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이미지 훼손" '곡성'·'곤지암'→'치악산' 개봉마다 발끈하는 이유[이슈S]

▲ 곡성, 곤지암, 치악산 포스터. 제공| CJ ENM, 쇼박스, 도호 엔터

[스포티비뉴스=유은비 기자] 실제 지명을 사용한 공포 영화 제작에 지자체가 반발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영화 '치악산' 개봉을 앞두고 원주시와 영화 제작사가 대립 중이다. '치악산'은 40년 전, 의문의 토막 시체가 발견된 치악산에 방문한 산악바이크 동아리 ‘산가자’ 멤버들에게 일어난 기이한 일들을 그린 리얼리티 호러로 다음달 개봉한다.

▲ \'치악산\' 포스터. 제공| 도호 엔터테인먼트

24일 원주시는 '치악산' 제작사 측에 사실이 아닌 괴담 수준의 내용으로 인해 대표적 관광자원인 국립공원 치악산과 지역에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원주시는 제작사에 영화 제목 변경을 요구했으며 실제가 아닌 허구'라거나 '지역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문구를 영화 도입부에 삽입하도록 하는 등 이미지 훼손을 사전에 차단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주시가 개봉에 앞서 강경한 대응에 나선 것은 영화가 '18토막 연쇄살인'을 주제로 한 치악산 괴담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1980년 치악산에서 18토막 난 시신 10구가 수일 간격으로 발견돼 비밀리에 수사가 진행됐다는 내용의 괴담이다.

원주시는 영화 개봉으로 인해 치악산 한우, 치악산 복숭아·배·사과, 치악산 둘레길 등 지역 고유 상품과 관광지에 대한 이미지에 타격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개봉 전부터 경찰에 '실제 벌어진 사건이냐',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느냐'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고 경찰은 황당하다는 입장과 함께 괴담일 뿐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해당 논란이 확산되자 '치악산' 측은 "원주시와 미팅을 갖고 해당 안건에 대한 논의 중"이라며 "영화를 보면 전혀 그럴 의도가 아닌 걸 알 수 있지만, 제목만 보면 충분히 오해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본편 상영 전 '괴담일 뿐이고 실제 지역과는 관련 없다'는 문구를 추가하기로 협의했다"며 "치악산이 있는 원주시에서 지역 주민들을 모시고 시사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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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역을 소재로 한 영화 때문에 지역사회와 갈등이 빚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개봉한 나홍진 감독의 '곡성(哭聲)'은 외지인이 나타난 후 시작된 의문의 사건과 미스터리하게 엮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개봉 전 지역에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지자체의 항의로 '곡성’의 한자를 병기하고 ‘영화는 곡성 지역과 관련 없는 허구의 내용이다’라는 문구를 삽입한 채 상영하는 것으로 의견을 조율했다.

이에 당시 유근기 곡성 군수는 "영화와 우리 지역이 무관하다고 아무리 주장한들 사람들의 머릿속 연상마저 막을 길은 없다. 우리의 낙천성을 믿고 역발상을 통해 우리 군의 대외적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우리 군으로서는 남는 장사"라며 "행여 영화 '곡성(哭聲)'을 보고 공포가 주는 즐거움을 느낀 분이라면 꼭 우리 '곡성(谷城)'에 오셔서 따뜻함이 주는 즐거움 한자락이라도 담아갔으면 좋겠다"나는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이후 687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을 거둔 '곡성'의 인기에 힘입어 곡성군은 영화 ‘곡성(哭聲)’ 촬영지를 방문할 수 있는 여행 상품을 개발하는 등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발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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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한 곤지암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한 공포영화 ‘곤지암’에 앞서서도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경기도 광주시는 “곤지암 일대에 막연한 심리적 불안감과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며 제목 변경을 요청했으며 2018년 개봉 당시 실제 병원 소유주가 건물 매각에 차질을 줄 수 있다며 상영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가처분 신청은 기각돼 예정대로 영화는 개봉했으나 '곤지암'에는 ‘영화 속 장소·이름·사건 등은 허구’라는 문구가 시작과 끝부분에 두 번이나 삽입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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