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국산 첫 상용 큐브위성 “출격 준비 끝났다”…11월 스페이스X 타고 우주로
525㎞ 상공서 1.5m 물체 식별
AI 보정 거치면 0.5m까지 볼 수 있어
내년 옵저버 1B·부산샛 발사…“위성 대량생산 시대”
국내 우주 스타트업이 독자 개발한 첫 상용 큐브위성이 발사 준비를 마쳤다. 위성영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성능이 크게 개선된 만큼 민간이 우주 개발을 주도하는 본격적인 ‘뉴스페이스’ 시대를 열 주역 중 하나로 기대를 모은다. 이번 발사를 시작으로 국내 상용위성 발사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23일 오후 1시쯤 서울 영등포구의 국내 우주 스타트업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사무실은 분주하게 움직이는 연구원들로 바쁜 모습이었다. 새로 이사한 사무실 한쪽에 마련된 실험실 안에는 이날의 주인공 큐브위성 ‘옵저버 1A’가 있었다. 나라스페이스 연구원들은 올해 발사를 앞둔 옵저버 1A의 패킹(Packing) 작업을 준비 중이었다.
패킹은 위성을 발사장으로 안전하게 옮기기 위해 포장하는 작업이다. 옵저버 1A는 올해 11월 초쯤 스페이스X 팰컨9 로켓에 실려 우주로 향한다. 옵저버 1A는 미국의 발사장으로 가기 전에 독일 베를린을 먼저 거친다. 사출관을 담당하는 업체가 베를린에 있기 때문이다. 사출관은 큐브위성을 보관하고 발사체에서 위성을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옵저버 1A는 25일 오전 9시 인천국제공항에서 독일로 출발했다.
옵저버 1A는 가로·세로 각각 20㎝, 높이 40㎝로 총 16U(유닛·1U는 10㎤ 큐브위성을 의미) 크기다. 위성의 무게는 25㎏다. 옵저버 1A는 525㎞ 상공에서 광학카메라로 지구를 촬영해 1.5m 수준의 물체를 식별한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보정을 거치면 0.5m 물체까지도 볼 수 있다. 한반도 상공을 지나는 횟수는 하루에 2~4번 정도로, 낮에만 촬영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반도는 하루 1~2번 정도 관측할 수 있다.
위성에는 광학카메라를 포함해 태양전지판과 안테나 등 전자계통 부품과 전자기를 이용해 자세를 제어하는 장치가 탑재됐다. 극저온의 우주 환경에서 광학카메라의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카메라 앞에는 히터도 장착됐다. 위성에는 무선통신 기기에 주로 활용되는 패치 안테나가 탑재돼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의 지상국과 교신한다. 위성의 생존 신호인 ‘비컨 신호’는 로켓 발사 45분 정도 뒤부터 확인할 수 있다.
패킹 작업은 정전기, 먼지와의 싸움이다. 큐브위성이 실제 우주에 도착했을 때 정전기나 먼지로 오작동을 일으킬 가능성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위성에 먼지를 최대한 없앤 뒤 케이스에 넣는다. 그다음 정전기 방지용 비닐인 ‘ESD 백’으로 위성 전체를 감싸고 충격을 방지하기 위해 질소를 충전했다. 모든 작업이 끝나고 방수·방진이 가능한 ‘펠리컨 케이스’에 위성을 넣는 것으로 패킹이 마무리됐다.
박재필 나라스페이스 대표는 “옵저버 1A는 먼저 베를린으로 가 다른 위성들과 함께 사출관에 들어간 뒤 9월 말 미국 스페이스X 발사장으로 옮겨질 예정”이라며 “궤도에 안착하게 되면 한 달 정도의 시운전을 거쳐 임무를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첫 관측은 서울이나 평양이 대상이 될 수 있고 결과물은 내년 초에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나라스페이스는 총 3년이라는 기간 동안 옵저버 1A를 개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봉쇄령을 내린 국가가 많아 위성 부품 공수가 어려웠다고 한다. 나라스페이스는 이번 발사로 국내 위성 사업의 신호탄을 쏜 만큼 앞으로 위성 생산과 고품질 위성서비스에 집중할 계획이다.
나라스페이스가 초소형 위성 시장은 우주산업에서 주목받는 분야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MarketsandMarkets)이 이달 16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초소형 위성 서비스 시장 규모는 2027년까지 86억9000만 달러(8조7602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초소형 위성 시장 규모가 28억 달러(3조661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5년 만에 두 배 이상 커지는 셈이다.
이정규 나라스페이스 기술개발본부장은 “위성을 개발하면서 코로나19로 해외를 오가는 것이 쉽지 않아 부품을 구하는 데 애를 먹기도 했었다”면서도 “이제 위성 생산에 노하우도 생겨 직원들도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라고 말했다.
나라스페이스는 이번 발사를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 ‘옵저버 1B’와 내년 말 미세먼지 관측 위성 ‘부산샛’을 발사한다. 모두 부품이 완비된 상태이기 때문에 조립은 두 달 정도의 기간이면 충분하다. 이후 일주일 정도 소요되는 진동시험과 성능시험을 거치면 바로 발사 가능한 상태가 된다. 나라스페이스가 목표로 하는 위성 대량생산에 한 걸음 다가간 셈이다.
박재필 대표는 “옵저버는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향후 5년 안에 위성 100기 이상을 운용할 수 있을 것”라며 “주요 도시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체 보기] 조선비즈 뉴스웹과 모바일웹에서 기사를 읽으시면 큐브위성 '옵저버 1A' 모습을 좌우상하 입체로 볼 수 있습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부효율부 구인 나선 머스크 “주 80시간 근무에 무보수, 초고지능이어야”
- 5년 전 알테오젠이 맺은 계약 가치 알아봤다면… 지금 증권가는 바이오 공부 삼매경
- [절세의神] 판례 바뀌어 ‘경정청구’했더니… 양도세 1.6억 돌려받았다
- 반도체 업계, 트럼프 재집권에 中 ‘엑소더스’ 가속… 베트남에는 투자 러시
- [단독] 中企 수수료 더 받았다가 시정명령… 불복한 홈앤쇼핑, 과기부 행정訴 패소
- 고려아연이 꺼낸 ‘소수주주 과반결의제’, 영풍·MBK 견제 가능할까
- 무비자에 급 높인 주한대사, 정상회담까지… 한국에 공들이는 中, 속내는
- 역대급 모금에도 수백억 원 빚… 선거 후폭풍 직면한 해리스
- 금투세 폐지시킨 개미들... “이번엔 민주당 지지해야겠다”는 이유는
- ‘머스크 시대’ 올 것 알았나… 스페이스X에 4000억 베팅한 박현주 선구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