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부부의 틀니 이야기[의술인술]
*글·감세훈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치과 교수
늘 함께 병원에 같이 다정하게 오시는 80대 환자 부부가 계시다. 할아버지가 먼저 오래 전 제작한 틀니(총의치)가 불편하시다며, 새로 제작하고 싶다고 하셨다. 오랫동안 쓰신 탓에 헐거웠던 틀니를 새로 맞추니, 이전보다 너무 좋다고 하셨다. 드시고 싶은 음식들 다 드실 수 있고, 말씀도 잘 하신다고 했다.
할머니는 이전에 쓰던 부분틀니(국소의치)를 새로 맞추고 싶어 하셨는데, 6개 남은 치아 중 2-3개는 상태가 나쁘고, 2-3개는 다시 씌워서 국소의치를 제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할머니는 6개월의 고심 끝에 할아버지가 하셨던 틀니(총의치)를 하시겠다고 결정하셨고, 치료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남아 있던 치아를 발치하고, 총의치를 제작하였다. 순탄히 진행되어 예쁜 모양의 틀니가 나왔으나, 그때부터 환자분이 생각지 못한 불편감을 호소하셨다. 성당에서 성가를 불러야 하는데, 위 틀니가 너무 잘 떨어져서 불편하고, 사람들과 대화의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다는 말씀이셨다. 제작 당시의 유지나 지지는 양호한 편이라고 생각했으나, 구개의 떨림이나 입안의 공기의 흐림이 노래를 부르는 작업에는 총의치가 불편한 점이 예상치 못하게 발생한 것이다. 그 후 총의치를 수리하고 보강하여 사용하시기 시작했으나, 환자분이 남편분처럼 편하게 사용하시지 못하는 것 같아, 임플란트 ‘피개의치(일플란트 틀니)’로의 전환이나 제작을 권유 드린 상태다.
개개인의 차이나 특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가족이나 지인의 권유로, 또는 매체의 권유로 이러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 특히나, 치과 치료 중 틀니같이 변화가 큰 치료를 노년기에 처음 하게 되는 경우라면 적응에 어려움이 더 커질 수 있다. 치료 방향의 선택에 있어서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한 순간이 아닐까?
통상적으로 틀니(의치)는 만 65세 이상에서 건강보험이 적용이 되는 총의치와 국소의치가 있다. 총의치는 치아가 전부 없는 상태를 대체하는 것으로, 잔존치아가 남아 있는 국소의치에 비해 유지나 지지가 약간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최근에는 만65세 이상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임플란트 치료를 복합하여, IARPD(임플란트 국소의치)로 추가적인 지대치를 마련하여, 의치의 유지나 안정을 추가적으로 얻는 방법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 특히 건강보험치료로 인해서 환자분들이 비용 부담이 많지 않은 선에서 이용해 볼 수 있어서 한국치과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치아가 하나도 없는 경우, 틀니(총의치)가 불편하다면, 임플란트 다수를 이용해서 임플란트 피개의치나 임플란트 고정성 의치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주요한 유지나 지지를 일반적인 틀니와는 다르게 잇몸이나 구개에서 얻지 않고, 임플란트를 이용해서 틀니가 잘 탈락하지 않게 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통상적인 틀니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분이라면, 고려해 볼만 하다. 이러한 추가적인 유지나 지지를 임플란트 피개의치에서는 자석이나 볼, 단추, 바와 클립 같은 여러 형태로 얻게 되고, 이러한 장치도 개인의 요구와 조건에 따라 선택하게 된다.
임플란트 고정성 의치는 쉽게 생각하면, 틀니를 악골에 고정된 임플란트 나사로 직접 체결하여, 탈착을 개인이 집에서는 하지 않아도 되는 틀니의 형태로서, 의치 탈착이 어려운 경우에 고정성 보철물과 유사한 형태로 제작해서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이런 경우에는 임플란트 치료가 건강보험에 해당되지는 않아서, 비용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보셔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치과계에서는 임플란트가 널리 보급되어, 어느 치과를 방문해도 수준 높은 임플란트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환자의 건강에 따른 문제 또는 투약과 관련하여 주의하거나 실행이 가능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는 건강에 대한 평가가 면밀히 필요하며, 치과 외에 다니고 있는 내과·신경과나 정형외과·신경외과 등이 있다면, 이에 대한 의학적인 평가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암이나 뇌졸중, 치매 등 다른 중증질환으로 구강 상태를 돌보지 못하고, 구강건강이 급격히 나빠진 환자의 경우에는 건강 상태도 나쁘고, 새로운 치과보철치료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져서 환자나 보호자가 기대하는 수준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요양병원에 봉사활동을 나가보면, 환자의 입안이 아니라 병실 침대 옆 서랍에서 보게 되는 주인을 잃어버린 틀니를 쉽게 볼 수 있어서 마음 한 켠이 아프기도 하다.
정보 홍수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다양한 광고와, 여러 매체에 넘쳐나는 정보들, 지인의 경험에 따른 이야기 등을 통해 틀니(의치)의 치료에 대해서도 많이 경험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 치료 방향에 대해 치과 방문 전 결정을 하시지 말기를 부탁드린다. 치과에서 본인의 경험이나 앞으로 요구나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잘 나누어보시고, 본인에게 맞는 치료를 치과 의료진과 함께 찾아보신다면, 나에게 꼭 맞은 틀니(의치)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나에게 잘 맞는 틀니(의치) 치료를 한다면, 틀니(의치) 치료 후 후회를 하거나 아쉬워하는 일이 적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늘보다 내일은 맛있는 걸 먹고, 환하게 웃고, 즐겁게 노래도 부르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건강한 분들이 더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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