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시제기 날아오른 KF-21, 첫 생산까지 풀 과제 많다 [박수찬의 軍]
국산 전투기 KF-21의 시제기들이 모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6월 28일 마지막 시제기인 6호기가 시험비행에 나서면서, 지난해 7월 1호기의 첫 비행 성공 이후 시제기 6대 모두 첫 비행에 성공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선 가격 경쟁력과 더불어 단기간 내 최대치의 성능과 후속군수지원 능력을 확보, 입증하는 것이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용절감·MRO 갖추기 시급
최근 불거진 KF-21 대당 가격 논란은 KF-21 양산을 위해서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다.
지난 2015년 방위사업청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체계개발 계약을 맺을 당시의 예측보다 예상 대당 가격이 상당히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F-35A와의 가격 격차가 생각보다 좁혀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코로나19로 항공수요가 급감하면서 항공우주산업이 위축됐고 공급망이 교란됐다.
KF-21 블록1은 유럽 MBDA의 미티어 중거리 공대공미사일 4발, 독일 딜(Diehl) AIM-2000 단거리 공대공미사일 2발을 탑재한다.
미티어의 1발당 가격은 200만 유로(26억 원) 이상, AIM-2000은 45만5000달러(6억1000만 원) 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공대공 무장만으로도 100억원이 훌쩍 넘는 비용이 추가된다.
블록2에 장착할 국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은 F-15K에 장착되는 타우러스 미사일이 1000여발이 생산된 것과 달리 국내에서 200발 정도의 생산이 예정되어 있다. 타우러스보다 1발당 가격은 높을 수밖에 없다. 한국형유도폭탄(KGGB) 등의 정밀유도무기까지 감안하면 전체 무장 가격은 더 올라간다.
기체와 무장 가격이 높으면 주문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는 대당 가격을 또다시 높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보잉은 T-7A 훈련기 개발 시 디지털 엔지니어링을 활용해 초기설계 품질을 75% 높였다. 반면 제작 시간은 80% 단축했다. 에어버스는 증강현실(AR)로 검사시간을 3주에서 3일로 줄였고, 롤스로이스는 가상현실(VR)로 엔진 장애를 자동 예측한다.
항공기 정비(MRO)도 과제다. 고가의 첨단 전투기를 도입, 운용하는 국가들은 전투기 MRO를 통해 수명을 연장하고 성능을 높인다. 정비와 검사, 성능개량을 하고 그 결과를 보증하는 MRO가 가격과 성능 못지 않게 중시되는 이유다.
MRO가 제대로 확립되려면 규모의 경제가 필수다. 유럽 에어버스(타이푼), 프랑스 닷소(라팔), 미국 보잉(F-15), 록히드마틴(F-16, F-35)은 수백~수천대의 전투기를 생산, 판매했다. 이를 통해 기술과 경험을 축적하고 비용을 낮췄다.
국산 무기 수출 시장으로 주목받는 동남아 지역 공략 등을 위해서도 MRO는 중요하다.
KF-21 공동개발국인 인도네시아는 물론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는 민항기 MRO 산업이 자리를 잡고 있다. MRO의 중요성과 의미 등을 이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 기업들이 충분한 수준의 KF-21 MRO 능력을 갖췄다는 점을 잠재적 구매자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중고·신형 기종과 경쟁 가능할까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전은 전투기 개발·생산·구매·유지보수에서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KF-21 개발은 4세대 전투기 개발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군에서 소요와 성능을 결정하면, 업체가 체계개발에 착수한다.
다양한 기술을 적용해서 시제기를 제작하면, 지상 및 비행시험을 실시해 검증을 한다. 이후 초도양산 계약을 맺고 첫 생산을 실시해 공대공 능력을 지닌 기체들을 공군에 인도한다.
우크라이나가 중고 F-16을 강하게 원한 것도 성능은 나쁘지 않으면서 즉각 실전투입이 가능하고, 유럽 내 MRO 업체들의 도움을 받아 후속군수지원을 저가로 쉽게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컸다.
우크라이나에 F-16이 넘어간 것은 미국이 정치적 고려를 하거나, 도입을 원하는 국가가 강력히 요구하면 중고 F-16을 얻을 수 있다는 전례를 만들었다. 이에 따라 향후 미 주방위공군이 운용하는 중고 F-16이 싼값에 시장에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F-35는 비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독일과 체코 등이 구매의사를 밝히는 등 생산량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비용과 성능검증, 후속군수지원 등의 분야에서 KF-21이 F-16, F-35와 경쟁하기가 쉽지 않다.
F-35보다 강력한 6세대 전투기의 등장 시점도 변수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개발 기간 연장에 따른 비용 증가 등을 방지하고자 6세대 전투기를 만드는 국가들은 개발일정을 앞당기려는 모양새다.
F-16, F-35와 6세대 전투기의 ‘협공’을 KF-21이 막아내려면, 기존 계획에 구애받지 말고 최대한 많은 정밀유도무장을 신속하게 탑재해서 전천후 작전능력이 있다는 점을 빠른 시일 내에 국내외에 과시할 필요가 있다.
국내 기술로 만든 KF-21은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기술적 성과다. 이같은 결과를 안보 및 산업적 측면으로 연결해 그 효과를 높이려면 강력한 혁신이 필요하다.
비용은 낮추고 효율은 높여 생산성과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틀에 얽매이지 않은 혁신을 통해 성능과 생산 및 후속군수지원에 이르는 분야에서 잠재적 고객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 급변하는 세계 무기시장에서 관성에 의존하거나 안주하면, KF-21 개발의 성과는 사그라들 수밖에 없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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