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vs커리, 비시즌 관통한 ‘뜨거운 맛’ 논쟁

김종수 2023. 8. 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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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맛 커리' 스테판 커리(35‧188cm)가 비시즌 지루한 팬들에게 선물(?)을 하나 안겼다. 다름아닌 재미있는 논쟁거리를 하나 남긴 것으로 아니라 다를까 미국 현지는 물론 세계 각국 NBA팬들은 커리의 발언에 대해 뜨거운 갑론을박을 거듭하고 있다. 이는 국내 역시 마찬가지다.


그간 NBA팬들이나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역사, 팀, 선수 관련 다양한 토론이 있어왔다. ‘역사상 최고의 팀은?’, ‘각 포지션별 넘버 1은?’, ‘00과 00중 누가 더 뛰어난 선수인가?’ 등의 주제로 팬들은 불타올랐고 이는 고스란히 NBA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르브론 제임스가 마이클 조던을 넘어섰는가?’라는 주제로 각 커뮤니티가 뜨겁게 달궈진 바 있다.


그런가운데 얼마전 커리가 흥미로운 한방을 날렸다. 커리는 지난 21일 전 NBA 선수 길버트 아레나스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에서 “당신은 역대 최고의 포인트가드인가?”라는 질문을 받았고 이에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이내 “그렇다”고 대답했다. 현역 최고도 아닌 역대를 논하는 질문인지라 다소 민감할 수도 있었지만 커리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사실 얼핏보면 자신의 포지션에서 최고다고 답한 커리의 답은 크게 문제될 것은 없어보인다. 한시대를 풍미한 정상급 선수들은 모두 나름대로의 굵직한 커리어를 쌓아왔고 그런만큼 거기에 대해 충분히 프라이드를 가질만하다. 실제로 상당수 선수들이 커리가 받았던 비슷한 질문에 대해 자신을 지목하기도 했다. 대부분 진지함보다는 유쾌하게 웃어넘길만한 상황에서 문답이 오간다.


이날 팟캐스트에서의 커리도 그랬다. 시종일관 패널들과 웃고 떠들며 자신들의 개인적 생각과 사담을 나눴다. 더불어 현역임에도 역대 탑10을 오가는 커리는 자신의 포지션에서 충분히 정상을 다툴만한 선수다. 문제는 포인트가드 포지션에는 매직 존슨(64‧206cm)이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들어 역대 선수 랭킹에서 이상할 정도로 자꾸 밑으로 내려오고 있지만 한때 그는 마이클 조던에 이어 2번째 자리를 차지한 적도 있었다. 더불어 ’내가 조던보다 낫다‘고 말해도 어느 정도 인정받을 많지않은 레전드중 한명이다. 특히 포인트가드 포지션에서는 단 한번도 1위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을 만큼 공고한 영역을 굳히고 있다.


역대 최고 포인트가드를 논할 때 이름이 언급되는 선수들로는 커리 외에 아이재이아 토마스, 오스카 로버트슨, 존 스탁턴, 제이슨 키드, 크리스 폴, 스티브 내시 등이 꼽힌다. 하지만 그들을 대상으로 순위를 매길때도 매직은 일단 1위에 박아놓고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다. 마치 슈팅가드 포지션의 조던처럼.


때문에 커리가 해당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것은 달리 얘기하면 매직보다 낫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커리 역시 이를 의식한 듯 “저와 매직에 관한 대화인가요?”라며 확인 질문을 이어갔다. 이후 커리의 말을 들어보면 본인이 매직보다 낫다는 것이 아닌 자신도 이제 만만치않으며 역대 최고의 포인트가드라고 칭해도 이상하지 않을 위치까지 올라섰다는 식의 내용이었다. 

 


패널들 또한 상당수가 거기에 공감했다. 아레나스 같은 경우 커리가 현재 농구 트랜트에 끼친 막대한 영향력을 예로 들며 지지해주었다. 물론 그들 또한 커리의 의견을 인정하고 수긍했을뿐 누구도 매직의 커리어나 실력에 대해 반문을 제기하지는 않았다. 그저 당시 최고는 매직, 현시대 최고는 커리이며 둘중 누가 1인자라고해도 이해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영리한 커리는 자신의 발언이 곧 뜨거워질 것이다는 것을 예상한듯 했다. 그는 매직에 대한 존경심을 표시하면서도 "서로의 시대를 비교하는 것은 정말 재미있다. 그게 바로 농구의 매력이고 그런 것으로 사람들은 열띤 토론을 하게된다"고 말했다. 마치 내가 이런 말을 했으니 당신들도 신나게 비교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말해보라는 느낌이었다. 특유의 여유와 위트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아니라다를까 농구 팬들은 해당 주제로 잔뜩 뜨거워지고 있다. 매직이 역대 최고의 1번으로 고정된 배경에는 커리어, 임팩트, 인기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거기에 더해 사기적인 사이즈도 한몫했다. 어지간한 스윙맨 혹은 파워포워드의 사이즈로 포인트가드를 소화했는데 그냥 장신 1번이 아닌 환상적인 패스와 경기운영을 자랑했다. 역대 가장 유니크한 포인트가드중 한명이다.


물론 유니크함 적인 측면에서는 커리도 만만치 않다. 신체조건에서는 평범하기 이를데없지만 3점슛이라는 무기를 극한까지 끌어올려 자신만의 플레이 스타일을 완성했고 이전까지 조연에 불과했던 소속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일약 최고 인기팀이자 한시대를 풍미한 왕조로 만들어낸다.


물론 거기서 끝났으면 커리에 대한 평가는 매직과 비교될 정도까지는 올라서지 못했을 것이다. 커리와 워리어스의 성공 이후 각팀과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스페이싱과 3점슛 농구를 따라하기 시작했고 언제부터인가 리그 전체 트랜드가 됐다. 래리 버드와 함께 라이벌 구도를 이루며 NBA 인기몰이의 중심에 섰던 매직도 대단하지만 커리는 한시대의 농구 색깔 자체를 바꿔놓았다는 점에서 혁명가로 불린다.


커리의 발언 이후 농구 팬들은 두 인물을 비교하기에 바쁜 모습이며 심지어 몇몇 농구 레전드까지 나서 자신들의 의견을 밝히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당분간 식지않고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 뺨치는 식견으로 논쟁을 벌이는 팬들도 있고, 그냥 난 커리가 좋아. 포인트가드하면 매직이지하면서 감정과 기분으로 참여하는 이들도 적지않다.


KBL도 NBA도 아직 시즌이 시작되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커리는 농구 팬들에게 ’뜨거운 맛‘ 논쟁 소재를 던졌고 각 커뮤니티와 SNS는 다양한 의견으로 불타고 있다. 정답은 없고 그로인한 승패도 무의미하겠지만 간만에 커리의 클러치 샷이 비시즌을 제대로 관통한 분위기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매직 존슨 트위터 이미지 캡쳐,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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