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원료로, 부가가치 700배 높인 항생제 만든다

박정연 기자 2023. 8. 25.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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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자연에 풍부한 탄화수소를 원료로 페니실린 등 항생제를 합성할 수 있는 새로운 촉매를 개발했다.

복잡한 항생제 합성 단계를 대폭 단축하고, 저렴한 원료물질로 700배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술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는 장석복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단장 연구팀이 경제적인 니켈 기반 촉매를 이용해 탄화수소로부터 항생제 원료물질인 '카이랄 베타-락탐'을 합성하는 화학반응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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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연구원
(왼쪽부터) 서상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교수, 장석복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단장, 시앙류 IBS선임연구원. IBS 제공

국내 연구진이 자연에 풍부한 탄화수소를 원료로 페니실린 등 항생제를 합성할 수 있는 새로운 촉매를 개발했다. 복잡한 항생제 합성 단계를 대폭 단축하고, 저렴한 원료물질로 700배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술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는 장석복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단장 연구팀이 경제적인 니켈 기반 촉매를 이용해 탄화수소로부터 항생제 원료물질인 ‘카이랄 베타-락탐’을 합성하는 화학반응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이날 국제학술지 ‘네이처 카탈리시스’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현재 시판된 항생제가 포함되는 베타-락탐 의약품은 유용성을 가진 유형만 선택적으로 제조하기 위해 합성과정에서 카이랄 보조제를 추가로 장착시킨다. 합성 단계가 복잡해지고 제조 단가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보조제 제거를 위해 추가로 화학물질을 투입해야 해서 폐기물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또, 베타-락탐은 카이랄성을 가지는데, 이는 구성하는 원소의 종류나 개수가 같아도 완전히 다른 성질을 내는 두 유형의 거울상 이성질체가 존재한다는 의미로 베타-락탐 합성의 해결 과제다. 

연구팀은 앞서 지난 2019년 탄화수소로부터 합성 가능한 '다이옥사졸론'과 새로 개발한 촉매를 이용해 카이랄 감마-락탐을 합성하는 데 최초로 성공했다. 당시 5원환 구조인 감마-락탐은 카이랄 선택적으로 합성했지만 4원환 구조의 베타-락탐을 합성하지는 못했다. 또 이 반응을 위해서는 값비싼 이리듐 촉매를 써야 한다는 한계도 있었다. 베타-락탐은 감마-락탐보다 더 쓰임이 많지만 합성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 제조가 까다롭다.

니켈 촉매를 활용한 항생제 원료물질 카이랄 베타-락탐 합성을 나타낸 그림. IBS 제공

이번 연구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풍부하게 존재하는 니켈 촉매를 이용해 제조가 까다로운 베타-락탐을 카이랄 선택적으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시판 공정에서는 항생제 합성에 필요한 베타-락탐 원료를 8단계에 거쳐 합성했지만 연구진이 제시한 촉매반응은 보조제 장착 및 제거 과정이 필요 없어 약 3단계 정도로 절차를 대폭 단축할 수 있다. 게다가, 원료물질에 비해 합성된 물질은 시장 가치가 700배가량 높아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연구에 참여한 서상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교수는 “니켈과 다이옥사졸론의 반응 과정에서 생기는 니켈-아미도 중간체가 베타 위치의 탄소와 선택적으로 반응해 원하는 베타-락탐 골격을 얻을 수 있다”며 “두 유형의 카이랄 베타-락탐 중 한쪽만을 95% 이상의 정확도로 골라 선택적으로 합성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천연물 등 복잡한 화학 구조의 물질에 베타-락탐 골격을 높은 정확도로 도입하는 데도 성공했다. 기존 의약품 합성 전략보다 간단하게 후보 약물이 될 새로운 물질을 합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를 이끈 장석복 단장은 “페니실린, 카바페넴과 같은 주요 항생제의 골격인 카이랄 베타-락탐을 손쉽게 합성해냈다”며 “유용 물질의 합성과정을 간소화해 산업에 이바지하는 동시에 신약 개발을 위한 다양한 후보물질 발굴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이랄 베타-락탐 합성법의 응용을 나타낸 그림. IBS 제공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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