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테마주 쏠림 장세에 증권사도 물렸다
금리안정에 채권운용은 플러스 전환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 지수는 올랐지만 정작 증권사들은 자기매매 주식운용 부문에서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대형증권사 9곳 중 7곳의 주식운용 손익이 지난해보다 줄었고, 이 가운데 4곳은 적자를 기록했다. 2차전지 등 일부 테마주에만 수급이 쏠리면서 보유 종목의 평가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주식운용손익 9곳 중 4곳이 마이너스
25일 자기자본 2조원 이상인 9개 증권사(10대 증권사 가운데 유가증권 운용 실적을 공개하지 않은 하나증권 제외)의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은 자기매매 주식운용 부문에서 합계 1022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이 부문에서 합계 1조2606억원의 이익을 올렸지만, 올해는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9개사 중 가장 큰 손실을 기록한 곳은 메리츠증권이었다. 지난해 메리츠증권의 자기매매 주식운용 부문 이익은 359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올해는 -2936억원으로 내려앉았다. NH투자증권도 -2160억원으로 2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 이밖에 키움증권(-996억원), 삼성증권(-384억원)을 포함한 4곳이 주식운용에서 쓴맛을 봤다.
미래에셋증권(1348억원), 신한투자증권(693억원), 대신증권(224억원)은 흑자를 유지하는데 성공했지만, 작년보다 이익폭은 크게 줄었다. 9개 증권사 가운데 한국투자증권(1603억원), KB증권(1586억원) 두 곳만이 지난해보다 이익이 늘었다.
코스피가 연초 2200대에서 상반기 중 2500대로 치솟았지만, 증권사의 자기매매 주식운용은 이처럼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이는 최근 2차전지 등 테마주 중심으로 수급이 쏠리면서 보유주식의 평가가치가 하락한 탓으로 보인다.
1년 전인 작년 상반기와 비교해 처분손익을 제외한 평가손익만 따져보면 메리츠증권이 3536억원 줄었고 키움증권과 신한투자증권도 각각 3356억원, 1328억원 감소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상반기 에코프로 같은 테마주 위주로만 올랐을 뿐 이를 제외한 종목들에서는 상승세가 보이지 않았다"며 "코스피, 코스닥 주식 매매뿐 아니라 ELS 헷지, 비상장 거래 등도 포함돼 있어 단순히 주식현황과 연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채권운용은 전부 플러스 전환...변동성 대비
증권사들은 자기매매 채권운용은 작년과는 달리 강한 모습을 보였다. 1분기 금리가 안정되자 채권가격이 대폭 오르며 이전 손실분을 만회하는 성적을 낸 것이다.
10대 증권사의 자기매매 채권운용 손익 총합계는 4조1089억원으로 전년동기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돌아섰다. 지난해에는 신한투자증권을 제외하고는 모두 채권운용에서 적자를 냈지만, 올해엔 10곳 모두 손실없이 이익을 봤다.
미래에셋증권은 6460억원으로 가장 많은 운용이익을 거뒀다. NH투자증권(5767억원), 메리츠증권(5755억원), 한국투자증권(5355억원), 신한투자증권(5319억원)도 5000억원 이익을 지켰다.
한편 최근 금리 변동성이 커지면서 증권사들은 주식, 채권 부문에서 모두 보수적인 운용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벤치마크인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미국 경기호조와 국채발행 확대 기대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때 금융위기 이후 16년만에 최고 수준인 연 4.35%까지 치솟기도 했다. 결국 채권금리 상승은 채권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며, 이는 지난해 증권사들이 채권운용에서 처참한 실적을 기록한 배경 중 하나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도 대비태세를 갖추는 모습이다.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은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 트레이딩 부문에서 채권금리 상승으로 1분기에 많이 났던 수익이 되돌려진 모습"이라며 "채권시장은 하반기에도 변동성도 높게 유지될 것이므로 리포지셔닝을 통해서 포르폴리오를 최적화 해 이자 수익을 좀더 가져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백지현 (jihyun100@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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