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100점 준 이것이 MLB 2위, 이제 장인 수준이다

김태우 기자 2023. 8. 2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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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귀 후 네 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89의 빼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는 류현진 ⓒ연합뉴스/AP통신
▲ 류현진의 복귀 후 첫 4경기는 커브의 재발견으로 요약할 수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류현진(36‧토론토)은 지난 21일(한국시간) 신시내티와 경기가 끝난 뒤 현지 취재 기재들로부터 하나의 질문을 받았다. “지금 커브가 당신의 기준에서 100점 만점에 몇 점이냐”는 물음이었다. 류현진은 “100점”이라고 웃었다. 스스로도 만족스러운 듯했다.

사실 지금껏 현지 언론에서 류현진을 평가할 때 주로 쓰던 척도는 패스트볼의 구속, 커맨드, 로케이션, 체인지업과 같은 것들이었다. 류현진은 공이 빠른 선수는 아니다. 그래도 기본적인 구속이 나올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결과 편차가 있었다. 시속 90마일(145㎞)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커맨드형 투수다보니 자연히 제구는 매 경기 화제였다. 체인지업은 류현진이 KBO리그에서 뛰던 시절부터 결정구였다. 이게 되는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은 차이가 컸다.

그런데 갑자기 커브가 화두로 떠오른 건 이유가 있다. 올해 류현진의 커브가 그만큼 인상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신시내티전이 그랬다. 신시내티에는 이제 갓 마이너리그를 졸업한 유망주들이 많다. 힘도 좋고, 기동력도 있다. 운동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의 조합이다. 대신 경험은 조금 부족하다. 류현진은 신시내티 타자들의 공격성을 역이용했다. 그 역이용의 무기가 바로 커브였다.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이 90마일을 밑돌았지만, 110㎞를 전후한 커브와 조합하자 패스트볼도 빨라 보이는 효과가 있었다. 여기에 커브의 낙차가 워낙 좋았다. 체인지업을 생각해야 하는 류현진이라 타자들로서는 이중고였다. 결국 수많은 신시내티 타자들이 이 커브에 당했다. 헛스윙 비율은 무려 46%에 이르렀다. 적어도 이날은 커브의 승리였다. 현지 기자들이 죄다 몰려가 이를 물어본 건 다 이유가 있었다.

사실 류현진을 ‘커브볼러’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KBO리그 시절부터 던지기는 했다. 그래도 결정구는 아니었다.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 완급 조절용, 혹은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허를 찌르듯 들어가는 공이었다. 메이저리그에 와서도 구사 비율이 높지는 않았다. 구속 차이를 두기 위해 쓰는 용도가 짙었다.

▲ 류현진은 완급조절로 커브를 적절히 활용하며 힘을 내고 있다
▲ 류현진은 커브에 스스로 100점을 주며 만족하고 있다 ⓒ토론토 구단 SNS

메이저리그 첫 시즌이었던 2013년 커브 구사 비율은 9.8%였다. 류현진이 가장 완벽했던 시즌으로 기억되는 2019년은 12.2%였다. 구사 비율이 매년 10%를 넘기기는 했지만 주된 구종은 아니었다. 결정구를 사용해야 하는 2S 이후에는 더 그랬다. 2019년 2S 이후 커브 구사 비율은 11.9%로 평소보다 조금 더 떨어졌다.

그런데 이 커브 비율은 지난해부터 조금씩 높아지기 시작했다. 패스트볼 구속이 떨어지면서 완급 조절의 필요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토론토 이적 직후인 2020년 커브 구사 비율은 13.2%로 그 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는 21%로 오르더니, 올해도 커브를 적절히 섞으며 재미를 보고 있다. 특히 2S 이후에는 구사 비율이 21.3%까지 올랐다. 결정구로도 쓰고 있다는 의미다.

류현진의 커브는 느리다. 대신 낙차가 크다. 보통 커브하면 생각하는 정통 무지개 커브다. 낙폭은 리그에서도 가장 큰 편이다. 올해는 결과도 좋다. 구종의 수직 무브먼트, 수평 무브먼트, 그리고 브레이크가 걸리는 각의 수준, 로케이션을 모두 종합해 각 구종의 가치를 내놓는 ‘MLB 퀼리티 오프 피치’의 집계에서도 이를 실감할 수 있다. 류현진의 커브는 지금까지만 놓고 보면 리그 최고 수준의 움직임을 선보이고 있다.

‘MLB 퀼리티 오프 피치’의 집계에서 류현진 커브는 5.53점을 얻고 있다. 이는 올해 50구 이상 커브를 구사한 메이저리그 전체 선수 중 2위 기록이다. 1위는 커브를 마치 패스트볼처럼 다양한 코스에 제구해 ‘커브 장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리치 힐(샌디에이고‧5.55)이다. 류현진 위로 힐밖에 없다. 표본이 다소 부족하기는 하지만, 류현진의 올해 커브 피안타율(.111)을 고려하면 이 정도 숫자가 이해는 된다.

리그에서 커브를 잘 던진다는 애덤 웨인라이트(세인트루이스), 찰리 모튼(애틀랜타), 카일 브래디시(볼티모어), 조지 커비(시애틀) 등도 이 랭킹에서 5.00점 이상 혹은 그에 준하는 점수를 얻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적은 표본이라고 할지라도 류현진 커브의 각 자체가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다.

▲ 낙차 큰 커브는 올해 류현진의 효자구종으로 거듭났다 ⓒ연합뉴스/AP통신
▲ 복귀 후 첫 4경기에서 순항하며 향후 기대감을 키우고 있는 류현진

사실 류현진 커브가 처음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건 아니다. 류현진이 본격적으로 커브를 주요 구종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2021년 커브 가치는 4.63점이었다. 리그 평균(4.41)점을 조금 넘는, 그냥 ‘좋은 퀄리티’ 수준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5.05점으로 ‘뛰어난 퀄리티’의 기준이 되는 5.00점을 넘겼고, 올해는 5.53점까지 올라오며 ‘아주 훌륭한 퀄리티’의 기준인 5.50점까지 넘기고 있다. 커브의 진화를 실감할 수 있다.

류현진의 커브가 주목을 받아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바로 감각의 증거다. 보통 커브는 던지기 까다로운 구종으로 평가받는다. 손목을 많이 비틀어야 하기 때문이다. 류현진이 이 커브를 던지고 있다는 건 팔꿈치 수술 이후 그만큼 감각이 훌륭하게 잘 돌아왔다는 것을 상징한다. 커브에서도 류현진의 괴력을 실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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