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15년간 무료 제공하던 서비스에 “돈 달라" 했지만 패소

KT, 한전에 15년간 LSD서비스 무료로 제공
“유료 전환하겠다" 했지만 합의 실패…서비스 중단
KT 기존 이용요금 7억원 청구 vs 한전 “부당"
법원 “유료 약관 적용된다고 볼 수 없어"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KT가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서비스이용 요금 7억원을 내라"며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과거 15년간 무료 제공하던 서비스를 유료 전환하기 위해 협상했던 기간에 대한 과금이 인정되지 않았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성남지원 4민사부(부장 정용신)는 KT가 한전을 상대로 낸 서비스이용대금 소송에서 원고(KT) 패소로 판결했다. 소송 비용도 KT가 부담하도록 했다.

KT는 2006년부터 15년간 한전에 LSD서비스(위치 기반 서비스)를 무상 제공했다. LSD서비스는 발신자가 한전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 때 국번을 입력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인근 고객센터에 연결해 주는 서비스다. 당시 KT는 한전에 LSD서비스를 무상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분쟁은 2020년 9월에 발생했다. KT는 한전에 “다음 달부터 LSD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이후 양측은 요금 조건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결국 2021년 2월에 해당 서비스 제공이 중단됐고, KT는 한전에 협의 기간(약 9개월)의 요금 7여억원을 청구했다.

재판에서 KT 측은 “그동안 한전은 서비스이용 요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유예받은 것"이라며 “2020년 10월부터 유료 전환을 고지했으므로 그 이후부터 요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전 측은 “KT가 아무런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유료 전환 약관을 만들었다"며 “요금 청구는 기존 무상 제공 약관에 반하므로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한전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KT가 한전에 LSD서비스를 무상 제공한 기간, 경위 등을 살펴보면 무상 제공 약정이 성립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KT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새로운 유료 약관이 한전에 적용된다거나, 유료 계약이 체결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KT가 무상 제공을 ‘일시적으로만' 합의한 것에 대해 아무런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KT가 한전이 아닌 다른 이용자들에게 유상으로 LSD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무상 제공 약정이 신의성실 원칙 등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직 이 판결은 확정되지 않았다. KT 측에서 “2심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항소해 2심이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notstr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