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상 초유의 ‘대통령 머그샷’…눈 부릅뜨고 카메라 노려본 트럼프
보석금 내고 20분 만에 풀려나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검찰에 출두했다. 이날 공개된 범인 식별을 위한 사진인 ‘머그샷’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입을 굳게 다문 채 눈을 부릅뜨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35분쯤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구치소에 도착했다. 그는 이후 체포 절차를 밟은 뒤 간단한 신체 검사를 받았으며 다른 용의자들처럼 머그샷을 촬영했다. 지난 4월 이래 네 차례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머그샷을 찍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 세 번의 기소에서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인정받아 머그샷 촬영을 피할 수 있었지만, 풀턴 카운티 구치소 측은 “모든 사람은 똑같이 대우 받을 것”이라며 예외가 없을 것임을 밝혔다.
CNN은 “트럼프가 머그샷을 찍은 최초의 전직 미국 대통령이 됐다”며 ‘역사에 길이 남을 이미지’라고 표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머그샷은 철저하게 전략적으로 계산된 표정 연출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참모진과 함께 출두에 앞서 사전 논의한 끝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머그샷을 통해 저항적으로 보이길 원하는 쪽으로 결정했으며, 웃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고 CNN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수감 번호는 ‘P01135809’. 키는 6피트3인치(190㎝), 몸무게는 215파운드(97.5㎏), 머리카락 색은 금발 또는 딸기(strawberry·아주 옅은 빨간머리)로 기록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변호인단이 검찰과 사전에 합의한 대로 20만달러(약 2억6000만원)의 보석금을 내고 20분 만에 풀려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당시 조지아주 개표 결과를 전복하려 한 혐의로 지난 14일 기소됐다. 패니 윌리스 풀턴 카운티 검사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조직범죄 소탕을 위해 만들어진 리코법을 적용해 기소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머그샷과 함께 “선거 방해” “항복은 절대 없다”는 문구를 적으면서 트위터에 복귀했다. 트럼프 캠프는 곧바로 머그샷을 선거 후원금 모금 사이트에 올려 후원을 요청했다. ‘머그샷 트윗’은 올라온 지 6시간이 채 되기 전에 6000만 조회수를 넘는 등 관심을 모았다. ‘좋아요’를 누른 사람은 71만명을 넘었다.
그는 뉴저지로 돌아가기 전 공항에서 취재진에게 “우리는 부정직하다고 생각하는 선거 (결과)에 문제를 제기할 모든 권리를 지닌다”고 말했다. 그는 폭스뉴스 디지털과의 인터뷰에서 머그샷을 찍은 심경에 대해 “편안한 감정은 아니다. 특히 당신이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을 때는”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기소된 공범 18명 가운데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마크 메도스 전 비서실장 등 11명도 이날 검찰에 출두했다. 일부 공범들은 웃으면서 머그샷을 찍어 논란이 됐다.
통상 머그샷은 범죄자로 하여금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일종의 ‘주홍글씨’이므로, 무표정하거나 굳은 표정으로 찍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전 변호사 제나 엘리스와 공화당 소속의 조지아주 상원의원인 데이비드 셰이퍼는 머그샷에서 밝게 웃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검찰의 수사가 희극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번 검찰 출두 이후에도 복잡한 법적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윌리스 검사장은 오는 9월 첫주 피고인들에 대해 기소인부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판사로부터 동의를 받으면 이 절차를 면제받을 수 있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면제를 요청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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