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산업’이 돈이 된다고?... 水처리 사업에 뛰어드는 건설사들

이미호 기자 2023. 8. 2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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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단 폐하수처리장... 민간투자 중심 ‘진출’
동남아 등 개도국엔 ‘정수장 시설’ 공사
노후화 시설, 현대화 사업도 먹거리
‘폐수 재활용’도 관건... 관련 기업 통째로 인수

건설사들이 새 먹거리로 상하수도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정부가 운영주체인 국내 시장과는 달리, 해외시장은 민간이 사업권을 쥘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건설사들이 다양한 형태로 진출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 자회사 환경시설관리(옛 EMC홀딩스)가 운영 중인 경산공공하수처리시설 전경/사진=SK에코플랜트 제공

25일 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최근 우선사업권을 확보해 주목받은 방글라데시 ‘치타공(차토그람) BSMSN 경제구역 용수공급 사업’은 상하수도 공급망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인프라 구축 사업으로, 토목공사에 해당된다.

건설사들의 상하수도 사업 진출 형태를 들여다보려면 국내시장과 해외시장을 나눠 봐야 한다. 국내는 노후화한 폐하수 처리장을 현대화하는 사업에 주로 진출해 있다. 해외는 플랜트 설계·조달·시공(EPC)과 운영 및 관리(O&M)까지 보다 폭넓게 걸쳐있다.

상하수도 관련 사업은 이른바 ‘수(水)처리 사업’으로 통용된다. 상수(먹는 물)는 비교적 깨끗하게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곳까지 처리하고 옮기는 것이 관건이다. 즉, 정수장 시설이 핵심이다. 다만 국내 시장은 정부와 수자원공사, 일부 지자체 등에서 각각 정수장을 소유하고 직접 운영한다는 점에서 사업성에 한계가 있다. 먹는 물은 국민 건강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민간 영역에 사업권을 주지 않는 ‘정서’도 깔려 있다.

상수 관련해서 봐야 할 또 하나의 시장은 배관사업(취수·송수)이다. 댐에 있는 물을 정수장까지 끌고 와야 하는데, 이 역시 상수도 보급률이 매우 높은 국내에선 더 클 수 없는 시장이다. 앞서 태영건설이 치타공에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도 방글라데시 상수도 보급률이 매우 낮다는데 기인한다. 하·폐수 처리 등 종합환경 플랫폼 기업에서 일하는 한 관계자는 “개도국은 도시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반면 상수도 보급률은 매우 낮다는 점에서 시장 성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반면 하수는 조금 더 복잡하다. 공장에서 쓰고 난 폐수를 처리하는 폐수처리장은 대기업 그룹사 공업단지나 국가산단 주변 등에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경기 용인 하수처리장을 완공 후 운영중이다. 또 울산이나 여수 등에 주로 많은데, 일부는 환경부가 직접 관리(공공 폐수처리시설)한다. 서울 도심에서는 우수(빗물) 처리장 공공하수 시설이 있는데 정부와 지자체가 관리한다. 다만 일부 민자사업으로 추진하기도 하는데, 포스코이앤씨가 용인 에코타운·김포 레코파크 하수처리장(1만2000톤/1일) 시설 구축을 맡고 있는게 대표적 사례다.

결국 오염된 물을 자연 하천으로 내보내야 한다는 점에서 ‘재활용’이 관건인데, 사용되는 약품도 많고 설비 시설과 기술도 필요하다. 주택사업 보다는 환경 등 비주택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는 SK에코플랜트가 이 분야에 상당부분 진출해 있다. 국내 폐·하수 처리시설은 대부분 1980년대에 준공됐다는 점에서 ‘현대화 사업’ 또한 하나의 먹거리다. 이 부분이 건설사들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 리빌딩(re-building)에 따른 이익금을 얻고, 운영 및 관리까지 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바닷물을 재활용하기도 한다. 포스코이앤씨의 그룹 계열사인 포스코와이드는 24일 인천 송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서 ‘하수재이용수 활성화’를 위한 MOU를 맺었다.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 내 지속적 용수 공급을 돕는 RO(친환경 수질관리 시스템) 설비를 설치하기로 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수처리 사업은 사업성 자체로만 보면 당장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다만 철도나 항만, 도로 등 인프라 사업은 이미 한계에 달했다는 점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관점에서 봤을 때 투자 가치는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수처리 사업장은 EPC가 마무리되고 운영관리(O&M)단계로 넘어갈 때 마진율이 높아진다. 사업 규모가 커질 수록 안정적인 이익을 바탕으로, 인프라 시설이라는 점에서 경기 부침을 덜 탄다는 것도 매력적인 요소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작년 6월 베트남 수처리기업 DNP Water의 지분 24%를 인수하면서 동남아 수처리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아예 관련기업을 통째로 인수하는 방식으로 수처리 시장에 진출한 경우도 있다. GS건설이 스페인 기업 이니마를, SK에코플랜트가 환경시설관리(舊 EMC홀딩스)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니마는 GS건설이 인수할 당시만 해도 잘 될거라는 확신이 없었지만 지금은 효자가 됐다. SK에코플랜트는 EMC홀딩스 인수를 통해 국내 수처리 시장에서 업계 1위를 거머쥐었다.

세계 수처리 관련 시장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글로벌 워터 마켓에 따르면 세계 수처리 시장은 오는 2025년 1000조원, 2030년에는 15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전 세계적인 인구 증가와 경제 발전에 따른 수요 증가, 자연 환경 악화 등으로 인한 ‘물 부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노후화한 처리 시설이나 배관을 바꾸는 문제는 아파트 재개발과 비슷하다. 인근 주민들이 높은 퀄리티를 요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그에 상승하는 기술과 레퍼런스를 가진 곳들이 유리할 것”이라며 “해외 진출은 개도국을 중심으로 보다 활발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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