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 항의받은 영화 ‘치악산’, 제목 변경 안 한다

진향희 스타투데이 기자(happy@mk.co.kr) 2023. 8. 2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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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치악산’ 한 장면. 사진 ㅣ 도호 엔터테인먼트
강원도 원주시가 영화 ‘치악산’에 지역 이미지 훼손 우려가 있다고 강력 항의하며 제목 변경을 요구했으나, 제작사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화 ‘치악산’의 제작사 도호엔터테인먼트 박도영 대표는 25일 “본의 아니게 원주시와 지역주민분들께 불편을 끼친 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제작진은 23일과 24일 양일간 원주시청 관계자분들을 찾아뵙고 원만한 해결을 위한 협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먼저 영화의 제목 변경과 본편 내에 등장하는 ‘치악산’을 언급하는 부분을 모두 삭제해달라는 요청에 관해 그렇게 된다면 영화를 처음부터 다시 촬영해야 할 정도로 이야기의 연결이 맞지 않으며, 주요 출연 배우 중 한 명이 군 복무 중인 관계로 재촬영 역시 불가한 상황인 점 양해해 주십사 요청드렸다”고 설명하며 제목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영화 본편 내에 실제 지역과 사건이 무관하며, 허구의 내용을 가공했음을 고지해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는 본편 내에 이미 ‘영화에서 언급되거나 묘사된 인물, 지명, 회사 및 단체 그 외 일체의 명칭 그리고 사건과 에피소드 등은 모두 허구적으로 창작된 것이며 만일 실제와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우연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라는 문구가 기입되어 있는 점 안내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해당 문구가 영화가 끝난 후 엔딩크레딧 부분에 위치해 있어, 보다 많은 관객분들께 노출될 수 있도록 본편 상영 이후 바로 등장하도록 재편집을 진행하는 방향 역시 함께 고려 중이다”고 덧붙였다.

영화 ‘치악산’ 포스터. 제공|도호엔터테인먼트
제작사는 “최근 감독의 개인 계정에 게시되었던 비공식 포스터가 유출되어 온라인에 확산된 상황에 대해서는 제작사 역시 유감을 표한다”며 “개인 계정에 업로드되어 있던 포스터는 오해가 커지기 전 삭제 조치를 취했으나 여전히 온라인상에 퍼지고 있는 해당 포스터에 대해서는 디지털 장의사 업체에 의뢰해 삭제 처리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해결하고자 한다”고 알렸다.

아울러 “원주시에서 가장 우려하시는 부분은 ‘토막 난 사체’가 포스터에 등장할 정도로 치악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잔혹하고 폭력적일 거라는 오해를 하고 계셨기에, 해당 부분에 대해 심의 과정에서 ‘15세이상관람가’ 평가를 받은 점을 설명드리고 원주시 관계자분들과 지역주민분들을 위한 단체 시사회를 진행해 오해를 해소하고자 제안 드렸다”며 “원주시와 지역주민분들에게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결코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전했다.

앞서 원주시는 ‘치악산’ 제작사 측에 “사실이 아닌 괴담 수준의 내용으로 국립공원 치악산과 주변 지역에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질 수 있다”며 제목 변경을 요구했다.

원주시는 제작사에 ▲실제 지명인 ‘치악산’이 그대로 사용된 제목 변경 ▲영화 속 ‘치악산’이라는 대사가 등장하는 부분을 삭제 또는 묵음처리 ▲영화 본편 내에 실제 지역과 사건이 무관하며, 허구의 내용을 가공하였음을 고지 ▲온라인 상에 확산된 감독 개인 용도의 비공식 포스터 삭제 등을 요청했다.

오는 9월 13일 개봉하는 영화 ‘치악산’은 40년 전, 의문의 토막 시체가 발견된 치악산에 방문한 산악바이크 동아리 ‘산가자’ 멤버들에게 일어난 기이한 일들을 그린 리얼리티 호러 영화다. 배우 윤균상, 김예원, 연제욱, 배그린, 이태환, 배유람 등이 출연한다.

지역 사회를 소재로 한 영화가 개봉 전 갈등을 빚은 사례는 ‘치악산’ 뿐 아니다. 2016년 개봉한 나홍진 감독의 ‘곡성(哭聲)’은 개봉 전 지역에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지자체의 항의를 받았으나 ‘영화는 곡성 지역과 관련 없는 허구의 내용이다’라는 문구를 삽입한 채 상영하는 것으로 의견을 조율했다.

이후 687만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해 곡성군은 영화 ‘곡성(哭聲)’ 촬영지를 관광상품으로 개발하는 등 호재를 누렸다.

폐업한 곤지암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한 공포영화 ‘곤지암’ 역시 2018년 개봉 당시 실제 병원 소유주가 건물 매각에 차질을 줄 수 있다며 상영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잡음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영화는 예정대로 개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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