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신술, 하루만에 고수 되려면? 실제 상황서 얼어붙지 않도록 연습 또 연습

박준하 2023. 8. 25.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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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에 고수되기] (24) 호신술
흉기 막을 땐 팔의 날 세워서
흉기 든 괴한 피하지 못했다면 의자 등으로 거리 확보
넘어질 땐 머리가 땅에 닿지 않도록

신림동 칼부림 사건’ ‘서현역 칼부림 사건’ 같은 흉기 난동 사태가 연일 벌어짐에 따라 국민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설상가상 칼부림 예고글까지 수백건 올라오며 안전에 대한 위협이 크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이에 호신술을 배우거나 호신용품을 구입해 제 몸을 지키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번 호에선 김형익 한국호신술진흥회 원장(60)에게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간단한 호신술을 배워봤다.

칼 든 괴한을 만나면 의자 같은 주변 도구를 이용해 최대한 거리를 벌리는 게 좋다. 의자를 두 손으로 꽉 쥐고 괴한이 오지 못하도록 밀친다.

“신림동 사건 이후 호신술 교육을 요청하는 사람이 평소보다 3배는 늘어난 거 같아요. 그만큼 시민이 불안해한다는 거죠.”

김 원장은 26년째 경기 안양에서 한국호신술진흥회와 유도·주짓수·체포술·합기도 등을 가르치는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다. 군인, 경찰, 경호원 준비생들도 이곳에서 체포술 등 수업을 듣는다. 그는 1인가구를 대상으로 한 호신술 수업도 다수 진행한다. 그에 따르면 예전엔 꺾기 등 실제로 대응하는 호신술 수업을 많이 했지만, 최근엔 정당방위를 하다가 오히려 피해자가 가해자로 몰리는 일도 있어 되도록 대응보단 피하길 권고한다.

후방낙법
측방낙법 낙법의 핵심은 머리를 바닥에 닿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래야 넘어졌을 때 부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날은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낙법, 붙잡혔을 때 뿌리치는 법, 칼 든 사람 대응 방법 등을 익혔다.

먼저 낙법은 잘 넘어지는 방법을 의미한다. 흔히 유도 같은 무술에서 쓰는 걸로 알고 있지만 익혀두면 실생활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 떨어지더라도 낙법을 쓰면 최대한 부상을 막을 수 있다. 시범 조교로는 강사인 김민재씨(29)가 나섰다.

낙법에는 후방낙법과 측방낙법이 있다. 후방낙법은 뒤로 넘어졌을 때 등으로만 떨어지는 기술이다. 다리와 얼굴은 최대한 들어 올린다. 얼굴은 목을 당겨 빗장뼈 쪽에 붙인다. 측방낙법은 이보다 까다롭다. 몸을 순간적으로 비틀어 넘어지는 방향의 손은 귀 아래에 붙이고 다른 손은 배를 감싸 안는다. 먼저 쓰러진 다리는 그대로 떨어지고 무게중심이 된 다리는 무릎을 세워준다. 이러면 떨어질 때 땅에 닿는 부위가 최소화해 덜 다칠 수 있다. 특히 허리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

“낙법의 기본 원칙은 절대 머리가 땅에 닿지 않게 하는 거예요. 넘어질 때 머리를 땅에 찧어서 크게 다치거나 심하면 사망에 이르기 때문이에요.”

“근데 급할 때 낙법을 바로 적용할 수 있을까요?”

“연습 또 연습이죠. 하지만 낙법을 한번 제대로 익혀두면 자기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머리를 감싸요. 긴급 상황엔 반드시 머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걸 잊지 마세요.”

‘쿵’ 소리와 함께 몸이 세게 바닥에 부딪혔다. 염려 마시라. 차라리 팔이 부러지더라도 머리만 보호하면 살 수 있다. 김 원장은 “어디까지나 절체절명의 순간을 가정한 것”이라고 설명을 보탰다.

칼을 막을 땐 팔의 날을 세워서 막는다(위쪽). 칼을 뺏을 때는 손목과 손바닥을 함께 잡아야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만약 괴한이 손을 갑자기 붙잡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 김 원장은 절대로 정면에서 손을 빼거나 뿌리치려고 발버둥 치지 말라고 조언한다. 이보다 좋은 방법은 일단 잡힌 손끝에 힘을 꽉 준다. 그런 다음 괴한의 측면에 최대한 가깝게 붙는다. 그리고 자신의 무게를 실어 주저앉으라는 것이다. 그러면 무게 때문에 손이 저절로 빠져나간다. 또는 측면에 붙은 상태에서 팔꿈치를 괴한 쪽으로 밀듯이 치면 손이 비스듬하게 빠진다.

“뿌리치는 것보다 이 방법이 좋은 이유가 뭔가요?”

“괴한은 어떤 행동을 할지 몰라요. 최대한 자극하지 않고, 힘을 덜 들이면서 손을 빼내는 거죠. 거세게 저항하다가 더한 부상이 발생할 수 있으니까요.”

이 방법을 쓰면 세게 잡지 않았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팔이 쉽게 빠진다. 강사인 김씨가 기자 손목을 손자국이 남을 정도로 세게 움켜쥔다. 발버둥을 치면 오히려 팔에 상처가 나기 쉽다. 겁나더라도 측면으로 바짝 붙자.

“가벼운 사람도 이 방법을 쓸 수 있나요?”

“웬만한 성인 남성도 여성의 무게를 한 손으로 버티긴 어려워요. 그 점을 노려서 손을 빼내는 겁니다. 이 또한 평소에 여러번 연습해두는 게 좋아요.”

그럼 칼 든 사람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김 원장이 연습할 때 쓰는 고무칼을 꺼내 왔다. 겉보기엔 진검 같지만 만져보면 말랑하다. 하지만 성인 남성이 눈앞에서 칼을 들고 있으니 캄캄해지는 기분이었다.

“사실 칼 든 사람을 대항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빠르게 현장에서 도망치는 겁니다. 직접 맞서거나 가격하려고 하지 마세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근거리에 있다면 의자나 그 사람과 거리를 벌려줄 도구를 이용하세요.”

괴한과는 최대한 거리를 벌리는 게 좋다. 의자를 두 손으로 꽉 쥐고 괴한이 오지 못하도록 밀친다. 이때도 오래 저항하기보단 되도록 빠르게 도망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좋다. 일본에선 ‘사스마타’(U자형 막대)라는 괴한 제압도구를 대중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아직 한국엔 도입되지 않았다. 따라서 주변에 있는 도구를 활용해야 한다.

칼을 당장 막아야 할 땐 괴한의 손목과 손바닥을 함께 잡아야 괴한이 칼을 떨어뜨릴 수 있다. 괴한이 칼로 찌르려고 할 때는 팔의 날을 세워서 막는다. 하지만 이 또한 잠시 시간을 벌어줄 뿐이다. 서 있는 위치는 괴한의 정면보다 측면이 좋다. 공격이 어렵기 때문. 가짜 칼인 걸 알아도 막상 칼이 눈앞으로 다가오면 무서워서 몸이 얼어붙게 된다. 최대한 마음을 차분히 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도 대응법을 배우니 두려움이 조금은 사라졌다. 최근 사람 많은 곳에 가면 두리번두리번하며 주변을 살피는 일이 잇따랐다. 자기 몸을 지키는 법을 알게 되면 불안감이 잦아들고 자신감이 올라가게 된다. 가장 좋은 일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항상 대비해두는 걸 추천한다.

수련을 마치고 체육관을 나가려는데 김 원장이 덧붙인다.

“상황이 정 안되면, 상대 급소와 얼굴, 특히 눈을 노리세요.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이 오면 정당방위 여부를 떠나서 일단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시민들이 호신술을 쓸 일이 생기지 않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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