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통합·혁신·비전 성과 못낸 이재명 대표 체제 1년

여동준 기자 2023. 8. 25.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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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여동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28일로 대표 취임 1년을 맞는다. 하지만 이 대표 임기 1년 간 당내 통합에도, 혁신에도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한 형국이다. 심지어 대선후보나 당대표로서 이렇다 할 비전도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지난해 8월28일 총 77.77%라는 유례 없는 득표율로 당대표로 당선됐다. 하지만 민주당은 압도적 지지율을 바탕으로 차기 총선 승리를 위한 혁신이나 대안정당으로서의 자리매김하는 대신 이 대표를 위한 '로펌'이 되는 길을 택했다.

이 대표는 대표 당선 뒤 공직선거법 위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정자동 호텔 개발 특혜 의혹 등 수많은 사법적 의혹에 직면했다.

당 일각에서는 해당 의혹들이 이 대표의 개인적 사법 문제인 만큼 당과 분리해 이 대표 개인이 대응하고 민주당은 제1야당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민주당은 당 대변인과 지도부가 총동원돼 이 대표를 엄호했다.

대표 취임 10개월째던 지난 6월에서야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나섰지만 이미 당은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문제로 당내 갈등을 겪은 후였다. 심지어 향후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시 부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전하지만 이를 정리하지도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비이재명계'는 이 대표의 지지자들에게 '수박'으로 불리며 척결 대상이 됐다. 이 대표는 당내 이견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비민주적인 지지자의 행태를 중재하라는 요구에도 미온적으로 대응하면서 또 한번 타이밍을 놓쳤다.

정작 이 대표는 당원의 절대적 지지에 힘입은 당 혁신에도 실패했다. 당내 문제를 깔끔히 처리해 국민으로부터 박수받은 적은 없었고 당내 개혁조차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본인의 사법적 의혹을 의식한 듯 민주당 내 '돈봉투 사건',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가상자산 투자 의혹' 등에 과감히 결단하지 못했고 '민주당은 도덕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발언이 나왔음에도 제지하지 못했다. 최강욱 민주당 의원의 '짤짤이' 발언 등에 대한 징계 절차도 진행될 기미가 없다.

혁신을 위한 혁신위원회를 세웠지만 위원장으로 이래경씨를 임명한 지 7시간만에 철회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이 대표는 "무한책임질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내놓았지만 실제로 책임지는 모습은 없었다. 이후 숙고 끝에 김은경 혁신위원장을 세웠지만 김 위원장의 노인 폄하 논란 등에 대해서도 끝내 입장 표명은 없었다.

김은경 혁신위의 첫 제안인 불체포특권 포기는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조건부로 수용하며 '방탄'의 길을 열어놓은 꼴이 됐다. 혁신위 조기종료와 함께 서둘러 내놓은 혁신안은 당내 갈등의 또다른 소지가 됐지만 또다시 침묵 중이다. 지도부로서 입장 표명보다는 당내 합의를 기다리다가 '대의원제 폐지'를 둘러싼 당내 논란을 방임하고 있다.

이 대표는 개인으로서도 빛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기본사회'를 계속해 외치고 있지만 이 대표의 '나홀로 외침'에 그칠 뿐 정치권의 의제로 띄우는 데 실패했다. 당내에서도 어떠한 토론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에서 '여당 탓'을 할 수도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속 결국 민생을 책임지는 장면도 없었다. 간호법, 양곡관리법 등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이었지만 안전운임제 일몰 등은 막아내지 못했다. 대신 과반의 의석수로 밀어붙인 것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의 패스트트랙 지정, 대장동 50억 클럽에 대한 특검법의 패스트트랙 지정 등이었다.

민주당 당직자는 "지자체에서의 행정과 정당에서의 당무는 분명 다르다"면서도 "당대표로 당선된 지 1년 가까이 된 시점에 아직도 리더십을 보이고 있지 못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이 대표의 리더십을 두고 "시간을 끌다 결국 본인을 위한 이기적인 결정을 내리면서 이를 관철시킬 능력도 부족한 최악의 리더십"이라고 혹평했다.

총선까지 8개월 남은 가운데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나의 정치 생명이 끝난다'고 한 이 대표다. 그에겐 사법리스크와 계파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결단이 필요한 시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가 민주당을 위해 '사즉생'의 각오를 보일 수 있을지가 당의 운명을 가를 최대 변수다.

☞공감언론 뉴시스 yeod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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