있는 벨링하우젠해에서는 지난 4월 말에야 다시 해빙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연구팀은 지난 20일 현재 남극 해빙 면적은 1570만㎢로, 1981~2022년 중앙값(1790㎢)보다 220만㎢ 감소한 상태이고 이는 지난해 8월 20일에 기록한 겨울 최저치 1710만㎢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라고 밝혔다. 한반도 면적의 10배 정도인 바다얼음이 사라진 셈이다.
피터 프렛웰 박사는 “황제펭귄은 국지적 해빙 손실로 인한 번식 실패에 적응하기 위해 다음해에는 보다 안정적인 대체 장소로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하지만 피난처가 지속되지 않는 한 번식 서식지 파괴로 인한 멸종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로 인해 남극 해빙 감소와 황제 펭귄 번식 실패 사이의 명확한 연관성을 보여준다”면서 “앞으로 온난화로 인해 이러한 상황이 더 빈번하고 광범위하게 발생해 개체수 생존 가능성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2023) DOI: https://www.nature.com/articles/s43247-023-00927-x#Sec2
조선비즈 사이언스조선은 기후변화에 맞서 영국 가디언과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 더 내이션이 공동 설립하고 전세계 460개 이상 언론이 참여한 국제 공동 보도 이니셔티브인 ‘커버링 클라이밋 나우(CCNow)’에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CCNow에는 로이터와 블룸버그, AFP 등 주요 통신사를 비롯해 각국 주요 방송과 신문, 잡지가 참여하고 있으며, 각국 언론인과 뉴스룸과 협력해 정확한 기후 기사를 제작하고, 정치와 사회, 경제, 문화에 이르는 전 분야에서 기후 이슈를 제기하고 각국 모범 사례를 공유합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부효율부 구인 나선 머스크 “주 80시간 근무에 무보수, 초고지능이어야”
- 5년 전 알테오젠이 맺은 계약 가치 알아봤다면… 지금 증권가는 바이오 공부 삼매경
- [절세의神] 판례 바뀌어 ‘경정청구’했더니… 양도세 1.6억 돌려받았다
- 반도체 업계, 트럼프 재집권에 中 ‘엑소더스’ 가속… 베트남에는 투자 러시
- [단독] 中企 수수료 더 받았다가 시정명령… 불복한 홈앤쇼핑, 과기부 행정訴 패소
- 고려아연이 꺼낸 ‘소수주주 과반결의제’, 영풍·MBK 견제 가능할까
- 무비자에 급 높인 주한대사, 정상회담까지… 한국에 공들이는 中, 속내는
- 역대급 모금에도 수백억 원 빚… 선거 후폭풍 직면한 해리스
- 금투세 폐지시킨 개미들... “이번엔 민주당 지지해야겠다”는 이유는
- ‘머스크 시대’ 올 것 알았나… 스페이스X에 4000억 베팅한 박현주 선구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