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낮아진다더니'…미국 장기채ETF 부진에 투자자 '울상'

최성준 2023. 8. 25.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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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국 금리 하락 전망에 장기채 투자 수요↑
전망과 다르게 금리 상승하며 성과 곤두박질

올해 초 미국 기준금리가 하향 안정화할 것이란 전망에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수요가 급증했다. 그러나 예상을 벗어난 금리 상승으로 장기채 ETF의 수익률이 곤두박질치자 투자자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머지않았다며 장기채 ETF 투자 가치는 아직 높다고 조언한다.

/그래픽=비즈워치

미국 금리 상승에 채권 가격 하락세

25일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미국 국채 30년물 수익률은 4.4033%로 연초 3.9697%에서 0.4336%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미국 채권 금리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의해 오름세를 보였다. 작년 10월에는 4.3817%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그러나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시장에서는 추세적 인하를 예상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미국 장기채 금리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미국 국채 30년물 수익률 추이/그래픽=비즈워치

고금리 기조가 종료되고 올 하반기부터 금리가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자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장기채 투자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기에 향후 금리가 하락하면서 채권 가격이 상승하면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투자자들은 가격 변동성이 큰, 듀레이션이 긴 장기채권에 주목했다. 듀레이션은 채권에 투자한 원금을 회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듀레이션이 길수록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성이 크다.

실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초부터 지난 22일까지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주식 1위, 3~4위는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ETF였다.

국내 투자자는 20년물 이상 미국 국채에 3배 레버리지 상품인 'DIREXION DAILY 20+ YEAR TREASURY BULL 3X SHS ETF(TMF)'를 8억8512만달러 순매수했다. 20년물 이상 국채에 투자하는 상품인 'ISHARES 20+ YEAR TREASURY BOND ETF(TLT)'는 2억2274만달러 사들였으며, TLT에 커버드콜 전략을 가미한 'ISHARES 20+ YEAR TREASURY BOND BUYWRITE(TLTW)'는 2억4828만달러 순매수했다.

미국 장기채 투자 수요가 늘어나면서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듀레이션을 늘린 장기채 ETF를 연이어 출시하기도 했다.

일반적인 장기채 ETF의 듀레이션은 17~18년 수준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듀레이션이 33.6년인 'ACE 미국30년국채선물레버리지(합성 H)'를 출시했으며,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듀레이션이 긴 스트립채권에 투자해 듀레이션이 27~29년 수준인 'TIGER 미국채30년스트립액티브(합성 H)'를 상장했다.

다만 당초 전망과 달리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까지 이어지면서 채권 수익률은 상승했고, 뒤따라 장기채 ETF의 수익률은 고꾸라졌다.

연초 이후 TMF의 수익률은 마이너스(-)25.76%를 기록했으며, TLT는 5.11% 하락했다. 국내 상장 ETF인 ACE 미국30년국채선물레버리지(합성 H)는 지난 2월 7일 상장 이후 27.86% 하락했으며, TIGER 미국채30년스트립액티브(합성 H)는 지난 5월 31일 상장 이후 –12.18%의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고금리 결국 종결될 것"…장기채 투자 '유효'

최근 미국 채권 금리는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에 이은 국채 발행량 확대 계획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1일(현지시간)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미국 장기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다. 미국의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신용등급 강등은 채권 금리를 급등시켰고 가격 하락을 부채질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이 3분기 국채 발행량을 상반기 대비 약 12% 늘릴 계획이라고 발표하면서 피치가 예상한 국가채무 부담이 현실화했다. 이는 채권 가격 하락 폭을 키웠다.

당분간 미국 국채 금리 변동성은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거시적으로 볼 때 금리는 결국 내려갈 것이라면서 기준금리가 인하하면 금리 변동에 민감한 장기채 가격이 오를 수 있어 분할매수로 접근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권병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2분기 미국 기준금리가 인하된다면 듀레이션이 길어 금리 변동에 민감한 장기물을 중심으로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만기가 고정되지 않아 듀레이션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ETF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본부장은 "인하 시점에 대한 이견만 있을 뿐 금리 인하는 확정된 이벤트"라며 "따라서 현시점부터 꾸준한 분할 매수를 이어가고 금리 인하 시점부터 자본수익을 얻는 것을 추천한다"고 전했다.

최성준 (cs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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