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허세(虛勢)

관리자 2023. 8. 25. 06: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비싼 외제 차는 할부이고, 명품 손목시계는 친구가 빌려준 짝퉁입니다."

오죽하면 어느 경제 칼럼니스트는 허세지수라는 말을 만들어 자신의 6개월치 월급보다 비싼 차를 타고 다니면 허세라고 정의하였을 정도다.

직함을 빽빽하게 채운 명함, 분수에 넘치는 주말 골프, 도 넘은 보디프로필 사진, 철마다 떠나는 해외여행, 호텔 스위트룸에서 명품 가방 프러포즈, 허세 인플레이션이란 조어도 나온 것을 보니 확실히 허세가 대세인 시대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족함 감추고 자신 과시하려
거짓으로 능력 부풀려 남 속여
분수에 넘치는 명품·차 사거나
인맥과 경력 자랑 등 전략 다양
빈 껍데기 결국 싫증나게 마련
‘실세’로 시대 분위기 전환 기대
“비싼 외제 차는 할부이고, 명품 손목시계는 친구가 빌려준 짝퉁입니다.”

향정신성 마약류를 복용하고 운전하다가 20대 여성을 치어 뇌사에 빠지게 만든 20대 운전자의 말이다. 한마디로 허세(虛勢)를 부리려고 할부 고급 차와 짝퉁 시계를 차고 다녔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허세민국이 되었다. 길거리는 외국산 고급 차로 가득하고, 명품은 나오기가 무섭게 줄지어 팔려나간다. 허세는 글자 그대로 실제와는 다르게 겉으로 드러내는 빈 껍데기이다. 남에게 나를 과시하기 위해 나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거짓으로 꾸미는 것이 허세다. 오죽하면 어느 경제 칼럼니스트는 허세지수라는 말을 만들어 자신의 6개월치 월급보다 비싼 차를 타고 다니면 허세라고 정의하였을 정도다.

허세는 원래 병법에서 자주 사용하는 전략이다. 내가 가진 병력과 물자가 부족해도 상대방에게는 많게 보이려고 거짓으로 나의 전력을 부풀리는 것이다. ‘수상개화(樹上開花·마른 나뭇가지에 거짓으로 꽃을 피워 자신을 치장한다)’는 ‘삼십육계’ 중 29번째 계책이다. ‘삼국지연의’에서 장비가 20여명의 군사로 장판교(長坂橋)를 지키면서 말 꼬리에 나뭇가지를 달아 먼지를 일으켜 군사의 숫자가 많아 보이게 해 조조의 군대를 도망치게 한 것이 대표적이다.

전쟁에서 허세는 나의 부족함을 감추고, 상대를 속여 승리를 쟁취하는 데 기여한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허세는 자신의 단점을 감추고 나의 능력을 과장해 상대를 속이려는 전략으로 사용한다. 허세 전략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첫째는 명품 허세다. 명품을 착용하거나 사용해 과시하려는 전략이다. 분수에 넘치는 비싼 차를 타거나 짝퉁이든 진품이든 명품으로 자신을 과시하려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외제 차와 명품을 소유하면 자신도 명품이 된다는 착각을 한다.

둘째는 인맥 허세다. 자신이 알고 있는 유명 인사를 늘어놓으며 자랑하기 좋아한다. 정치인이나 경제인, 유명 스타들 이름만 나오면 모두 자신이 아는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사람들은 유명인과 사진 찍기를 좋아해서 프로필 사진에 대부분 유명 인사와 찍은 사진으로 가득하다.

셋째는 경력 허세다. 제대 후 군대에서 자신의 활약상을 자랑하는 사람은 귀엽게 봐줄 수 있다. 근거도 없는 자신이 만든 환상의 경력을 마치 진실인 양 늘어놓기 좋아한다. 학력을 위조하고, 경력을 과장하는 것은 기본이고, 자신의 성과나 업적을 장날 뻥튀기 장사가 무색할 정도로 부풀리는 데 소질이 있다.

넷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허세다. 이런 사람들의 SNS만 보면 정말 행복하고 잘나가는 사람이다. 매일 해외여행 다니고 골프 치고, 비싼 외식에 화려한 호텔에서의 생활은 우리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모습이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허세와는 다르게 실제는 불운한 경우가 많다.

다섯째는 만용 허세다. 자기 능력이나 체력을 망각하고 상대와 맞서다가 결국 큰 상처를 입거나 입히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은 상대방에게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면 무조건 싸움을 걸어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기도 한다.

능력과 실력이 돼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은 더이상 문제 삼을 것이 없다. 문제는 능력도 안되면서 허세를 부리는 것이다. 직함을 빽빽하게 채운 명함, 분수에 넘치는 주말 골프, 도 넘은 보디프로필 사진, 철마다 떠나는 해외여행, 호텔 스위트룸에서 명품 가방 프러포즈, 허세 인플레이션이란 조어도 나온 것을 보니 확실히 허세가 대세인 시대다.

허세는 빈(虛) 것이니 부리다보면 싫증이 나거나 마음만 헛헛해진다. 허학(虛學)에서 실학(實學)으로, 허세(虛勢)에서 실세(實勢)로의 전환을 기대한다.

박재희 석천학당 원장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