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재현된 숭례문 문루를 만나다
자유로를 타고 북쪽으로 한참을 달리면 이국적인 향기가 물씬 풍기는 파주 프로방스 마을과 헤이리 예술마을에 도착한다. 북한을 지척에 둔 이곳에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이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파주관과 어깨를 마주하고 나란히 서 있는 이 건물의 정체는 이름 그대로 우리나라 전통건축 수리와 기술에 대한 진흥을 위해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 제41조의2에 의하여 2017년 설립된 문화재청 산하 특수법인이다.
전통건축 수리와 기술 진흥을 위하여 재단은 건축 문화유산 수리 현장에서 나오는 전통건축 부재(구조물의 뼈대를 이루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되는 여러 재료) 중 보존 가치가 높은 부재를 수집, 보관하여 조사 및 연구를 하고 전통건축에 사용되는 전통수리 기법을 조사, 연구하여 전승을 활성화하며 전통재료를 관리하고 보급해 산업화를 지원하는 등의 일을 담당한다.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의 전통건축부재보존센터에서는 지금 상설전시가 한창 열리고 있다. 총 4개의 실(A, B, C, D)로 이루어진 상설전시관에 들어서면 천장까지 이어진 거대한 기둥이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이한다. 화엄사 극락전, 법주사 대웅보전 등 국보와 보물 수리 과정에서 교체된 기둥이다.
A와 B실에는 천장을 뚫을 듯 엄청난 위압감을 자랑하는 기둥뿐만 아니라 건물의 중심을 받치던 대량(작은 들보의 하중을 받기 위하여 기둥과 기둥 사이에 건너지른 큰 들보), 전통목조건축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공포(처마 끝의 무게를 받치기 위하여 기둥머리에 짜 맞추어 댄 나무쪽)와 기와 등의 부재들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전통건축을 통해 선조의 지혜를 엿보고 역사에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공간이다. 압도적인 크기와 그 위용, 건축 문화유산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은 덤으로 받는다.
앞서 받았던 감동도 잠시, 상설전시의 백미는 C실에 있었다. 2008년 2월, 갑작스러운 화재로 전 국민의 마음을 울렸던 숭례문. 그 숭례문의 일부가 15년 만에 재현되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사실 숭례문 화재로 문화유산 보존과 전승의 중요성을 깨닫고 재단이 설립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에 흩어져 있던 숭례문 피해 부재들이 재단 설립 이후 이곳으로 옮겨져 보존처리 과정을 거친 뒤 체계적으로 보존, 관리되었다. 그리고 그 결실이 15년 만에 재현된 숭례문 문루라는 형태로 맺어진 것이다.
문루와 함께 전시된 숭례문의 취두와 같은 장식 기와와 복원 과정을 담은 영상과 책 등 다양한 자료로 숭례문의 탄생에서부터 화재, 그리고 복원에 이르기까지 숭례문이 걸어온 길을 살펴볼 수 있다. 재단은 전시를 통하여 문화재에 대한 안전 및 재난 예방의 중요성을 일깨울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노란조끼 시위가 한창이던 2018년 겨울, 파리를 대표하는 개선문 안에 있는 마리안 상의 얼굴이 시위대에 의해 파괴되었다. 이후 약 5개월 만인 2019년 5월, 마리안 상이 복원되었다는 소식에 개선문 책임자를 인터뷰하러 간 적이 있다. 동상이 부서진 다음 날 복원팀은 가장 먼저 바닥에 떨어진 조각을 모았다고 한다. 최대한 원본을 많이 모아야 원형 그대로 복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연재해든 안전사고든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방지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것은 문화유산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개선문 책임자 역시 복구보다는 예방을 강조했었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나도 예측이 불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특별히 가파른 기후변화로 전 세계의 문화유산이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러므로 예방 보존은 물론, 사후에도 훼손된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관리, 보존해야 한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숭례문 문루의 재현은 시대적 상황에 맞추어 문화유산 보존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의미 있는 행보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정수민 amantedepari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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