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미래로 힘들다면… 오늘을 먼저 소중하게 써보길[정신과 의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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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상암동 구석에 서점 '북바이북'이 오픈했다.
내가 북토크를 하러 가서 만난 두 분은 그동안 만나 본 서점 사람의 인상과 달랐다.
경영이 어려워져 한 곳만 남았다는 소식을 마지막으로 잊고 지내던 중 서점을 운영하던 한 분, 김진아(뚜루)의 '오늘도 그림'을 펼쳐 보게 되었다.
뚜루의 '오늘도 그림'은 우리가 얼마나 별것 아닌 일에 자책하고 미래를 불안해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실감하며, 중요한 것은 오늘 하루를 작은 특별함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이란 걸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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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상암동 구석에 서점 ‘북바이북’이 오픈했다. 포털업체에 근무하던 자매가 퇴근 후 맥주 한잔 하면서 책보는 책맥을 제안하며 인기를 끌었다. 내가 북토크를 하러 가서 만난 두 분은 그동안 만나 본 서점 사람의 인상과 달랐다. 사회생활로 다져진 싹싹함, 먼저 다가오는 씩씩함과 외향성, 나까지 밝은 기분이 되게 하는 사람들이었다. 얼마 안 돼 판교와 광화문으로 확장했고, 새로 오픈할 때마다 북토크를 했다. 경영이 어려워져 한 곳만 남았다는 소식을 마지막으로 잊고 지내던 중 서점을 운영하던 한 분, 김진아(뚜루)의 ‘오늘도 그림’을 펼쳐 보게 되었다.
저자는 자신의 실패를 담담히 말한다. 서점을 열심히 하기만 하면 잘 될 줄 알았는데, 사업들이 다 그렇듯 매출이 늘수록 적자도 늘다 결국 문을 닫게 되었다. 사업 실패의 좌절로 아파하고 죄책감에 시달리던 중에 갑자기 시작한 몸의 통증에 찾아간 병원에서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는다. 암에 걸렸다고. 퇴원 후 집에서 누워 지내는 날이 길어졌다. 그러지 않아도 어려워진 서점을 혼자 운영하느라 돌아오면 지쳐 쓰러지기 일쑤인 동생과 지내며 ‘왜 나는 이렇게 삶이 꼬일까’라며 하늘을 원망하며 불행의 늪에 빠진 뚜루를 건진 것은 어이없게도 그림이었다.
그림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좋아하던 사람도 아니었다. 블로그에 끄적이던 서점일기, 서점 앞 칠판에 그렸던 것들을 떠올리면서 침대에서 그리기 시작했다. 동생을 그리다 캐릭터를 만들고 뚜루라고 이름을 붙인다. 신기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매일 그림을 그리면서 기운이 나는 걸 경험하며 ‘초보자를 위한 미션드로잉’이란 밴드를 만들었다. 100일 동안 100개의 그림을 사람들과 그려내는 미션을 완성했다. 이 책은 그 과정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그렇다고 암을 극복한 기적과 같은 이야기는 아니다. 2023년 5월 그녀는 하늘로 먼저 가버렸다.
사업실패와 암 투병, 일 년 남짓 사이에 두 개의 폭탄을 온몸으로 맞은 사람이라면 몸과 마음이 모두 무너져내렸을 것이다. 이럴 때 사람은 뒤를 돌아본다.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알고 싶다. 지난 선택에 후회하고 자책하거나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어지거나 하늘을 원망한다. 그 과정과 동시에 앞으로 얼마나 더 안 좋은 일이 벌어질지 몰라 불안이 잦아지지 않는다. 과거와 미래에 찌부러져 버리기 쉽다. 이 골짜기를 매일 그림을 그리며 빠져나온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찾아내, 오늘 하루 해야 할 것에 몰두하는 힘이 이토록 강력했다. 뚜루는 과거와 미래란 두 개의 두꺼운 벽에 압사하지 않고 힘든 시기를 한 번이라도 더 웃으며 견뎌낼 수 있었다. 뚜루의 ‘오늘도 그림’은 우리가 얼마나 별것 아닌 일에 자책하고 미래를 불안해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실감하며, 중요한 것은 오늘 하루를 작은 특별함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이란 걸 알려준다.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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