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실패에도 10월 또 발사 예고… 조급함 보이는 北, 왜 계속 쏘나 [北 정찰위성 발사 실패]

박수찬 2023. 8. 25. 06: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차 발사 실패 원인은
1차 땐 1단 분리 후 2단엔진 안 걸려
3개월 만에 뚜렷한 기술적 진전
데이터 송수신 기술 확보 가능성
노동당 창건일 직전 3차 발사 관측
연내 위성 궤도 진입 목표 삼은 듯
군사정찰 실질 효능 있을지는 의문
발사체 궤도 위험범위 때만 발령
韓영공 통과 땐 즉각 발령 준비만
日은 오키나와현에 긴급 대피령
美 NSC “ICBM 직접 관련 기술
北, 도발 중단하고 대화 나서야”
日 “北 미사일 열도 상공 통과
분리물체 모두 예고구역 밖 낙하”

북한이 한·미 연합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 기간인 24일 감행한 우주발사체 ‘천리마-1형’ 2차 발사는 또 실패했다. 3개월 간격으로 이뤄진 두 차례 발사 시도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기술적으로 진전을 보였다는 점에서 오는 10월 3차 발사에선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엔진·단 분리 신뢰성 확인

로켓은 발사를 거듭하는 동안 기술적 결함을 식별하고 성능 향상을 꾀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V-2 로켓은 시험발사 초기에 수십 번의 실패를 통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만들어졌다.

북한이 85일 만에 두번째 군사정찰 위성을 발사한 24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의 이번 발사도 마찬가지다. 표면적으로는 실패했지만 로켓 성능은 진전된 부분이 엿보인다. 북한 발표에 따르면 5월31일 1차 발사에선 1단 분리 후 2단 엔진 시동이 제대로 걸리지 않아 추락했다. 그런데 2차 발사에서는 1∼3단 엔진이 정상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우주발사체는 지구 중력에서 벗어나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탄도미사일보다 더 많은 추진력이 필요하다. 강한 추력을 갖춘 엔진이 발사 전 설정대로 가동되고 단 분리가 차질없이 진행돼야 위성을 궤도에 올릴 수 있다. 북한이 1차 발사 실패 후 3개월 만에 천리마-1형을 3단 비행까지 진행했다는 것은 짧은 기간 안에 엔진과 연료, 단 분리 기술의 신뢰성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는 뜻이다. 다만 위성을 궤도에 제대로 올려놓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은 2차 발사 실패 후 비상 폭발 체계 오류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북한이 실패 원인으로 지목한 비상 폭발 체계는 비행종단시스템(FTS)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FTS는 위성 발사체나 미사일 등이 예정된 궤도를 벗어나거나 발사 후 지휘 결심이 변경되는 등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장치다. 러시아 등 동구권의 FTS는 발사체 내부 제어시스템의 판단으로 비행을 자동 종료한다. 한국 등 서방은 지상에서 무선 명령을 보낸다. 북한이 동구권 방식을 사용했다면 발사체 내부 시스템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해 비행을 자체 종료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발사체와 지상통제소 간 데이터 송·수신 기술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엔진 등 발사체 상태를 지상통제소가 확인하려면 텔레메트리(telemetry: 원거리 자동화 통신) 데이터를 발사체로부터 수신해야 한다. 3단 분리 후 수백㎞ 거리에서 발사체와의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할 정도의 기술을 확보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10월 발사 예고… 조급했나

북한은 앞으로 한 달여 후인 10월에 3차 발사를 시도하겠다고 예고했다. 10월10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 직전에 3차 발사를 할 거란 전망도 제기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기념일에 의미 부여를 많이 해온 것을 고려하면, 그럴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어떻게든 올해 안에 위성을 성공시키려는 조급함이 엿보인다. 10월 발사는 올해 안에 위성 발사를 시도할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올해 내로 위성 궤도 진입을 성공시키려는 것”이라며 “겨울로 가면 풍향, 풍속 등 여건상 발사가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성과 도출을 위해서는 10월 발사가 마지막 옵션”이라고 했다.
시간적 여유가 충분치 않다는 점에서 기존에 쏘아올리려고 했던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와 유사한 위성을 발사체에 탑재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다만 북한이 사전에 만리경-1호 외에도 다른 종류의 위성을 만들었다면 이를 활용해 3차 발사에 나설 수도 있다.

3차 발사가 성공해도 군사정찰위성으로 실질적 성능을 발휘할지에 대해선 회의적 견해가 많다. 군 당국은 5월31일 북한의 1차 발사 실패 직후 잔해를 인양·분석해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다만 새로운 위성과 발사체를 쏘아올리는 작업에 성공했다는 상징적·정치적 의미는 충분하다는 분석도 있다. 위성의 의미를 부각하며 정치적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軍 “국민 안전 영향 없다 판단”… 이번엔 경보 발령 요청 안 해

북한이 24일 오전 3시50분 2차 군사정찰위성을 남쪽으로 발사했으나 비행 경로에 있던 지역에 민방공 사이렌은 울리지 않았다. 지난 5월31일 1차 발사 때 서울시가 경계경보를 발령해 단잠을 깨운 것과 대비됐다. 군은 북 발사체가 국민 안전에 영향을 주지 않아 경보 발령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군에서 발사체 궤도를 추적해서 위험범위로 판단되면 중앙민방위경보통제센터에 경보 발령을 요청하는데, 군에서 판단 결과 경계경보 사안에 해당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5월 31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새발사장에서 쏜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의 발사 장면.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행안부와 국방부 간에 협의를 거쳐 개선안이 만들어졌고, 이에 따라 이번에는 경보 발령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주장하는 (이번) 우주발사체가 백령도 서쪽 33㎞ 해상을 벗어났고 국민 안전에 영향을 주지 않아 경보 발령 요청을 하지 않았다”며 “(발사체가) 중간에 폭발했거나 비행 경로상 영해·영토·영공을 통과하면 즉각 경보 발령을 요청할 수 있게 준비된 상태였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달리 일본 해상보안청은 오전 3시50분 “북한에서 탄도미사일 가능성이 있는 물체가 발사됐다”고 발표하고 즉시 오키나와현 주민에게 실내로 대피하라는 긴급 경보를 내보냈다.

대피 명령은 전국순시경보시스템(J-ALERT·J-얼러트)을 통해 미사일이 발사된 지 약 15분 뒤에 해제됐다. 이 물체는 오키나와현 상공을 통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J-얼러트에는 “북한의 이번 미사일은 오전 4시 태평양을 통과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공지됐다.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발사된 북한 군사정찰위성은 이어도 서쪽 공해 상공을 통과했으나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민방위 경보 발령·전달 규정에 따르면 행안부 장관은 공군작전사령관으로부터, 시·도지사, 군수·구청장은 지역 군부대장으로부터 민방공경보 발령을 요청 받으면 이를 발령한다. 관련 재난문자 발송은 행안부, 군부대 요청을 받은 지방자치단체가 할 수 있다. 민방공경보 중 경계경보는 항공기·유도탄 등 적의 공격이 예상될 때, 공습경보는 공격이 임박하거나 진행 중일 때 발령한다.

북한이 지난 5월31일 오전 6시29분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했을 때는 서북도서에 경계경보가 발령됐다. 당시 경보 지역에 해당하지 않은 서울시가 경계경보를 발령하는 바람에 서울 전역에 사이렌이 울렸다.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연합뉴스
◆美 “北, 안보리 결의 위반 강력 규탄”

미국과 일본은 북한의 위성 발사에 신속 대응하며 강력 규탄했다.

미 백악관은 23일(현지시간) 에이드리언 왓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미국은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북한의 위성 발사가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에 대한 뻔뻔스러운 위반이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역내 및 역외 안보 상황을 불안정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어 “이번 발사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프로그램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기술을 포함하고 있다”면서 “국가안보팀은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해 상황을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또 “우리는 모든 국가가 이번 발사를 규탄하고 북한이 진지한 협상을 위한 테이블로 나올 것을 촉구한다”면서 “외교의 문은 닫히지 않았다. 북한은 도발적인 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 국무부는 북한의 위성 발사와 관련한 본지 서면 질의에 “우주발사체(SLV)는 ICBM을 포함한 탄도미사일에 사용되는 기술과 동일하거나 상호 교환 가능한 기술을 포함한다”면서 “위성을 우주로 발사하는 데 사용되는 SLV를 포함해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하는 북한의 모든 발사는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SLV(일본은 미사일로 표현)가 일본 오키나와현 상공을 통과한 데 대해 엄중 항의했다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 등은 이날 새벽 북한 미사일 발사 후 NSC 회의를 열고 상황을 분석했다고 교도통신 등은 전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4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기시다 총리는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발사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낙하물에 따른 피해 여부 등 확인을 관계 부처에 지시하고 한·미·일 간 협력을 강조했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이날 미사일에서 분리된 물체는 모두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밖에 떨어졌고, 북한이 지난 22일 인공위성 발사에 따른 해상 위험 설정 구역으로 통보한 3곳의 해역 밖이었다.

박수찬·김예진·송은아 기자, 도쿄=강구열 특파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