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남’ 전혜진 “밝은 역할요? 남편 이선균씨 만큼은 못하죠”[스경X인터뷰]

하경헌 기자 2023. 8. 25.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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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남남’에서 김은미 역을 연기한 배우 전혜진. 사진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데뷔한 지 25년이 다 되는 배우도 매번 알을 깨고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익숙한 이미지, 내용, 캐릭터를 벗어나 늘 자유롭게 광야를 내달리고 싶은 것을 보면 배우 역시 아티스트와 다름없다. 배우 전혜진은 드라마 ‘남남’을 만나 그 자유를 오랜만에 느꼈다.

전혜진은 지난 22일 막을 내린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남남’에 출연했다. 역할의 이름은 ‘엄마’인 김은미지만, 그에게서 엄마라면 응당 느껴져야 하는 전통적인 중력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는 마치 중력을 벗어난 우주선처럼 자유롭다. 마음껏 웃고, 떠들고, 화내고, 울었다.

“작품을 고를 때 대본도 보고, 감독님도 보지만 역시 캐릭터가 중요한 것 같아요. 물론 그 전의 작품들이 좋았지만, 저도 목마른 부분이 있었죠. 어떤 작품이 잘 되면, 계속 그런 이미지의 배역이 오잖아요. 이번에는 사랑스러운 모습이나 다양한 모습이 있어 기대를 했죠.”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남남’에서 김은미 역을 연기한 배우 전혜진. 사진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조금 더 날 것의 표현으로 전혜진의 심정을 전하자면 “와, 죽인다”였다. 웹툰 원작을 통해서도 화제가 됐던 모녀의 관계였다. 엄마 김은미는 철없고, 모성애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제멋대로였지만 딸 김진희(수영)은 조금 더 사려 깊고 차분하며 장녀의 느낌이 완연했다. 안 그래도 아슬아슬했던 ‘엄마’의 이미지와 김은미의 동거는 은미가 자위행위를 하다가 딸에게 들키는 장면에서 완전히 부서진다.

“‘아, 이런 부분을 건드리기도 하는구나’ 싶어서 더 좋았던 느낌이에요. 과거의 은미가 이랬으니까, 현재 남자가 없으니까 등의 이유가 아니라 이런 지점을 이야기하는 드라마가 처음이었던 거죠. 하지만 막상 연기하려고 하니 우려도 됐어요. ‘과연 어떻게 표현이 될 수 있을까’ 싶어서요. 하지만 감독님은 다 그림이 있으신 것 같아서 오히려 세게 갔어요. ‘이 정도는 가야 해요’ 그랬죠. ‘엄마도 이럴 수 있다. 나도 여자야. 너도 하잖니. 그래서 밥은 먹었니?’ 말할 수 있는 인물이었어요.”

걸그룹 댄스를 좋아하고, 술을 좋아하며, 남자를 바꿔가며 만나는 자유로운 캐릭터인 은미를 몸에 붙이면서 전혜진 역시 사람 공부를 많이 하게 됐다. 극의 초반 팬티를 훔치는 남성을 응징할 때나 머리채부터 휘어잡는 장면에서는 카타르시스도 느꼈지만, ‘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싶은 장면도 있었다. 특히 중반 이후 진희의 친부 박진홍(안재욱)이 나오는 장면에서부터였다.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남남’에서 김은미 역을 연기한 배우 전혜진(왼쪽)의 출연장면. 사진 KT스튜디오 지니



“전혀 모르던 상황에서 아빠가 와서 이제 와서 ‘아빠짓’을 하려고 하네? 싶은 생각은 들었어요. 그런데 딸에게 ‘너는 신경 쓰지마’라고 말하는 톤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몰랐어요. 그 대사가 수시로 들어오기에 좀 빼기도 했거든요. ‘와, 진짜 대단한 여자구나’ 생각을 하게 됐어요.”

‘남남’은 남다른 모녀의 성장기를 다뤘지만, 주변에서 전혜진의 자유로운 연기를 받쳐주는 동료, 후배들이 있었기에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전혜진은 안재욱과 수영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안재욱은 극 중 김은미의 말처럼 ‘등신 같은’ 남자였다. 은미를 안쓰러워하고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따르는 모습이 볼 때마다 웃음이 났다. 수영은 완전 진희 같았다. 모녀연기를 해서가 아니라 이번 작품을 통해 수영이라는 배우를 진짜 좋아하게 됐다.

“저도 아들 둘을 키우고 있지만, 아빠는 모르는 딸과 엄마 사이의 그 관계가 있거든요. 이번 작품을 통해 그 관계의 다양한 부분이 다채롭게 드러나서 정말 좋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도 많은 연기를 하면서 제 안에 어떤 틀을 깨부수는 재미가 있었다고 생각하고요. 정말 오랜만에 촬영현장에서 어떤 행동을 해도 이해받는 촬영이었어요. 무슨 짓이든 하고 ‘은미한 건데?’하면 다 이해해주셨어요.(웃음)”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남남’에서 김은미 역을 연기한 배우 전혜진 출연장면. 사진 KT스튜디오 지니



1998년 영화 ‘죽이는 이야기’로 데뷔, 오랜 경력을 쌓아오면서도 경찰 역할만 유독 5번이나 맡아 ‘경찰 역 전문배우’라는 칭호를 얻기도 했다. 공권력을 짊어지는 일은 그만큼 차가워야 하고, 차분해야 했다. 배우로서는 보이지 않는 철창에 갇히는 일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이 정도일지는 모르지만 신나게 하는 작품이 있었으면 해요. 밝은 분위기에 자신감을 얻어 ‘코미디도 한 번 해볼까?’하는 생각도 들었죠. 앞으로 밝고 재밌고,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 사람만의 뭔가가 있는 캐릭터를 계속하면 좋겠어요.”

‘밝은’ 캐릭터라 하니 자연스럽게 남편 이선균이 최근에 맡은 영화 ‘킬링로맨스’의 조나단이 떠오른다. 정말 어떤 밝음의 끝 간 데를 가봤던 남편의 캐릭터. 전혜진은 이런 스타일도 품을 수 있을까.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남남’에서 김은미 역을 연기한 배우 전혜진. 사진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남편의 연기도 재밌게 봤는데, 남편이 제게도 ‘네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연기를 좀 하지 그랬어’ 그러더군요. ‘킬링로맨스’요? 그 정도까지는 안 될 것 같아요. (얼굴을 감싸 쥐며) 그런 건 하기 싫어요.”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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