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이 왜 그랬을까…입장문에 담긴 '시선'의 문제[김현록의 사심록(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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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프티 피프티 사태를 다룬 지난 방송으로 거센 역풍에 휘말린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방송 닷새 만에 공식 입장을 냈다.
"지난 8월19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 – 빌보드와 걸그룹' 편은 이른바 '피프티피프티 사태'를 통해 지속가능한 K팝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기 위해 제작된 프로그램입니다." 다섯 문장 공식 입장의 첫 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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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피프티 피프티 사태를 다룬 지난 방송으로 거센 역풍에 휘말린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방송 닷새 만에 공식 입장을 냈다. 31년 역사의 지상파 대표 시사고발·탐사 프로그램이 시청자들과 엔터 업계의 반발 속에 체면을 단단히 구겼다. 분노의 폐지 청원-광고주 압박까지 들어간 마당에 나온 '그것이 알고싶다'('그알')의 입장은 "한쪽 편을 들어주기 위함"이 아니라는 것.
"한쪽 편을 들어주려고 그랬다"고 입장을 낼 리 만무하지만, 이를 의심하지는 않으려 한다. 입장문을 찬찬히 읽어보면, 왜 이번 피프티 피프티 편이 편파를 의도하지 않았는데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지난 8월19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 – 빌보드와 걸그룹' 편은 이른바 ‘피프티피프티 사태’를 통해 지속가능한 K팝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기 위해 제작된 프로그램입니다." 다섯 문장 공식 입장의 첫 줄이다. 사안에 대한 이해 부족을 드러내는 대목인데, 접근 방향 자체가 기이하다.
피프티 피프티 사태는 '큐피드'라는 곡이 글로벌 히트하며 중소의 기적으로 불린 신인 그룹이 불투명한 정산과 소속사의 태도를 이유로 데뷔 7개월 만에 전속계약해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며 발생했다. 이런 성공도 갈등도 유례가 없는데, 소속사와 가수의 입장이 사뭇 다르고 양측 갈등의 배후로 지목된 다른 인물과 업체의 주장이 엇갈린다. 그 와중에 각종 의혹도 불거졌다. 재판 등 사건 추이와 결과가 업계에 미칠 파장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당사자 간 주장이 첨예하게 맞부딪치고 있어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는 상황. 그러나 고고하게 등판한 '그알'은 뜬금없는 문제의식을 들고 나섰다. 수년의 어려운 시기를 묵묵히 버텨내 진정한 중소의 기적을 이룬 방탄소년단까지 운운해 가며 "방탄소년단이 세계적인 그룹으로 우뚝 서기까지 그들 뒤에서 이름없이 사라져간 수많은 아이돌들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은 게 사실"이라는 식의 당혹스러운 전개가 벌어진 이유일 것이다. 엔터 업계를 도박판처럼 묘사한 대목도 마찬가지다.
현재진행형인 피프티 피프티 사태를 두고 지속가능한 K팝에 무엇이 필요하냐니, 엔터 업계를 싸잡아 꾸짖고 가르치고픈 제작진의 태도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방향 설정이다. 편향된 시선이 사실 확인에 우선하다보니 무리수 투성이다. '어린 가수들만 불쌍하다'는 태도로 양비론을 주장하려면 최소한 적절한 균형을 맞춰야 할 터인데 기본조차 지키지 않았다.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건만 '그알'이 다룬 사실관계는 물론 인터뷰어의 객관성에도 의문이 인다. 상황파악도 못 한 채 내놓은 기묘한 결과물은 시청자의 실망과 업계의 분노를 불렀다.
'그알'은 유독 엔터업계를 꾸짖고 싶은 욕망을 거두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니 자충수가 나온다. 불과 2년 전엔 유령 작곡가가 제 권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으면서, 피프티 피프티의 히트곡 '큐피드'의 모호한 저작권 문제는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거슬러 올라가면 악플로부터 스타가 보호받지 못한다고 엄중히 비판하고선, 버닝썬 편에선 그 곳에서 회식을 가졌다며 '여배우A'에 대해 이니셜로 의혹을 제기해 무고한 여배우들을 무더기로 루머의 희생양으로 만든 적도 있다.
'그알'은 피프티 피프티 사건에 대한 추가 취재와 후속 방송을 약속했다. 이번엔 어떤 주제의식과 취재 결과를 담을지 궁금하다. 그리고 어떤 '시선'으로 사태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전할지도 궁금하다. 그 내용만큼이나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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