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美서 씽씽 달리는데…수익성은 '빨간불', 왜?

이태성 기자, 이세연 기자, 정한결 기자 2023. 8. 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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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IRA 발효 1년, 무엇이 달라졌나 (上)
[편집자주] '바이드노믹스'의 대표 정책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1년이 지났다. IRA는 글로벌 공급망을 빠르게 재편하면서 기업에 변화를 강요했다. IRA 1년간 한국 기업에 생긴 변화, 그리고 앞으로의 숙제 등을 짚어본다.
"미국 투자 전세계 1위"...IRA가 바꾼 한국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추진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시행 1년을 맞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법은 미국의 일자리 및 경제 성장의 가장 큰 동력 중 하나"라고 자찬했다. 실제로 IRA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잡는데 실패했지만 원자재 공급망 구축과 일자리 창출에는 성공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한국은 미국이 IRA로 성과를 내는데 가장 큰 도움을 준 국가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8월 이후 현재까지 발표된 외국기업의 대미 투자 계획 중 1억달러(약 1340억원) 이상 규모를 집계한 결과, 한국 기업이 내놓은 프로젝트가 20건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기업들의 프로젝트가 19건으로, 유럽 전역의 투자 약속보다 한국이 더 많다.

한국이 이처럼 미국에 적극적으로 투자한 것은 양국이 경제·안보 측면에서 깊게 연결돼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미국은 한국의 두번째 수출국이다. 한국은 미국에서 원유, 천연가스 등을 수입하고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를 수출한다. 지난해 대미 수입 중 31.8%가 원유와 천연가스였다. 미국이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고려한다면 동맹국인 한국은 1순위가 될 수밖에 없고, 한국 역시 미국과 분리가 불가능하다.

미국이 공급망 구축에 성공했다면 한국은 얻은게 뭘까.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것은 국내 배터리 업계다. IRA는 미국 내에서 생산·판매한 배터리 셀·모듈에 일정액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다. 미국 현지에서 생산된 배터리 셀은 킬로와트시(kWh)당 35달러를, 모듈은 kWh 당 10달러의 의 세액공제 혜택이 적용된다. 한국 배터리회사들은 미국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보조금을 수령해 이익을 얻고, 배터리 시장도 선점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단독 및 합작법인을 통해 오는 2026년까지 모두 14개 생산거점을 구축할 계획이다.

반면 자동차 업계는 IRA로 고전하고 있다. IRA의 핵심 조항은 북미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에만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세액공제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다. 전세계 자동차 3위 시장인 미국에서 전기차로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공장 설립이 불가피해졌다. 공장이 설립될 때까지는 가격 경쟁력 확보도 쉽지 않다.

국가적으로도 숙제가 생겼다. 한국 기업의 해외 투자가 늘어나는 만큼 국내 투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각국이 기업의 '리쇼어링'에 신경을 쓰고 있는데, 한국은 정 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EU도 IRA와 비슷한 법안을 준비 중이다.

김봉만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본부장은 "IRA로 인해 각국 정부가 자국 내 공급망을 가지고 오거나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했다"며 "기업은 정부간 경쟁을 잘 활용해 이익을 챙겨야 하고 정부는 각국의 정책들로 인한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라고 밝혔다. 또 "한국에서 일자리가 빠져나가지 않게 국내 산업환경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IRA 효과 톡톡히 누리는 K-배터리…앞으로도 최대 수혜자 되려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K-배터리에 그야말로 대호황을 가져다줬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 미국 수출이 1.5배 넘게 늘었고, 한국 배터리 3사는 세액공제 수혜로 실적이 개선됐다. 원자재의 중국 의존을 낮추는 것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지만, 한국 배터리 업계는 IRA가 가져온 이차전지 열풍을 누리는 중이다.

21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양극재 미국 수출액은 미국 수출액은 지난해 6억6100만 달러(약 8624억670만원)에서 18억3600만 달러(약 2조4000억원)로 178% 성장했다.

배경엔 지난 16일 발효 1년을 맞은 미국 IRA가 있다. 미국 정부는 양극재와 음극재를 배터리 부품이 아닌 핵심 광물과 같은 '구성 소재'로 분류했다. 이 덕분에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한 한국에서 양극재를 생산한 경우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등 소재사들은 IRA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소재기업이 IRA의 수혜를 받으며 올 상반기 동안 국내 주식 시장에서 주도주로 부상했다. 이들 기업들은 잇따라 투자계획을 내놓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국내 양극재 생산 능력을 꾸준히 늘려 오는 2030년까지 100만t 생산 능력을 구축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SKC는 동박이 핵심광물 편입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내부적 대응전략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국내 배터리사는 생산세액공제액(AMPC) 수혜로 실적 개선을 현실로 이뤄냈다. 국내 배터리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가 올 상반기 받은 세액공제 혜택은 총 3782억원으로 집계된다. AMPC는 올해부터 미국 내에서 생산 및 판매한 배터리 셀/모듈에 일정액의 보조금(셀 35달러/kWh, 모듈 10달러/kWh)을 받을 수 있는 법 조항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 상반기 IRA 세액공제 예상 금액 2112억원을 실적에 반영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세워 미국에 연산 40∼5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설립했다. SK온도 1670억원의 AMPC 효과를 2분기부터 합산했다. 아직 북미에 가동 중인 공장이 없는 삼성SDI는 2025년을 기점으로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K-배터리의 적극적인 투자가 계속되며 세액공제 혜택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증권가에선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이 되면 11조3000억원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고 추정한다. SK온은 오는 2025년 5조5800억원 규모의 AMPC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핵심 광물 조달을 금지하는 해외우려단체(FEOC)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아직 확정되지 않는 등 불확실성도 크다. 핵심 광물의 탈중국과 공급망 다변화는 여전한 숙제로 남아있다. 한국은 지난해 양극재 핵심원료인 수산화리튬의 90%를 중국에서 들여오는 등 중국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는 지난 6월 미국에 FEOC 정의를 명확히 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배터리 산업이 공급망을 자국에 구축하고, 탈중국화를 하려는 움직임은 앞으로도 IRA 수혜를 지속해서 받을 수 있는 핵심이 될 것"이라며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려운 만큼 IRA 규제를 원활하게 넘기고, 장기적으로는 공급 다양화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현대·기아차, IRA에도 상반기 美전기차 점유율 '2위'…수익성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1년이 지났지만 국산 전기차의 대미 판매량은 꺾이지 않았다. 그러나 상업용 차량 판매를 늘리면서 수익성이 떨어졌고, 최근 시작된 전기차 가격 전쟁으로 더 악화할 전망이다.

22일 현대자동차그룹에 따르면 올해 1~7월 현대차·기아의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23.7% 증가한 4만8842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판매량의 84%를 7개월 만에 채웠다. 전월 대비 들쑥날쑥하던 월별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올해 들어 꾸준히 상승세다. 지난달에는 1만385대가 팔리면서 5월(8105대)과 6월(8835대)에 이어 세달 연속으로 월간 최다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현대차·기아 합산 월간 전기차 판매가 1만대 돌파한 것도 최초다. 상반기 점유율은 미국 시장 2위다.

IRA가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당초 예상됐던 충격에 비해 선방했다. 미국 정부는 IRA에 따라 북미 지역에서 최종 조립된 차량에만 세액공제 형태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상업용 차량에 한해 예외조항이 적용된다. 모든 전기차를 한국에서 생산하는 현대차는 이에 지난해 12월부터 상업용 차량 비중을 확대해왔다. 당시 약 5%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30%로 끌어올렸다. 전기차 판매량도 이와 함께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판매량과 시장 내 지위는 유지했지만 수익성이 문제다.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기존 완성차업체들은 아직 전기차로 수익을 많이 내지 못한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차가 전기차 한 대당 벌어들인 수익은 927달러(124만원)에 그쳤다. 테슬라(대당 9574달러)를 제외하고는 수익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테슬라마저 최근 전기차 가격 전쟁을 시작하며 수익성이 나빠졌다. 현대차 역시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객 제공 인센티브 확대 방침을 밝힌 상황이다. 그러나 IRA 여파로 상업용 차량 비중을 늘려 타격이 보다 클 수밖에 없다. 상업용 차량은 렌터카·카셰어링(공유차) 등 법인에 대량 판매하는 플릿(fleet) 방식을 통해 거래된다. 할인이 많이 적용돼 일반 소비자 판매보다 수익성이 좋지 않다.

중고차 시장에서 향후 플릿 차량이 대량으로 풀리면서 가격 하락과 함께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기아의 '차량 제값 받기' 등 이미지 제고 전략의 의미가 퇴색되는 셈이다. 현대차는 관련 리스크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손해는 불가피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무래도 소매 판매보다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일단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수익성을) 양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실제로 미국에서 상업용 차량 판매량을 줄여왔다. 2016년에는 그 비중이 26%였지만 2021년 6%, 지난해에는 2.2%로 감소했다. 전기차도 5%에 그쳤지만 IRA 때문에 늘리게 됐다. 시장 전망도 밝지 않다. 현재 미국 신차 판매 중 리스는 20% 수준으로, 코로나 전인 2019년(30%)에 비해 크게 줄었다. 경기 침체로 리스 부담이 커지자 계약을 조기 종료하는 소비자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다만 전기차의 경우 리스가 약 1000만원에 달하는 IRA 보조금 덕분에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전기차 경쟁이 더욱 거세지면서 수익성도 나빠진다는 것이 업계의 시선이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자동차 가격이 오르면서 버틸 수 있었지만 하반기부터는 당연히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업체들이 보고 있다"며 "2년 반 동안의 호시절은 끝났다"고 말했다.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이세연 기자 2counting@mt.co.kr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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