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서 자라난 송이버섯이 품은 ‘공생’의 비밀[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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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식물, 그리고 인공지능(AI)에 이르기까지 '비인간'과의 공존이 화두인 시대.
세계적 인류학자이자 포스트 휴머니즘적 관점으로 인간-비인간 관계를 연구해 온 저자는 그 '공존'을 위해 다양한 생물종을 지구 환경사의 주인공으로 인정하자고 제안한다.
저자는 파괴된 땅에서 송이버섯이 저절로 자라난 사실 그 자체가 인간과 다른 생물들의 공생 가능성이라고 본다.
그리고 어느새 생존과 지혜의 대리인으로서의 송이버섯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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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 로웬하웁트 칭 지음│노고운 옮김│현실문화
동물과 식물, 그리고 인공지능(AI)에 이르기까지 ‘비인간’과의 공존이 화두인 시대. 세계적 인류학자이자 포스트 휴머니즘적 관점으로 인간-비인간 관계를 연구해 온 저자는 그 ‘공존’을 위해 다양한 생물종을 지구 환경사의 주인공으로 인정하자고 제안한다. ‘타임스’ 최고의 책(2015)을 비롯해 자연, 과학 등 권위 있는 도서상을 휩쓴 책은 그 낯선 길의 친절한 안내자다. 출발부터 흥미진진한데, 저자가 내세운 주역이 바로 송이버섯이라서다. 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인공재배가 불가능한 버섯. 이것이 현재 인간-비인간 생물이 마주한 위기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책은 1945년 히로시마 원자 폭탄 투하와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후 폐허가 된 이들 지역에 처음 등장한 생물이 송이버섯이었다는 일화를 소개한다. 저자는 파괴된 땅에서 송이버섯이 저절로 자라난 사실 그 자체가 인간과 다른 생물들의 공생 가능성이라고 본다. 특히 책은 송이버섯이 소나무와 벌레, 다른 동식물들과 함께 삶의 관계망을 형성하는 것에 주목하고, 동시에 인간 역시 송이버섯 섭취, 솔방울과 송진 사용 등으로 협력하고 있음을 상기한다. 그리고 이는 경제적·생태적인 붕괴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를 향한 메시지가 된다.
지금, 인류가 취해야 할 가장 바람직한 자세는 “지구의 다양한 생물이 다종의 집합으로서 협력하며 생존”한다는 사실을 알고, 인정하고, 그 과정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인문학·사회과학·자연과학을 넘나들고, 그 교차점에서 어떻게 생존할 것인지 질문하는 책은 인류학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꼽힌다. 또한, 일종의 다종(多種)의 역사 쓰기를 시도했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겼는데, 독자들은 송이버섯 무역 경로를 따라가며 ‘마쓰다케(송이버섯)’ 요리를 즐기는 일본 미식가, 송이버섯 경매 현장, 송이버섯으로 이윤을 남기는 기업가, 캐나다에서 송이버섯을 분류하는 동남아시아 이민자 등 지금껏 만나본 적 없는 자본주의의 구석구석을 탐험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새 생존과 지혜의 대리인으로서의 송이버섯을 마주하게 된다.
그때 곰팡이와 균류 이야기로 시작한 책이 왜 소설처럼 극적으로 변모할 수 있었는지, 어떻게 시대와 개인의 삶에 통찰력까지 줄 수 있는지, 이해하게 된다. “삶이 엉망이 되어갈 때 여러분은 무엇을 하는가? 나는 산책을 한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버섯을 발견한다.” 저자의 자문자답이 곧 우리의 것이 된다. 544쪽, 3만50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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