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이라는 세계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2023. 8. 25.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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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기자들이 직접 선정한 이 주의 신간. 출판사 보도 자료에 의존하지 않고 기자들이 꽂힌 한 문장.

손 안에 갇힌 사람들
니컬러스 카다라스 지음, 정미진 옮김, 흐름출판 펴냄

“그 멍텅구리 물건 좀 그만 들여다보고.”

우리는 대부분 손 안의 핸드폰에 갇혔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안다. 거대한 기술 기업이 사용자들의 중독을 유도했다는 것도, 그들의 알고리즘이 10대들을 죽이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데이터가 나왔지만 수익을 고려해 외면했다는 사실도 안다. 하지만 모두 편안하게 무감각해져서 변화를 알아차리지도, 신경 쓰지도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미국의 중독 전문가이자 임상 심리학자인 카다라스 박사는 이러한 시대에 맞서 우리의 이성을 회복할 해법으로 고대 철학을 가지고 온다. 먼 이야기 같지만, 안간힘을 써야 한다는 메시지가 남는다.

망설이는 사랑
안희제 지음, 오월의봄 펴냄

“어떤 열정도, 사랑도 경멸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아주 힘이 세다.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은 물론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팬과 아티스트가 주고받는 마음을 단순히 아이돌 산업이 만들어내는 상품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케이팝은 해롭다고 여기던 연구자가 우연한 계기로 팬이 되면서 책은 시작된다. 케이팝은 늘 논란이 뒤따랐다. 그룹 해체부터 멤버 퇴출, 소속 가수에 관한 무성한 소문들까지. 사이버 레커와 소설미디어 플랫폼이 결합한 논란의 네트워크 아래에서 팬들은 온갖 혼란과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비합리적이라는 편견 너머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망설이고 주춤하는’ 아이돌 팬 10명과 한 인터뷰를 풀어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관한 하나의 답이다.

집으로 가는 먼 길
루이즈 페니 지음, 안현주 옮김, 피니스아프리카에 펴냄

"퍼즐의 거대한 조각이 사라졌거나 적어도 그럴 참이었다."

애거사 크리스티, 조르주 심농의 소설을 탐닉하던 소녀는 기어코 추리소설가가 됐다. 라디오방송국에서 18년간 일한 이후 뒤늦게 펜을 잡은 그의 데뷔작 〈스틸라이프〉는 앤서니상부터 캐나다·영국 추리작가협회상 등 5관왕의 영예를 안겼다. 캐나다 퀘벡주의 목가적 풍경 위에 펼쳐진 타살의 흔적. 루이즈 페니의 페르소나인 ‘아르망 가마슈’ 경감은 신중하게, 하지만 추적자 특유의 본능으로 죽음의 이면을 파헤친다. 이번 책은 경찰에서 은퇴한 가마슈 경감이 아름다운 마을 ‘스리파인즈’를 떠난 한 남자의 행적을 뒤쫓는 이야기다. 그의 여정은 어딘가 기이하다. 그 끝은 죽음일까? 혹은 새로운 시작일까? 저자 특유의 유려한 문장이 더 성숙했다.

이름보다 오래된
문선희 지음, 가망서사 펴냄

“야생동물들의 목에 현상금이 내걸렸다.”

고라니의 목숨값은 3만원이다. 고라니는 약 1만5000원어치 농작물을 먹은 혐의로 3분에 한 마리씩 총에 맞아 죽는다. 유해동물 구제사업으로 살해되는 고라니는 매년 18만 마리. 그뿐 아니다. 로드킬 당하는 고라니만 어림잡아 한 해 6만여 마리다. 너무 흔한 이 동물은 한국과 중국 일부에만 사는 토착종으로 세계자연보전연맹이 구분하는 멸종위기 ‘취약’ 수준에 올라 있다. 그런데 정말 흔한가? 책에 실린 고라니의 초상 50여 점과 가만히 눈을 맞추다 보면 내가 고라니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단 한 마리도 똑같지 않다. 고유함 안에 존엄이 깃들어 있다. 더 많은 사람이 〈이름보다 오래된〉을 펼쳐 그들과 눈을 맞추면 좋겠다.

만화로 보는 피스톨 스토리
푸르공 글·그림, 한빛비즈 펴냄

“총을 쏘는 사람과 총에 맞는 사람이 있습니다.”

‘밀덕(밀리터리 덕후)’이라면 반길 책이 나왔다. 브라우닝 M1900, 발터 PPK, 콜트 M1911, 베레타 92, 시그사우어 P320 등 유명하고 악명 높은 총기들을 소개하고 각각의 총에 얽힌 비화들을 만화로 엮었다. 구독자 약 43만명에 달하는 밀리터리 유튜브 〈샤를의 군사연구소〉를 운영하는 이세환씨가 감수했다. 밀덕이 아니더라도 한번 읽어볼 만한데, 단순히 총기에 대한 동경만 심어주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권총은 발전을 거듭해 휴대성과 정확성, 그리고 파괴력을 향상시켜 왔다. … 그러나 그것은 어떤 의미일까? 인간이 최선의 노력으로 인간을 죽이고 있다는 뜻인가?”

아는데 모르는 나라, 일본
박탄호 지음, 따비 펴냄

“알고 보면 두 배로 재미있다.”

일본에서는 시내버스를 왜 뒤로 타고 앞으로 내려야 할까? 도쿄 대중목욕탕에 후지산 그림이 그려져 있는 건 왜일까? 규슈의 보행자 신호등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의 정체는 무엇일까? 원래 교환학생으로 1년만 살다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어쩌다 10년 넘게 일본에 눌러 살고 있는 저자는 이런 사소한 질문들이 궁금했다. “일본인의 정체성과 역사, 전통, 예절, 정치, 한·일 관계와 같은 심오한 주제를 논하지는 않”지만 막상 일본 여행을 가는 사람들에게는 그 어떤 책보다 더 재미있고 실용적일 책이다. 저자가 직접 찍은 빼곡한 사진도 이해를 돕는다.

시사IN 편집국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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