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따뜻한 상상

현경미 시인 2023. 8.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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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 관련 연수가 부쩍 늘었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그것인데, 중요성을 운운하자면 어제오늘의 일만이 아닐 것이다.

'심심한 사과'에서 '매우 깊이 사과하다'의 의미를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다'로 해석한 것이다.

문해력(文解力)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언해력(言解力)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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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미 시인.

문해력 관련 연수가 부쩍 늘었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그것인데, 중요성을 운운하자면 어제오늘의 일만이 아닐 것이다.

낱말을 모르거나 전체적 맥락을 잘못 이해해서 비롯된 오해가 있기 마련이다. 얼마 전 SNS에서 논란이 됐던 사례이다. '심심한 사과'에서 '매우 깊이 사과하다'의 의미를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다'로 해석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가정통신문 문구에서 '중식 제공'을 '중국요리를 제공한다'로 받아들여 문제가 되기도 했다.

'문해력 기르기' 검색 키를 누르자 관련 프로그램들이 기다렸다는 듯 화면 가득 펼쳐진다. 유아기부터 수능 대비에 이르기까지 해결 방법은 다양하다. 잘 읽기, 많이 읽기, 요약 잘하기… 틀리지 않은 대안들 같다.

문해력(文解力)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언해력(言解力)이 아닌가 싶다. 말로 인해 문제가 생긴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숨은 뜻을 몰라서, 말귀가 어두워서, 이유는 많고 많다.

말귀를 밝히는 무슨 신통한 방법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옛말에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라는 말이 있다.

개떡은 개떡이지, 찰떡으로 여기라니 무리한 요구가 아닌가. 개떡을 찰떡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힘이란, 추측에 능하거나 몰라도 아는 척 하는 경우일 수 있다. 이도 저도 아니면 또 무엇이 있을까.

영화 '집으로'를 기억한다. 도시에 사는 일곱 살 상우는 시골에 홀로 계신 외할머니와 함께 살게 된다. 세대 간 격차는 물론이고 할머니는 심지어 말도 못 하고 글도 못 읽는다. 어느 사이엔가 말을 뛰어넘어 마음으로 소통하기에 이른다. 철부지 손자를 한없이 보듬어 주는 할머니의 사랑이 그 비결이었다.

논리와 말이 끓어 넘치는 시대의 우리를 돌아보게 하지 않을 수 없다. 문해력이나 언해력 또한 그 힘이란 이해와 배려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문장과 문장, 말과 말을 넘어 사랑이 더해진다면 따뜻해진 해석은 보다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따뜻한 눈빛들이 가득한, 따뜻한 상상에 빠져든다. 현경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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