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전시에 파격적인 작품 없다”는 韓실험미술 거장,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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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인 작품을 보여드리지 못해 미안합니다."
1950년대 후반 평면 추상부터 올해 탄생한 신작까지 매체를 가리지 않고 시대를 앞선 파격적인 전위예술을 선보이며 구축해 온 작품세계를 총망라한 대규모 전시를 앞둔 노(老)작가가 못내 아쉬움을 나타낸 이유는 왜일까.
자신의 이름을 단 전시를 평가절하하는 자체가 혹시 실험미술의 일환인가 싶을 정도의 이 돌발 발언은 작품 설치를 둘러싼 작가와 미술관의 오해가 빚은 해프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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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인 작품을 보여드리지 못해 미안합니다."
한국 실험미술의 선구자 김구림(87)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개인전 ‘김구림’전(展)을 앞두고 지난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1950년대 후반 평면 추상부터 올해 탄생한 신작까지 매체를 가리지 않고 시대를 앞선 파격적인 전위예술을 선보이며 구축해 온 작품세계를 총망라한 대규모 전시를 앞둔 노(老)작가가 못내 아쉬움을 나타낸 이유는 왜일까.
자신의 이름을 단 전시를 평가절하하는 자체가 혹시 실험미술의 일환인가 싶을 정도의 이 돌발 발언은 작품 설치를 둘러싼 작가와 미술관의 오해가 빚은 해프닝이다. 김 작가는 1970년 당시 경복궁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건물을 흰 광목천으로 감싸 기성 미술에 대한 비판의식을 드러낸 작품 ‘현상에서 흔적으로’를 재현하려 했으나, 미술관이 받아들이지 않아 성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작가는 "광목으로 건물을 전부가 아닌 일부 묶는 터라 건물에 손상이 오는 것도 아닌데 왜 안 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미술관 측은 작가의 의도를 존중하지만 문화재로 분류되는 미술관 건물에 작품을 설치하기 위한 행정절차를 밟을 수 없었단 입장이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위치한 국립현대미술관은 옛 국군기무사령부로, 등록문화재 375호다. 이에 따라 미술관은 문화재인 건물에 일시적으로라도 손을 대려면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김 작가가 지난 6월 작품 설치를 언급해 구체적인 내용, 구조분석 계획 등을 마련해 심의를 신청하고, 문화재위원회가 이를 분석해 결정을 내릴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단 것이다. 실제로 국립현대미술관은 2018년 박이소(1957~2004) 작가 회고전에서 서울관 옥상에 ‘우리는 행복해요’라는 작품 설치하는 계획을 6개월 가량 추진했으나, 결국 문화재위원회가 받아들이지 않아 무산된 적 있다.
미술관 관계자는 "광목으로 미술관 외벽을 감싸는 작품은 부처들과 협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서 "안 되는 게 아니라 이번 전시는 불가능할 것 같다고 작가에게 설명을 드렸다. 전시에 보여주지 못한 건 우리도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했다.
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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