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정 "'마스크걸', 늘 원했던 작품…더 늙기 전에 밝은 캐릭터하고파" [MD인터뷰](종합)
"작품 고파…'마스크걸' 반가웠다"
"안재홍에 자극…밝은 작품 원해"
[마이데일리 = 노한빈 기자] "배우로서 '마스크걸'을 하고 달라진 건 사실 없어요. 제가 늘 원했던 것, 누구한테 말 못 하고 있었던 것들이 있었는데 이런 장르물이 나한테도 제의가 들어온 게 반가웠어요. 열심히 잘하고 싶었고 운이 좋았어요."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상동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의 주역 고현정을 만났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마스크걸'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김모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렸다.
고현정은 죄수번호 1047로 불리는 것에 익숙해진 중년의 김모미 역을 맡았다. 힘든 수감생활에도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지만 어느날 교도소 밖에서 온 편지 한 통에 결국 탈옥을 결심한다.
3인 1역의 마지막 배턴을 이어받은 고현정은 첫 OTT 작품인 '마스크걸'로 지금껏 본 적 없는 모습습을 보여주며 숨 막히는 열연을 펼쳤다. 아무렇게나 싹둑 자른 듯한 짧은 머리와 핏기 하나 없는 창백한 얼굴로 남다른 아우라를 발산했고, 몸 사리지 않는 호연으로 극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했다. 특히 고현정의 눈빛 연기가 빛났다. 변모하는 상황 속에서의 복합적인 감정들을 시시각각 눈빛으로 담아내며 강렬한 몰입감을 안긴 것.
지난 18일 공개된 '마스크걸'은 3일 만에 글로벌 톱10(비영어) 부문 2위에 오르며 화제성을 입증했다. 이날 고현정은 "'마스크걸'이 기대한 대로 쿨하게 나온 것 같아서 다행"이라며 "사실 작품에 굉장히 고파있었다. 그간 여러 가지로 사건들이 많았기 때문에 '연기만 할 수 있는 작품이 나에게도 올까?', '그런 작품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계속 생각했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던 중 '마스크걸'을 만났는데 제 입장에서는 너무 좋았아요. 여러 사람과 같이 할 수밖에 없는 구조잖아요. 저 혼자 단독으로 끌고 가야 하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과 합을 맞춰야 하고 설명을 해야 하고 들어야 하고. 구조적으로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그렇게 되어있는 시나리오 같아서 '이 안에 내가 무난하게 튀지 않고 하나의 인물로 들어갈 수 있을까', '나에게 이런 작품이 오는구나' 싶고 너무 좋았어요."
고현정이 연기한 김모미 캐릭터 성형 전 모습은 배우 이한별이, 성형 후 모습은 배우 나나가 분했다. 이에 대해 그는 "모미를 세 명이 연기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나 소감을 많이 질문받았는데 저는 정말 좋다"며 "제작발표회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살아보니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가 다 다른 걸 느끼지 않냐. 나 자신은 나로 살기 때문에 변하지 않은 것 같지만 10대 때 친구를 40대 때 우연히 보면 너무 다르게 느껴지지 않냐"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비칠 수 있겠더라. 그래서 부담되지 않았다. 그게 더 사실적인 구석이고 보시는 분들을 위해서도 특수분장보다 억지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 조금 더 현실감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면서 "세 명이서 (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 안 해본 것이기 때문에 좋았고, 특히 마지막 부분을 맡아서 더 좋았다. 저보다 어린 나이를 하거나 많은 나이를 하는 게 아니라 비슷한 나이를 해서 좋더라"라고 말했다.
중년의 모미는 딸 미모(신예서)의 안전을 위해 굳은 결심하기도 했는데, 이를 연기한 고현정은 어떻게 해석했을까. 그는 "모성도 느꼈고, 부성도 느꼈다"면서 "둘이 나눠졌을 때가 언제냐면 부성은 지키는 것에 초점이 가있을 것 같은데, 모성은 '괜찮은가', '맞지는 않았는가' 이런 것 같다. 그게 같이 왔다. 모성보다는 부성의 감정에 더 가깝지 않나. 무사한지 확인할 수 있는 그 정도의 시간밖에 없었지 않냐. 모성은 자연스럽게 있지만 그것까지 표현하기엔 염치가 없고, 미모를 지키는 것. 부성과 같은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모미가 생각하는 모성은 '염치가 없다'는 것 같아요. 그래서 김경자의 모성이 부러웠을 것 같기도 해요."
이한별과의 첫 인상은 어땠을까. 고현정은 "한참 뒤에 뵀다. 같은 사람을 연기하면서 마주칠 일이 거의 없어서 한참 뒤에 뵀다"며 "압도 당했다. 처음 봤을 때 '네가 모미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저를 보는 것 같았다. '내가 옛날에 이랬었지' 생각나서 자연스럽게 안았다. '너무 고생했다'고 했다"고 첫 만남에서 느꼈던 남다른 감정을 드러냈다.
나나에 대해서는 "약간 모미 상태로 오는 것 같다"며 "보면 모미 같더라. 반쯤 모미 상태로 와서 제가 촬영 대기하고 있을 때 서로 인사하는데 (그것만으로도) 도움받았던 것 같다. 나나 씨는 정말 모미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나나 씨한테 묻지는 않았지만 제가 느낀 건 그랬다. 배우로서 희생해야 할 부분, 너그러워야 할 부분, 융통성에 있어서도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흑화한 모미를 너무 잘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고 칭찬했다.
안재홍은 마스크걸에 대한 집착과 망상에 사로잡힌 주오남으로 변신, 극한의 찌질함을 선보여 큰 화제를 모았다. 이어 "'아이시떼루'를 외친 안재홍을 보면서 '연기란 이렇게 해야 되는구나' 느꼈다"면서 "새로운 역할을 맡아서 연기를 한다라고 함은 이렇게 해야 되는 건데 '나는 뭐 했지?', '뭐만 하면 아니야, 아니야. 과장하는 것 같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입술이라도 과하게 특수분장할걸', '성형 부작용을 더 보여줄걸', '너무 안 했다'고 반성하게 되고 욕심이 났다"고 밝혔다.
"'밀렸다. 더 했어야 했는데' 생각할 정도로 배우로서 자극도 받았어요. '졌다', '배우고 싶다', '한참 멀었다' 그런 좋은 자극을 받았어요. 이건 엄혜란 씨한테도 마찬가지였고요."
'마스크걸'을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은 고현정이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은 무엇일까. 그는 "밝은 작품을 진짜 하고 싶다"며 "검사, 변호사, 판사 등 따지고 드는 역할을 했지 않냐. '대추나무 사랑걸렸네' 말숙 역으로 데뷔했다. '여우야 뭐하니'에서 했던 것처럼 정말 밝은 역을 하고 싶다. 제 안에 그게 없지 않다. 많다. 힘 안 들이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제가 멍하게 있을 때가 많은데 더 늙기 전에 갖다 쓰셔도 좋지 않을까 싶다"고 '밝은 캐릭터'를 향한 욕망을 강하게 어필해 폭소를 자아냈다.
또한 "배우들과 수군수군 대는 것도 '모래시계' 이후로 오랜만에 해봤다"는 고현정은 "그래서 굉장히 행복했다. 밝은 작품이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많이 들었다. 하고 싶은데 몇 년 안 남았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제가 어울리는 것에 대한 기쁨을 '마스크걸'을 통해서 정말 너무너무 진하게 느꼈어요. 감독님이랑 대화하고 나면 뭔가 확 설득돼서 움직임이나 다른 것들이 더 생각나요. 김용훈 감독님의 디렉션에서 '착함의 힘, 바른 것의 힘이 크구나'를 많이 느끼면서 '내가 더 할 수는 없을까?' 싶고 다 해드리고 싶었어요. 농담으로 다음에도 꼭 써달라고 하기도 했어요."
한편, '마스크걸'은 넷플릭스에서 절찬 스트리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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