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 中서 짝과 사는 게 행복…아름다운 이별준비 필요"

김민석 기자 2023. 8. 2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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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강철원 사육사 "소원은 판다 속마음 듣는 것"
정동희 동물원장 "내년 3월 전후 푸바오 중국行 예상"
푸바오가 24일 오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에버랜드 판다월드에서 사육사들이 준비한 얼음 평상 위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 News1김민석 기자

(용인=뉴스1) 김민석 기자 = "우리들 입장에선 푸바오를 중국에 보내지 않고 끝까지 함께하고 싶지만 푸바오 입장에서는 중국에 가서 짝을 만나 사는 것이 행복이지 않을까요."

'푸바오 할아버지-강바오'로 통하는 강철원 에버랜드 사육사가 24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 판다월드에서 기자들과 만나 "푸바오를 떠나보내기 아쉽지만 자이언트 판다가 가진 습성대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에서 사는 게 더 큰 행복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강 사육사는 "우리가 동물을 바라볼 때 사람 중심으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에게 편한 상태가 동물에게도 편할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면서 "동물이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과 사람들의 니즈는 다를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강철원 사육사(왼쪽)와 정동희 에버랜드 동물원장이 답변하고 있다. (에버랜드 제공)

에버랜드는 국내 첫 쌍둥이 판다들의 출생 50일을 맞아 강 사육사와 정동희 에버랜드 동물원장의 언론 브리핑 자리를 마련했다. 강 사육사는 아이바오(엄마), 러바오(아빠), 푸바오(첫째 딸) 등 '바오가족'을 전담하고 있다.

강철원 에버랜드 사육사(에버랜드 제공)

다음은 강철원 사육사·정동희 에버랜드 동물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푸바오가 중국에 가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어떤 의미인가. ▶강철원 사육사. 우리가 동물을 바라볼 때 사람 중심으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에게 편한 상태가 동물에게도 편할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동물이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과 사람들의 니즈는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들 입장에서야 푸바오를 중국에 보내지 않고 끝까지 함께하고 싶지만 푸바오 입장에선 중국에 가서 짝을 만나 사는 것이 행복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푸바오가 언제쯤 중국으로 갈 것으로 예상되나. ▶정동희 동물원장. 중국 측과 협약상으로 만 4세 이전에 귀환을 해야 해 푸바오가 세 번째 생일을 맞은 지난달부터 협의를 시작했다. 푸바오 귀환 시점은 과거 러바오와 아이바오가 3월에 국내로 온 사례가 있고 5~7월은 다소 덥기 때문에 3월 전후가 되지 않을까 한다. 중국 측 기관과 협의하고 있는 부분이어서 지금은 확답을 드리기 어렵다.

-푸바오가 중국에 가면 그립지 않을지. ▶강철원 사육사. 그립지만 모든 것은 만날 때가 있으면 헤어질 때가 있는 법이다. 특히 푸바오는 처음 만날 때부터 보내줘야 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돌아가는 것에 크게 서운함은 없다. 제 마음속에 푸바오는 늘 있을 것이다.

-판다와 말이 통한다면 어떤 얘기를 하고 싶은지. ▶강철원 사육사. 소원이 있다면 속 시원하게 판다들의 속마음을 들어보고 싶은 것이다. 대화가 통한다면 '원하는 게 뭐니' '어디가 아프니' 등의 일상적인 얘길하고 싶다. 사육사들이 판다를 비롯한 동물의 마음을 알아차리기란 쉽지 않다. 반려동물은 가까이서 접하고 만지고 할 수 있는 반면 야생동물들은 그렇지 못하다 보니 관찰하는 것으로 판단을 해야 한다. 그래서 판다들로부터 속 시원한 얘기를 듣고 싶다.

푸바오가 24일 오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에버랜드 판다월드에서 사육사들이 준비한 얼음 평상 위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 News1김민석 기자

-푸바오가 중국에 가면 가족과 헤어지게 되고 사육사와 환경이 바뀔 텐데 괜찮은 건가. ▶강철원 사육사. 아이바오와 러바오를 데리고 올 때 우리 동물원에 잘 적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동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환경에서 긴장감이 높아질 수 있지만 중국 현지 사육사들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움줄 것으로 믿는다. 중국 (사육센터) 환경이 판다들이 생활하는 데 훨씬 좋은 면도 있다. 푸바오가 육아교육도 잘 받았고 똘똘한 아이인 만큼 잘 적응할 것으로 믿고 있다.

-푸바오와 어떤 식으로 교감하는가. ▶강철원 사육사. 푸바오는 기본적으로 엄마인 아이바오가 저를 비롯한 사육사들과 교감하는 것을 보고 자랐다. 아이바오가 사육사와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며 자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육사와 교감도 아이바오로부터 배운 것이 아닌가 한다.

-아이바오가 사육사를 믿고 아기 판다를 맡기는 것 같다. ▶강철원 사육사. 아이바오는 처음 만났을 땐 낯설어하고 내성적인 성향을 보이는 판다였다. 그러나 마음을 연 이후엔 그 어느 판다보다 교감이 잘 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먹이를 먹거나 아이를 돌볼 때 편안하게 느끼는 부분이 있다.

푸바오가 24일 오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에버랜드 판다월드에서 사육사들이 준비한 얼음 평상 위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 News1김민석 기자

-아이바오는 두 번째 출산과 육아다. 수월해진 부분이 있나. ▶강철원 사육사. 아이바오가 푸바오를 낳을 땐 2시간 가까이 진통을 심하게 했는데 쌍둥이 판다를 낳을 땐 진통 과정을 잘 참아낸다는 느낌을 받았다. 육아도 쌍둥이를 케어할 때 (푸바오 때보다) 자연스러워지고 익숙해졌다는 느낌이 든다. 아이바오가 푸바오는 애지중지 다뤘다면 쌍둥이를 다룰 때는 다소 편한 느낌이다. 아기 판다를 두고 대나무를 먹는 시간도 3~4일 정도 빨라지는 등 모든 부분이 3일에서 5일 정도 빨라졌다.

-일반적으로 쌍둥이가 태어나면 한 마리만 생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강철원 사육사. 야생에서는 엄마 판다가 두 마리를 모두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아닌 경우가 많아 한 마리만 선택하게 되지만 사육센터에선 인큐베이팅을 통해 엄마와 사육사들이 쌍둥이를 교대로 키우는 시스템을 통해 두 마리 모두 잘 키울 수 있다. 판다는 건강하게 성장하려면 엄마로부터 초유를 꼭 먹어야 한다. 상황에 따라 5일에 한번 10일에 한번 엄마에게 교대로 첫째와 둘째를 보내고 있다. 한 달 정도되면 인큐베이터에서 생활 불필요하게 되어서 스스로 생체기능 조절할 수 있게 됐다.

강철원 사육사가 얼음 평상 위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는 푸바오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 News1김민석 기자

-푸바오가 즐긴 △얼음평상 얼음냉면 얼음장화 워토우(판다용 건강 빵) 등은 어떤 과정으로 준비한건가. ▶강철원 사육사. 자이언트 판다들이 자연 상태에서 놀이하는 부분을 이끌어내기 위해 준비했다. 자이언트 판다들은 더위를 싫어하기 때문에 몸을 식힐 수 있는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좋아한다. 특히 얼음과 시원한 물을 좋아한다. 얼음과 시원한 물을 줄 때 재미있는 소재를 가미하고 싶었고 푸바오가 어렸을 때 할아버지 장화를 끌어안고 노는 모습이 인기를 끌었는데 이번엔 얼음장화를 끌어안고 놀 수 있도록 고안했다.

-판다들이 관람객들 소리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강철원 사육사. 판다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고 격하게 걱정해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걱정을 너무 많이 해주셔서 그게 더 걱정이다. 판다들은 환경에 잘 적응해 안정감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심한 걱정은 사육사들에게 맡겨주셨으면 좋겠다. 조용히 관람해주시는 부분은 감사히 생각하고 있고 앞으로도 부탁드리고 싶은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강철원 사육사. 국내 최초로 판다 번식에 기여할 수 있었던 점 등은 저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는 부분이다. 판다는 저에게 많은 행복과 즐거움을 준 동물이다. 저는 두 딸을 키우고 있고 때가 되면 새로운 가정을 꾸리도록 해야 하는데 판다들도 마찬가지로 그들의 행복을 찾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한편 에버랜드는 지난달부터 중국야생동물보호협회와 푸바오 귀환 협의를 시작했고, 중국 자이언트판다보존연구센터와 구체적인 시점과 방법 등을 논의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중국야생동물보호협회와 '자이언트 판다 보호연구 협력 추진에 관한 협의서'를 작성하고 푸바오 귀환 시기, 러바오와 아이바오 임대기간 등을 정했다.

푸바오 엄마·아빠인 러바오와 아이바오의 경우 이미 짝을 이뤄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있는 만큼 임대기간을 15년으로 정하면서 2031년 3월까지 국내서 생활한다. 임대 종료시점 귀환 여부를 다시 정하기로 해 러바오와 아이바오는 국내서 여생을 마칠 수도 있다.

에버랜드는 지난달 7일 태어난 쌍둥이 아기 판다들의 이름을 짓기 위해 '대국민 공모전'을 진행한다. 판다는 초기 생존율이 낮아 안정기에 접어드는 생후 100일 무렵 이름을 지어준다. 에버랜드 유튜브·인스타그램 계정과 유튜브 채널 '말하는 동물원 뿌빠TV' 네이버 주토피아 커뮤니티에서 이름을 공모한다.

ideae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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