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어루만지는 연극 '토카타'…손숙 연기 인생 60년 녹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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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안아주렴. 어루만져주렴. 나를 들어 올려주렴. 중력도 없이, 무게도 없이, 가볍게 날아오를 때까지."
지난 23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전막 시연을 한 연극 '토카타'는 올해 연기 인생 60년을 맞은 배우 손숙(79)을 기념하는 작품이다.
무대에는 늙은 여자 역의 손숙과 함께 감염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는 남자 역으로 배우 김수현, 춤추는 사람 역으로 무용가 정영두가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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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숙 "작품 끝내면 죽어도 괜찮을 만큼 애착 커"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나를 안아주렴. 어루만져주렴. 나를 들어 올려주렴. 중력도 없이, 무게도 없이, 가볍게 날아오를 때까지."
초록빛을 잃은 누런 잔디밭을 늙은 여자가 혼자 걷는다. 남편은 먼저 떠났고, 아들과 손녀는 곁에 없다. 키우던 개마저 최근에 죽어버렸다. 늙은 여자는 남편이 자신을 쓰다듬던 손길, 옆에 붙어 비비적대던 개가 남긴 촉감을 더듬는다.
지난 23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전막 시연을 한 연극 '토카타'는 올해 연기 인생 60년을 맞은 배우 손숙(79)을 기념하는 작품이다. 배삼식 작가가 극본, 손진책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무대에는 늙은 여자 역의 손숙과 함께 감염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는 남자 역으로 배우 김수현, 춤추는 사람 역으로 무용가 정영두가 출연한다. 극은 늙은 여자와 병든 남자의 독백, 그리고 그 사이를 채우는 춤추는 사람의 몸짓으로 흘러간다.
제목 '토카타'는 이탈리아어로 '접촉'을 뜻한다. 늙은 여자와 병든 남자는 접촉의 부재(不在)에 처해있다.
늙은 여자는 애절하게 접촉을 갈망한다. 굳은 어깨, 굽은 등, 처진 가슴, 늘어진 엉덩이…. 시들고 메마른 몸뚱이를 누군가 어루만져주길 바란다. 남자는 철저하게 고립돼 있다. 감염병에 걸려 생명유지장치를 단 채 격리된 그는 홀로 아득한 심연 속에 빠져있다.
극적인 사건 없이 두 인물의 상념을 독백과 춤으로 풀어낸 극은 다소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독백을 가만히 듣다 보면 곳곳에 공감할 요소가 있다. 관객들은 손을 잡으면 쓱 빼내는 무뚝뚝한 아들, 발밑에 쌔근쌔근 숨을 쉬며 잠든 반려견, 부드럽게 쓰다듬던 연인의 뒤통수 등 일상에서 겪은 단편적인 경험을 떠올리며 각자가 지닌 외로움을 어루만진다.
배 작가는 시연 뒤 진행된 간담회에서 "일반적인 연극은 목표를 정해두고, 관객들의 멱살을 잡고 이끌고 간다"며 "조금 다른 걸 해보고 싶었다. 밀어붙이는 힘보다는 보는 사람들이 배우들의 말과 움직임 속에서 떠오르는 이미지와 그때의 상념들을 조용히 떠올리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시(詩)를 읊는 것 같은 배 작가의 대본은 이런 실험적인 극에서 관객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도록 힘을 발휘했다. 배 작가는 전반적으로 고독한 정서가 짙은 극의 내용을 감정의 과잉 없이 담담하게 풀어냈다. 그러면서도 늙은 여자와 남자의 기억 속 촉감이 마치 손으로 만져지듯 생생하게 그려지는 마법을 부렸다.
데뷔 60주년 무대에 기존 대표작이 아닌 새 작품을 올린 손숙의 용기도 대단하다. 손숙은 연기 인생 처음으로 상반신 노출도 감행했다. 또 지난해 12월 먼저 떠나보낸 남편, 올해 초 골절로 겪었던 3개월간 병치레 등 노배우의 인생을 녹여냈다.
손숙은 "눈 감고 대사만 들어도 좋은 작품이다. 이 나이에 이런 작품을 할 수 있다는 데 너무 감사하다"며 "'이 연극이 끝내고 나면 죽어도 오케이(OK)'라는 마음이 들 만큼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개막한 공연은 다음 달 10일까지 이어진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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