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아파트 바뀐다]①누가 왕이 될 상인가
"대단지·가격 등 요건 갖추고 지역 주민 인정해야"
반포 원베일리·청량리 3대장 등 신축 입주로 변화
각 지역에는 이른바 대장 아파트가 있다. 이 단지의 시세를 보고 지역 주민과 실수요자들은 그 지역의 집값 흐름을 가늠하곤 한다.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여겨지기도 한다. 신축이 들어서면서 자리가 바뀌기도 한다. 최근 서울 개포와 반포, 청량리 등에 대규모 단지 입주가 이어지면서 대장아파트 자리를 노리고 있다. 지금 각 지역의 대장 아파트는 어디이고, 또 앞으로는 어떤 아파트가 차지하게 될지 짚어본다. [편집자]
대장 아파트라는 개념에 뚜렷한 정의는 없다. 입지 좋은 곳에 위치한 신축 브랜드 아파트가 대장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매머드급 대단지가 그 자리를 차지하기도 한다. 오래된 아파트 중 투자 가치가 높은 재건축 단지에 대장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
다만 많은 이가 꼽는 대장 아파트의 공통된 요건은 있다. 입지 좋은 곳에 위치한 브랜드 대단지면서 인근 지역의 시세를 이끌어야 한다는 점이다. 가격이 높으면서도 먼저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 무엇보다 지역민들이 해당 아파트를 랜드마크로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 필수 요건이다.
대장의 조건…규모와 입지, 그리고 가격
대장 아파트의 요건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건 바로 '가격'이다. 대장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각 지역을 대표하는 단지이니만큼 가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가격에 반영된다. 이에 따라 서울에서는 주로 역세권에 위치하거나 한강뷰가 있는 아파트가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가격이 높다고 무조건 대장 아파트가 되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올해 전국 공동주택 중에서 공시 가격이 가장 높은 곳들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더펜트하우스청담과 용산구 한남동의 나인원한남, 한남더힐이 1~3위를 차지했다. 이 단지들은 유명인들이 거주하는 초고급 주택으로 잘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대장 아파트로 불리지는 않는다. 인근의 시세와는 별도의 흐름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가격에 앞서 일단 '규모'를 갖춰야 한다고 설명한다. 적어도 1000가구 이상의 대단지여야 대장주의 수식어가 붙는다는 설명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대장 아파트라고 하면 주로 입지가 좋고 선호도가 높으니 가격이 비싸기 마련"이라며 "다만 청담동 등에 유명인들이 사는 아파트의 경우 비싸기는 하지만 지역의 랜드마크로 여기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단 세대수가 많아야 하고 가격이 높으면서도 지역의 시세를 이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점을 반영한 통계지표도 있다. KB부동산에서 내놓는 'KB선도아파트 지수'다. 가구 수와 가격을 계산한 시가총액 상위 50개 단지의 시세 변화를 지수화해 표시한 통계다. 대단지이거나 가격이 높으면 시가총액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결국 수요가 많고 집값도 높은 단지들로 시장의 흐름을 선행적으로 보여주는 지수로 여겨진다.
8000가구 이상의 매머드급 단지이면서 인근 시세를 이끄는 송파구 헬리오시티가 대표적이다. 이 단지는 워낙 규모가 크다 보니 시가총액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송파구의 대표적인 대장 아파트 중 하나로 꼽힌다.
신축의 힘…전통의 재건축 단지도 굳건
대장의 자리는 영원하지 않다. 인근에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가 새로 들어서는 경우 자리를 넘겨주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16년 입주 이후 서울 강남권의 대장주로 단숨에 올라선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아리팍)가 대표적이다. 이 단지는 지난 2019년 전용면적 84㎡가 34억원에 거래되면서 '평당 1억원' 시대를 열어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인근에 래미안 원베일리가 입주를 앞두면서 아리팍이 자리를 내줄 거라는 전망이 많다. 원베일리는 2990가구로 아리팍(1519가구)에 비해 규모가 큰 데다가 신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물론 대장이라고 해서 꼭 한 단지만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입지 요건이나 입주 시기가 비슷한 단지들을 묶어 대장주로 부르는 경우도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의 대장주로 불리는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가 대표적이다. 최근 입주를 시작하며 청량리 일대의 새 대장주로 여겨지는 '청량리 3대장'도 이런 사례다.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과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65',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는 단숨에 이 지역의 랜드마크로 올라선 분위기다.
신축은 아니지만 상징성이 커서 대장의 수식어를 지키는 경우도 있다. 특히 재건축을 추진하는 유명 단지들이 그렇다. 압구정 현대아파트와 대치 은마 아파트 등이 대표적이다. 목동에서는 목동7단지, 여의도에서는 한양·공작아파트 등이 '재건축 대장주'로 불린다.
최근 대장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서울 강남권의 개포와 반포, 그리고 청량리 등에서 신축 단지 입주가 줄줄이 이어지는 데다가 강남과 목동 여의도 등에선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 속도가 가속하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각 지역 대장주가 실제 바뀌고 있기도 하고, 또 재건축이 가시화하면서 향후 변화를 가늠하는 이들도 늘어나는 영향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강남권에서는 반포 아리팍이 먼저 평당 1억 원을 기록하면서 대장의 위치가 바뀌었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전통의 대장주는 아무래도 압구정 현대아파트라고 볼 수 있다"며 "향후 압구정 단지들이 신축이 되면 결국 다시 대장 아파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장 아파트는 결국 지역 주민을 비롯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인지도가 있어야 한다는 설명도 있다. 가격과 규모, 입지가 중요하긴 하지만 결국에는 사람들에게 랜드마크로서 인정을 받는 게 필수 요건이라는 설명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대규모 단지이면서 시세를 이끄는 데다가 인근 지역민이면 누구나 아는 단지여야 대장주로 여겨진다"며 "주식 시장으로 따지면 국내 증시의 대장주라고 하면 많은 이가 고개를 끄덕이는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원식 (setisoul@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