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인기 이어지려면 철저한 브랜드 관리가 중요”[만났습니다]①
“K뷰티 성공비결, 우수 제조플랫폼·판매사 협업 결과”
매년 매출액의 7%를 R&D에 투자
20년전부터 선케어 시장 연구가 선케어 시장 장악 비결
“세계 화장품 산업생태계 이끌 것”
[대담= 이데일리 박철근 부장·정리= 김혜미 기자] “K뷰티의 성공신화를 이어가려면 가격 경쟁력보다는 철저한 브랜드 관리를 통한 브랜드 경쟁력 제고가 필요합니다.”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한국콜마종합기술원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한 최현규(63) 대표는 이같이 말하고 대형 화장품 회사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K뷰티의 경쟁력이 이어질 수 있었던 배경으로 중소 화장품 기업(인디브랜드)의 약진을 꼽았다.
최 대표는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인디브랜드가 국내 화장품 수출을 견인했다”며 “국내 화장품 시장은 정체기였지만 수출이 늘어난 것은 인디브랜드의 노력이 컸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화장품 수출은 10조2751억원으로 중국 수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2년 연속 1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화장품 수출실적은 40억8100만달러(5조391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0.6% 늘었다.
최 대표는 “오늘날 K뷰티의 성공 비결은 우수한 제조 플랫폼과 판매사의 협업 생태계에서 나온 시너지”라며 “그 중심에 국내 최초로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을 도입한 한국콜마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자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K뷰티의 밸류체인을 넘어 글로벌 화장품 산업 생태계를 이끄는 기업으로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K뷰티의 성장을 본 산 증인이다. K뷰티가 인기를 얻은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과거 화장품 산업은 주요 업체들이 기획, 제조, 유통을 모두 담당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한국콜마가 제품 연구개발(R&D)부터 디자인, 생산까지 도맡아 하는 ODM 사업을 하면서 변화가 시작했다. ODM 업체가 인디브랜드의 생산과 R&D 기반을 뒷받침하고 인디브랜드는 판매와 유통에 주력하며 성과를 냈다.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의 성장 잠재력은 어느 정도라고 보나.
△K뷰티의 해외진출은 사실 이제부터가 본격적이라고 생각한다. 전세계 최대 화장품 시장인 미국에서 3대 수입화장품 국가가 한국이 됐고, 일본 수입화장품 시장에서도 30년간 1위를 누렸던 프랑스 화장품을 누르고 한국산 화장품이 1위가 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K뷰티만이 갖고 있는 R&D 프리미엄을 더해나간다면 한국 화장품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K뷰티가 해외에서 지속적인 성과를 거두리 위해 보완할 점은.
△브랜드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과거처럼 가성비 등 가격 경쟁력으로만 시장 공략에 나서는 시기는 지났다. 이제는 중국을 비롯한 해외시장에서 확실한 브랜드 관리를 통해 브랜드 자체에 대한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해외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늘 다음 스텝을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것도 강조하고 싶다.
사실 K뷰티가 이렇게 성장하기까지는 중국시장의 영향이 컸다는 것은 업계 관계자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다양한 국제이슈들이 시장 환경을 변화하게 하는 상황에서 과거에 머무른 많은 화장품 회사가 위기를 겪는 사례가 많다. 사업이 잘 되더라도 시장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준비해야 회사 규모와 관계없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 같다.
-올 2분기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 화장품 대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중에도 선전할 수 있었던 배경은.
△지속적인 R&D에 있다고 본다. 연 매출의 7%에 해당하는 비용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작년기준으로만 약 1200억원을 투자했다.
특히 2분기에는 매출의 3분의 1이 선케어 제품에서 나왔다. 이미 20년 전부터 선케어 트렌드를 파악해서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연구해왔다. 지난해 말에는 업계 최초로 자외선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UV테크이노베이션 연구소’를 신설해 40여명의 연구인력을 투입, 자외선 차단 기능제품을 연구하고 있다. 과감한 투자와 고객사와의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이 우리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활발하게 해외진출을 하고 이는데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신경쓰는 부분은.
△각 지역과 국가별로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건조하고 모래바람이 부는 중동과 미주의 기후는 확연히 차이가 나고, 미국 내에서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현지인들이 겪는 피부고민이나 원하는 화장품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한국콜마는 33년간 쌓아온 데이터를 토대로 현지화 전략을 펴고 있는데, 국내외 수많은 고객사를 대상으로 화장품을 연구개발하고 제조해 온 한국콜마의 빅데이터는 가장 큰 장점이다. 국내외 많은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해 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결국 이 빅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한가지 더 이야기하자면 최근 해외시장에서 쌀 추출물을 활용한 한국적인 콘셉트의 브랜드가 인기가 있다. 미국을 비롯해 중동에서도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데 한국적인 소재 개발이 해외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가장 한국적인 소재와 컨셉이 오히려 해외시장 현지화 전략으로서도 충분히 활용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화장품 생산기지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했다고 하던데.
△AI기술을 적용한 화장품 생산기지는 현재 가동되고 있는 세종공장에 적용돼 있다. AI 기술을 생산 공정에 적용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적이고, 지난 2019년부터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모든 원천 데이터의 가공 작업을 수행했다. AI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불량률이 가장 낮은 최적의 공정을 찾아내고 이를 품목별로 표준화해 빠르게 적용하는 것이 핵심인데, 기존 공정 대비 불량률이 42% 감소하는 효과를 경험했다.
-친환경 기술에도 투자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친환경은 흔히들 비용이라고도 한다. 맞다. 하지만 그보더 더 분명한 건 우리가 살고 있는 터전인 지구가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면에서 전세계 선진국들과 산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친환경’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있다.
물론 당장 비용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우리가 선도적으로 친환경 기술을 개발하고,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는 ESG 경영에 중점을 두는 것이 한국콜마의 미래 기업 가치를 더욱 높인다는 것에 확신을 갖고 있다. 이에 전세계 최초로 친환경 종이튜브를 상용화했고, 화장품과 치약 등에 사용되는 미세플라스틱을 배석세포로 대체하는 화장품 개발 등 친환경 기술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현규 한국콜마 대표 주요 약력
△1960년 서울 △상문고 △명지대 공업경영학과 △2012~2016 한국콜마 화장품부문 대표이사 △2016~2021 한국콜마 중국 총괄 △2022 한국콜마 대표이사 사장
김혜미 (pinnst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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