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뭘 상상하든 그 이상'…트럼프의 경제 공약 보니
내년 11월 미국 대선을 향한 선거전의 막이 올랐습니다. 시작은 공화당이 끊었습니다. 공화당은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첫 대선 후보 토론회를 열고 정권 교체를 부르짖었습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를 비롯해,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등 8명의 쟁쟁한 후보들이 나섰습니다. 가장 주목을 끈 건 기업가 출신으로 38살 최연소 후보인 비벡 라마스와미였습니다.
정치 경력이 전무한 라마스와미는 "나는 정치인이 아닌 기업가다. 그러나 새로운 세대만이 미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아웃사이더가 승리할 것"이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습니다. 그러자 공화당 지지층 사이에서 인기 급상승한 그를 겨냥해 "지금은 견습생을 위한 때가 아니다. 우리는 풋내기가 필요 없다"라거나 "(AI인) 챗GPT 같은 소리는 충분히 들었다. 버락 오바마와 동일한 유형의 아마추어"라는 등의 각종 견제성 발언들이 쏟아졌습니다.
법원 불러 다녀도…어차피 후보는 트럼프?
자신의 업적은 유권자들이 잘 알고 있다며 일찌감치 토론회 불참을 선언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른 일정에 더 바빴습니다. 2020년 미국 대선 당시 조지아주 투표 결과를 뒤집으려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또 다시 기소돼 조지아주 사법당국에 자진 출석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주마다 법률이 다른 미국의 특성상 이번에는 보석금도 20만 달러, 우리 돈 2억 6천만 원 넘게 냈습니다. 이번이 벌써 4번째 기소이지만 공화당 내 그의 입지는 변함이 없습니다.
'모든 수입품에 관세'
파격의 아이콘이었던 그답게 최근 그가 제기한 공약은 상식을 뛰어넘습니다. 바로 '보편적 기본 관세(universal baseline tariff)'입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백악관 입성에 성공할 경우, 모든 수입 제품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방안은 현지 시간 지난 16일 저녁 뉴저지주에 있는 자신의 골프클럽으로 경제 참모들을 불러 대선 때 경제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논의하는 자리에서 거론됐습니다.
트럼프는 이후 실제로 한 보수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외국) 기업들이 와서 자기들 제품을 미국에 덤핑 판매(적정가보다 싸게 판매)하면 자동으로 한 10% 관세를 내야 한다고 하자"고 예시한 뒤 "난 모두가 10%를 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덤핑 여부에 관계없이 한 10% 관세를 매기겠다는 건데, 그의 참모들은 관세 정책이 주요 대선 공약이 될 걸로 예상하면서도 아직 관세율을 확정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세계 경제에 혼돈…미 일자리 사라질 수도"
그럼에도 이런 정책을 고려하는 이유는 뭘까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앞서 세계화와 자유무역으로 중국 등 다른 나라들만 혜택을 입고 미국 노동자들은 피해를 봤다는 주장을 내세워 쇠락한 공업지대인 '러스트 벨트' 표심을 가져오는 데 성공했고 이는 2016년 대선 승리의 발판이 됐습니다. 트럼프 재임 시절 우리나라도 갑작스런 한미 FTA 재협상 요구로 상당한 곤란을 겪은 바 있습니다. 이밖에 이런 관세 정책을 외교 무기로 활용할 거란 분석도 있습니다.
앞서 잠시 언급했지만, 미국 현지에서는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할 거라는 걸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결국 내년 대선도 바이든과 트럼프의 재대결이 될 거라는 게 이곳 분위기입니다. (민주당에서 현직 대통령이 경선에서 진 전례가 없다고 합니다.) 다음 대통령은 바이든 아니면 트럼프라는 얘기인데, 미국 대선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51 대 49의 대결이라 아직 누가 이길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승패는 내년 경제 상황과 바이든의 건강에 달려 있다는 게 대체적 분석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남승모 기자 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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