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송광사·쌍계사 등의 일주문…‘보물’ 된다
조선시대 건축미 돋보여…역사적·학술적 가치 높아
합천 해인사의 홍하문(紅霞門), 함양 용추사 일주문(一柱門), 곡성 태안사 일주문, 하동 쌍계사 일주문, 달성 용연사 자운문(慈雲門), 순천 송광사 일주문 등 주요 사찰의 일주문 6건이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이 된다.
문화재청은 “해인사 홍하문 등 전국 주요 사찰의 일주문이자 조선시대 건축물 6건을 오는 28일자로 보물로 지정 예고한다”고 25일 밝혔다.
일주문은 사찰의 첫번째 출입문이다. 네 기둥 위에 지붕을 올리는 일반 건축물과 달리 일직선 상의 두 기둥 만이 있는 독특한 건축물이다. 조선 전기~후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시기적 특징이 반영된 역사적 건축물들이기도 하다. 불교적으로는 ‘속세를 떠나 부처의 세계로 들어선다’ ‘진리는 하나다’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대부분의 일주문은 하늘로 치솟는 날렵한 모습과 함께 화려하게 보인다. 공포(처마의 무게를 받치고 분산하기 위해 기둥들 위에 짜맞춘 부재)가 기둥 위에만 있는 주심포 양식의 건물이 아니라 기둥 위는 물론 기둥들 사이에도 여럿 설치한 다포 양식이어서다.
보물로 지정이 예고될 ‘합천 해인사 홍하문’은 정확한 창건 연대는 알 수 없다. 다만 1457년(세조 3)에 처음 수리(중수)한 이래 지금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중수했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어 세조의 지원 아래 해인사가 확장되는 과정에서 건립된 것으로 추정한다. 정면 1칸의 맞배지붕이며, 전체 14개 공포를 올린 다포식 공포 구조에 겹처마 지붕이어서 웅장함을 드러낸다. 정면의 ‘가야산해인사(伽倻山海印寺)’ 현판과 기둥에 부착된 글씨인 주련은 근대 서화가로 유명한 해강 김규진(1868~1933)의 글씨다. 해인사 일주문은 겸재 정선(1676~1759), 김윤겸 등의 그림으로도 남아 있다.
‘함양 용추사 일주문’은 함양 용추계곡 일대에 있었던 옛 장수사(長水寺)의 일주문으로 1711년(숙종 37)에 건립됐다. 한국전쟁 당시 장수사가 화재로 모든 전각이 소실될 때 유일하게 불타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는 장수사의 암자였던 용추사의 일주문으로 사용되고 있다. 자연석 기단에 지붕은 팔작지붕 형태이며 겹처마 구조, 다포 양식이다.
‘곡성 태안사 일주문’은 2017년 보수공사에서 1521년(중종 16년)에 ‘조계문(曹溪門)’으로 창건되었음이 확인됐다. 당시 발견된 상량문에는 태종의 둘째 아들인 효령대군(1396~1486)의 수결(서명) 흔적도 남아 있다. 내부에 두 뿔과 큰 눈, 이빨, 갈기 등 용머리가 화려하고도 사실적으로 표현돼 있기도 하다. 창건 이후 지속적으로 보수되면서 공포의 형식과 짜임이 조선 후기의 건축기법을 잘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하동 쌍계사 일주문’은 1641년(인조 19)에 세워졌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전면 1칸의 겹처마 팔작지붕 건물에 전체 14개 공포의 다포식 공포 구조이며, 특히 측면의 규모가 큰 편이다. 대웅전으로 이르는 일직선상의 건축물 배치축에 따라 일주문을 시작으로 금강문, 사천왕문 등의 전각을 건립한 산지가람 배치 형식이 잘 보존되어 있다. 일주문 전면의 ‘삼신산쌍계사(三神山雙磎寺)’와 뒷면의 ‘선종대가람(禪宗大伽藍)’은 김규진의 글씨다.
‘달성 용연사 자운문’은 건축 연대가 명확한 건축물이다. 남아 있는 상량문(1695년)에 따르면 1695년(숙종 21년)에 창건됐으며, 1938년에 고쳐졌다. 창건 당시는 ‘일주문’으로 건립되었으나, 1920년 사진 자료에는 ‘자운문’ 편액이 걸려 있어 명칭이 변경됐음을 알 수 있다. 자운문은 화려한 상부구조에 하부구조는 굵은 기둥과 함께 보조 부재를 적극 활용해 구조적으로 매우 안정적인 건물로 예술적 가치가 있다는 평가다. 특히 창건, 중수에 관련된 기록들이 잘 남아 있어 역사적·학술적 의미도 크다.
‘순천 송광사 일주문’은 정확한 건립 연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1802년(순조 2) 중창되었으며, 1842년(헌종 8) 큰 화재로 송광사의 대부분 전각이 소실되었으나 일주문은 살아 남았다는 기록이 있다. 정면의 ‘조계산대승선종송광사(曹溪山大乘禪宗松廣寺)’ 현판의 뒷면에는 ‘건륭17년’이라는 먹으로 쓴 글씨가 있어 1752년에 현판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기둥 양쪽이 담장과 연결되고, 보조 기둥을 배치한 점 등은 지역적 특성을 잘 드러낸다는 평가다.
문화재청은 이들 사찰 일주문 6건에 대해 30일 간 각계 의견을 수렴한 후 문화재위원회 심의 절차를 거쳐 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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