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씨바이오 경영권 분쟁 2라운드… 결국 주요주주들 표심이 관건
이민구 씨티씨바이오 대표, 주식 담보 대출로 방어
양측 지분 차이 거의 없어…올해 주가 120% 상승
동물·인체 약품 기업 씨티씨바이오의 경영권을 놓고 현 최대 주주인 이민구 대표와 재생 바이오 제약사 파마리서치가 다시 맞붙었다. 이민구 대표가 파마리서치에 최대 주주 자리를 잠시 내줬다가 되찾은 지 약 3개월 만이다.
파마리서치는 올 들어 별안간 경영 참여를 선언하며 5월까지 씨티씨바이오 주식 매입에 300억 원을 썼다. 이번엔 씨티씨바이오 주식 추가 취득에 200억 원을 쓰겠다고 공언했다. 이민구 대표도 맞불을 놨다. 이민구 대표는 보유 주식의 총 75%를 담보로 내놓고 경영권 방어를 위한 현금 실탄을 마련했다.
이민구 대표는 2021년 사실상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통해 씨티씨바이오 경영권을 확보했다. 그러나 최대 주주인 이민구 대표 지분율이 12%대로 높지 않아, 줄곧 지배 체제가 불안정하다는 평이 많았다. 결국 회사를 손에 넣은 지 약 2년 만에 경영권을 위협받는 처지가 됐다. 파마리서치의 뒤에는 씨티씨바이오 전 대표였던 전홍열 현 플루토(파마리서치의 계열사) 대표가 있다. 양측 지분 확보 경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지분 4~6%씩을 가진 다른 주요 주주들의 움직임이 경영권 향방을 가를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500억 원 쏟아붓는 파마리서치 vs. 주식 담보 대출로 방어하는 현 대표
파마리서치의 씨티씨바이오 지분 대량 보유 상황이 처음 공개된 건 올해 3월이다. 파마리서치는 올해 2월 2일부터 장내에서 씨티씨바이오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5% 룰(지분 5% 이상 취득 보고 규정)’에 따라 3월 23일 경영권 영향을 목적으로 씨티씨바이오 지분 7.05%를 갖고 있다고 첫 공시했다. 파마리서치 지분 6.09%와 계열사인 플루토 지분 0.96%를 합한 지분이다.
플루토는 지난해 2월 씨티씨바이오 대표직에서 물러난 전홍열 대표가 창업한 회사다. 반려동물 의약품과 인체 의약품 등을 만든다. 파마리서치는 지난해 8월 신생 기업인 플루토 지분 70%를 100억 원에 인수했다. 파마리서치 창업자 정상수 회장과 전홍열 대표는 중앙대 약학대 선후배 관계로,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파마리서치는 4월 들어 150억 원어치 주식을 추가 매수해 씨티씨바이오 지분율을 12.99%(플루토 지분 포함)로 높였다. 4월 21일 씨티씨바이오 최대 주주가 ‘이민구 외 1인(12.82%)’에서 ‘파마리서치 외 1인’으로 바뀌었다. 이후에도 파마리서치는 지분 매입을 계속해 5월 11일 씨티씨바이오 지분율은 13.62%까지 높아졌다.
이민구 대표는 주식 담보 대출을 받아 반격에 나섰다. 5월 11~12일 IBK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과 각 30억 원씩, 총 60억 원 규모의 주식 담보 대출 계약을 맺었다. 이민구 대표의 개인 회사 더브릿지도 하나은행에서 주식을 담보로 20억 원을 빌렸다. 이민구 대표는 주식 담보 대출로 확보한 현금으로 자사주를 매입해 5월 16일 지분율을 15.32%로 높이며 최대 주주로 복귀했다. 파마리서치에 최대 주주 지위를 뺏긴 지 3주 만이다.
양측은 이후 약 세 달간 지분과 관련한 공개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씨티씨바이오 주가는 파마리서치의 주식 매입 시작 전인 2월 1일 6400원 대에서 5월 16일 두 배 수준인 1만2200원(종가)까지 올랐다. 이후 경영권 분쟁이 잠잠해지면서 주가는 지난달 26일 8980원까지 떨어졌다.
파마리서치는 이달 16일 씨티씨바이오 주식 취득에 200억 원을 추가 투입하겠다고 밝히며 2차 선전 포고를 했다. 17일 시간 외 매매로 지분율을 14.25%로 높인 데 이어, 18일 장내 매수로 15.19%(플루토 지분 포함)까지 끌어올렸다. 경영권 싸움이 다시 불붙었다는 소식에 씨티씨바이오 주가는 17일 1만1010원(종가)에서 18일 1만4310원으로 가격 제한 폭(29.97%)까지 올랐다. 18일 하루 총 거래량은 967만210주로, 전날의 10배에 달했다. 외국인이 23일까지 4거래일 연속 순매수했다. 파마리서치는 아직 150억 원 이상 추가 매입할 자금이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파마리서치가 200억 카드를 꺼내든 날, 이민구 대표는 주식 담보 대출 계약 확대로 128억 원의 자금을 추가 확보했다고 맞대응했다. 이민구 대표의 담보 설정액 총액은 60억 원에서 188억 원으로 늘었다. 보유 주식의 총 75%(218만8596주)를 담보로 잡혔다. 만약 대출을 갚지 못해 채권자가 담보권을 실행할 경우, 이민구 대표 지분율은 2.95%까지 떨어진다.
◇ 최대 주주 지분 차이 거의 없어…다른 주요 주주 움직임이 변수
씨티씨바이오는 김성린·성기홍·우성섭·조호연 4인이 1993년 함께 세운 회사다. 동물 의약품 제조로 시작해 인체 의약품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2013년 김성린 당시 대표가 사망한 후 창립 멤버 중심의 지배 구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20년 넘게 씨티씨바이오에서 근무한 전홍열 현 플루토 대표가 2020년 1월 창업 멤버인 성기홍 대표와 함께 각자 대표를 맡았다.
씨티씨바이오가 2021년 4월 100억 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 증자를 할 때, 당시 외부인이었던 이민구 현 대표가 개인 회사 더브릿지를 통해 지분 4.5%가량을 확보했다. 더브릿지는 씨티씨바이오의 필름형 의약품을 해외에 판매하던 파트너사였다. 이어 그해 7월 한국투자파트너스가 씨티씨바이오 지분 10%를 매각할 때, 이민구 대표와 더브릿지가 이 중 5%가량을 인수했다. 당시 조용준 동구바이오제약 대표도 씨티씨바이오 지분 5% 가까이를 확보했다.
이민구 대표는 이후에도 지분을 추가 매입해 2021년 9월 지분 12.82%로 창업 멤버인 조호연 당시 회장을 제치고 씨티씨바이오 최대 주주에 등극했다. 경영 참여를 선언하고 두 달 후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전홍열·이민구 공동 대표 체제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민구 대표가 주도권을 장악하며 전홍열 대표는 2022년 2월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현재 이민구 대표와 파마리서치 측 지분이 고만고만한 상황에서, 5% 이상 지분을 들고 있는 다른 주요 주주의 움직임이 경영권 다툼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6월 말 기준 에스디비인베스트먼트가 씨티씨바이오 지분 6.46%를 보유 중이다. 에스디비인베스트먼트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최대 주주인 조영식 이사회 의장이 지분 100%를 가진 회사다. 김정훈 에스디비인베스트먼트 투자사업본부 상무가 씨티씨바이오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에스디비인베스트먼트나 동구바이오제약 등이 한쪽의 편에 서거나, 혹은 자체 세력 결집에 나설 경우, 경영권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씨티씨바이오 매출은 2021년 1403억 원에서 2022년 1652억 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인체 약품군(900억 원) 매출이 동물 약품군(752억 원) 매출보다 많다. 2021년 80억 원 순손실을 냈으나, 지난해 60억 원 순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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