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없었으면 홈런왕 레이스인데… ‘철강왕’ 나성범은 건재하다, KIA 남은 4년도 이상무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나성범(34‧KIA)은 트레이너들이 뽑는 가장 이상적인 신체를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웨이트트레이닝의 중요성을 일찍 깨달은 나성범은 적어도 운동과는 타협을 하지 않았다. 다른 선수들이 나성범의 훈련량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따라하려고 해도 따라 하기 쉽지 않은 수준이다.
그런 나성범의 성실함과 신체 능력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철강왕’ 타이틀로 이어졌다. 우익수 수비까지 보는 선수인데 벌써 경력에서 5번이나 144경기 전 경기에 나갔다. 2021년도 144경기 출전, 그리고 2022년도 144경기 출전이었다. 활약이 좋든, 그렇지 않든 라인업에 항상 대기하는 선수였던 셈이다. 코칭스태프는 이렇게 계산이 서는 선수를 환영하기 마련이다.
그랬던 나성범이 시즌 전 종아리 부상으로 결장한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은 놀랐다. 그 종아리 부상 회복까지 2~3달은 걸린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은 더 놀랐다. 그간 나성범의 이미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2015년 이후 나성범은 못해도 한 시즌 125경기 이상을 뛰었던 선수고, 2019년(23경기)은 주루 중 당한 무릎 인대 부상이라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기에 그랬다.
당장의 결장과 팀 전력의 크나큰 타격만 우려한 게 아니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종아리 부상이 이제 30대 중반에 접어든 나성범의 신체 능력 사이클에 어떤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게다가 나성범은 지난해 KIA와 6년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한 선수였다. 종아리 부상은 재발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도 꺼림칙했다.
어떤 선수든 다 노쇠화 곡선을 그린다. 피할 수 없다. 이를 얼마나 완만하게 가져가느냐가 관건이다. 그런데 장기 부상은 이 곡선을 가파르게 짓누르는 경우가 많다. 메이저리그나 KBO리그의 슈퍼스타들 중 30대 중반에 부상을 당한 뒤 그 전 몸 상태로 영원히 돌아오지 못한 사례도 적지 않다. 하지만 나성범은 나성범이었다. 몸 상태 우려는 말 그대로 기우였다.
종아리 부상으로 지각 개막한 나성범은 그간 못 뛴 것을 만회하기라도 하듯 다시 부지런히 경기에 나가고 있다. 성적도 좋다. 24일 현재 39경기에서 타율 0.338, 11홈런, 3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35를 기록 중이다. 득점권 타율도 0.349에 이른다.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나성범이 건강을 유지했다면 홈런왕이나 타점왕 레이스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수치를 찍을 수 있었다.
이제 175타석 표본이기는 하지만, 올해 리그 전체적인 장타율이 소폭 떨어졌다는 점에서 나성범의 힘이 건재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확인할 수 있다. 더 정확한 수치인 타구 속도는 그런 가정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복귀 후 하드히트(시속 153㎞ 이상 타구)를 펑펑 생산하며 자신의 신체 능력이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훌륭하게 증명하고 있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 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에 따르면, 22일 수원 kt전에서 1회 1루수 직선타 때 타구 속도는 무려 177.4㎞였다. 보통 타구 속도가 빨라지는 경향이 있는 땅볼도 아니었는데 라인드라이브로 날아간 총알 타구였다. 24일 수원 kt전에서도 흉내내기 어려운 빠른 타구들이 속출했다. 6회 고영표를 상대로 친 적시타의 타구 속도는 168.3㎞, 9회 주권을 상대로 친 3루타의 타구 속도는 166.8㎞였다.
타구 속도는 기술과 힘의 조합이다. 어느 하나가 없으면 좋은 타구 속도가 나올 수 없다. 아무리 잘 맞혀도 힘이 없으면 170㎞ 이상의 타구 속도를 만들어내는 건 불가능하다. 즉, 나성범은 기술과 힘을 모두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타구 속도를 통해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김종국 KIA 감독도 이를 확인한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김 감독은 “복귀했을 때 재발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지금까지는 재발도 안 했고 본인의 걱정도 없다”면서 “신체 능력의 경우 워낙 성실하고 자기 운동을 하면서 준비를 잘하는 선수다. 아직까지 신체 능력이 떨어지거나 그런 것 같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선수의 몸은 선수가 제일 잘 안다. 그리고 나성범은 자신한다. 나성범은 24일 경기 후 “무릎은 부상 후 예전만 못하다고 느끼는 게 있는데 종아리는 아니다. 그냥 다친 것이었고, 오히려 재활로 더 강해졌다고 느낀다. 재발이 걱정되기는 했는데 생각보다 좋다. 불안감도 없다. 전력으로 힘을 써도 괜찮다. 베이스러닝을 할 때도 아무렇지도 않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나이가 드는 만큼 더 열심히, 체계적으로 훈련을 해 노쇠화 곡선을 최대한 막아보겠다는 각오다. 나성범은 “나이가 드는 만큼 예전보다 더 운동에 신경을 쓰기 때문에 신체 능력에 대해서는 아직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다”고 자신하면서 “웨이트트레이닝을 예전만큼 많이 하지는 않지만 대신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했던 스트레칭을 더 열심히 하면서 훈련하고 있다”고 안심시켰다. 철강왕이 자신했다면, 남은 4년도 성공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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