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지금은 덜 먹고 더 움직일 때[내 건강의 만사혈통]

박효순 기자 2023. 8. 25.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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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전혜진 이대대동맥혈관병원 혈관건강관리센터장(가정의학과 교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고,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과 만성질환과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다. 국내 인구를 대상으로 한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서도 코로나19 유행을 겪으면서 만성질환과 정신건강이 악화되었다고 보고했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과 함께 국내 만성질환 통계에서도 30세 이상 전체 성인의 26.8%가 고혈압, 13.2% 당뇨병, 26%가 고콜레스테롤혈증을 진단받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비감염성질환인 만성질환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한 삶과 웰빙을 위한 글로벌행동계획(Global Action Plan)을 수립하고 2025년까지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25% 줄일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만성질환 예방 및 관리를 위한 우리나라의 의료 현실은 어떠한가?

전혜진 이대대동맥혈관병원 혈관건강관리센터장

“혈압이 높으시네요. 약을 처방해 드리겠습니다.” “혈당과 당화혈색소 수치가 높으시네요. 약을 드리겠습니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시네요. 약을 드릴께요.”

증가된 이상 수치 결과에 따라 약을 처방하기 바쁘다. 하지만 처음 만성질환과 관련하여 처방을 받게 되는 환자들이 아무런 거부감 없이 약을 받고 있는가? 고혈압 환자의 28.7%는 본인이 고혈압 환자인지 인지를 못하고 있고 고혈압 환자의 66.8%만이 약을 복용하고 있고 고혈압 환자 중에 목표혈압에 도달한 환자는 48.7%에 불과하다. 당뇨병과 고콜레스테롤혈증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3분의 1 정도의 만성질환자들이 본인의 상태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고 그 중에서도 목표에 도달해 있는 환자는 반 이하인 것이다. 이와 같은 수치들은 임상에서 환자를 보면서도 비슷하게 느낀다(표 1).

주요 만성질환의 인지율, 치료율, 조절률.

2021년 비만 팩트시트(2021 Obesity Fact Sheet)에 따르면 최근 11년간 비만 유병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비만 유병률은 36.3%였고 남자에서 비만 유병율은 46.2%로 앞에서 언급한 만성질환보다 더 높았다. 비만은 단순히 미용적인 문제가 아닌 동반질환의 발생을 높일 것으로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실제로 정상 체중에 비해 비만인에서 2형 당뇨병 발생률이 2.6배 증가하는데 생애전환기 40세를 기준으로 비만할 경우 당뇨병 발생위험은 5.1배, 심근경색과 뇌졸중의 발생위험은 모두 1.7배로 상승한다고 했다.

미국당뇨병학회(ADA)의 2023년 당뇨병 표준진료 지침에 따르면 10% 이상 지속적으로 체중감량을 하면 2형 당뇨병의 완전 관해와 장기적인 심혈관질환의 유병률과 사망률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조절되지 않는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이미 혈관에 합병증이 발생해서 다시 질환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해야 하는 2차 예방을 위한 엄격한 관리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약을 먹지 않고 “살만 빼면 되겠구나” 착각하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되겠다. 하지만 적어도 모든 만성질환을 진단받은 환자들은 나의 비만도를 고려해보고 생활습관에서부터 고칠 것은 없는지 찾아야 할 때임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먹는 것은 덜고, 움직임은 더 해야 하는데 ‘덜 움직이고 더 먹으면서’ 무엇을 더 먹으면 혈압이 내려가고 당 조절이 더 잘 되고 살이 빠질 수 있는지 오늘도 채널을 돌리고 어느새 나도 모르게 결제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최근 모 방송사 프로그램 촬영을 하면서도 설탕을 끊어 2주 동안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확인해보니 더 극명하게 혈액검사와 체중에서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제가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그냥 설탕 하나 끊었을 뿐인데…” “저야 간식만 안 먹었을 뿐인데, 정말 이 결과가 제 결과인가요?”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사례자들을 통해 평소 먹는 것을 조금만 통제하더라도 우리는 훨씬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음을 느낀다. 비만을 주소(주요 소견)로 살을 빼기 위해 환자들이 오기도 하고, 만성질환자가 처방을 받기 위해 왔을 때 체중감량의 필요성을 설명하기도 한다. 이러한 환자들을 만날 때 내가 가장 먼저 환자에게 던지는 질문은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이 잘 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다. 무엇을 먹을까를 고민하기 전에 조금 덜 먹고 조금 더 움직일 때이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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