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걸’ 고현정 “내가 본 김모미는 ‘또라이’, 그 이유는…”[M+인터뷰①]

고현정 인터뷰 사진=넷플릭스

고현정이 본 ‘마스크걸’ 김모미는?
“촬영 현장 굉장히 아름다워…만족도 높다”

※ 본 인터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스크걸’ 고현정이 김모미를 연기하며 느낀 뿌듯함과 만족감을 드러냈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는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에서 김모미 역을 맡은 고현정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마스크걸’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김모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이다.

고현정은 이한별, 나나와 함께 3인 1역을 소화했다. ‘마스크걸’에는 죄수복에 숏컷까지 고현정의 파격 변신이 가득했다. 더불어 고현정은 등장과 함께 다소 차분하고 평온한 듯한 톤을 유지하지만, 어떤 한 사건을 통해 묘한 집념이 느껴지는 광기까지 제대로 터트리며 극의 클라이맥스를 제대로 담당했다.

그 결과 공개 직후 ‘마스크걸’은 많은 화제성과 함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또한 배우들의 연기에도 호평이 쏟아졌으며, 글로벌적으로도 좋은 기록을 세워가는 중이다.

무엇보다 좋은 기록과 함께 고현정은 이번 ‘마스크걸’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한 것은 물론, 색다른 경험을 한 것에 대한 만족감으로 뿌듯함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편안했던 현장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면서도, 김모미를 연기하며 신경쓴 부분들에 대해서도 진솔하게 풀었다.

고현정 일문일답 사진=넷플릭스

#. 고현정과의 일문일답

Q. 공개 후 ‘마스크걸’에 대한 좋은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글로벌적으로도 반응이 좋은데 기분은 어떤가.

A. 아직 실감을 잘 못하겠는데 주위 지인들이 많이 연락해주시고 해서 ‘진짜 그런가?’ 하고 있다. 이 작품에 그냥 퍼즐 한 조각처럼 참여한 거라서 우리 작품이 그렇게 인기가 많고 해외에서도 그런 관심을 받는게 처음이라 ‘이게 진짜인가?’ 싶은 상황이다.

Q. 작품을 본 뒤 느낀 개인적인 만족도는?

A. 굉장히 좋다. 촬영할 때도 굉장히 배려도 많이 받고 촬영 현장이 굉장히 아름다웠다. ‘이런 평화로운 작품도 하게 되는구나’ 싶었다. 너무 좋았기 때문에 작품이 나오기 전에도 만족도가 좋았다. 나왔을 때는 화제가 많이 되는 것 같아서 좋더라. ‘현장이 좋으면 이렇게 또 결과물도 좋구나’ 그러고 있다. 만족도는 높다.

Q. 작품 자체가 파격적이고 캐릭터가 과감하다. 처음에 충격이 있었을 듯 하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든 느낌이 궁금하다.

A. 처음에 읽었을 때 그렇게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웃음) 그냥 전체적으로 시나리오가 무리하지 않다. 무리한 부분 없이 잘 읽히고 마지막 엔딩이 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장르물인데 나한테 하자고 한 것이 너무 기뻤다. 이런 기회가 잘 안 오지 않나. 한 사람을 3명이 한다는 기회가. 그런 게 너무 반가워서 이거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Q. 그렇다. 이한별, 나나와 함께 3인 1역이었다. 김모미 ABC로 나뉘었다고. 김모미C였다고 했는데, 이 역할은 이미 잔뜩 쌓인 감정을 가지고 연기를 해야 했다. 김모미A와 김모미B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감독님과 상의한 부분이 있을까.

A. 그거는 별로 어렵지 않았다. 어떤 분은 과거 사진을 보면 ‘어머, 이거 누구야?’ 하는 분이 계시지 않나. 요즘은 초등학생 때 사진, 20대 사진, 마흔 후반에서 50대 사진 세장만 놓고 봤을 때, 다 다른 사람이라고 느껴질 때도 있지 않나. 특히나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풀고 있다. 외모에 빠져서 외모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외모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걸 못 하고 있다’라고 생각하는 그 사람이 마스크도 쓰고, 얼굴 수술을 통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어 하는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 역할이 충분히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은 고민하지 않았다.

Q. 이번 작품에서 숏컷으로 색다른 변신도 했다. 변신해본 소감은?

A. 막상 자를 때는 하나도 안 아쉬웠다. 그냥 싹둑 잘랐다. 가발이 아니라 내 머리이다. 가발을 계속 연기를 쓰고 한다는 건 내 성격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잘랐다. 길러야 하는 과정이 참 힘이 들다. 또 배웠다. 결심에서 행동으로 옮기는 건 쉬운 일이더라. 그것을 지켜나가기가 참 어려운 일이고 ‘다시 자를까?’ 하는 유혹에도 빠진다. ‘마스크걸’은 여러모로 나에게 즐거운 작업이었다.

Q. 특히 마지막 모미라서 몰입감이 중요했을 것 같다. 첫 대사도 바로 선보이지 않고, 강렬하게 처음 내뱉는다. 이를 연기하기 위해 고민한 부분은?

A. 첫 등장을 고민했다기보다는 모미에 대해 고민했다. 앞에 배우들의 연기를 거의 보지 않았다. 어떻게 집중했냐면, 10년 동안 교도소에 있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거기에 포커스를 맞춰서 집중했다.

‘마스크걸’ 고현정 사진=넷플릭스

Q. 어떻게 보면 모미는 10년 동안 도를 닦듯이 산다. 전반적으로 감정적으로 폭발하기 보다 억누른 톤으로 연기를 한다. 그렇게 톤을 잡은 이유가 있나.

A. 모미는 교도소에서 힐링한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나나씨가 보여준 부분도 있고 교도소 안에서 그렇게 바보같이 있었을 것 같지 않다. 정해진 장소에서 10년 이상을 있다 보면 어떤 패턴이 생기게 되고 루틴으로 돌아가게 되는 일이 있으니까. 그것대로 시간이 흐르면서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눈을 감으면 산이고, 바다일 수 있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 모미로 봤을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멈춰있는 상태로 봤다. 그런 사람의 텐션은 어떨까 했다. 그게 모미라면 또 어떤 텐션일까. 그런 거에 고민을 많이 했다.

Q. 모미의 딸 미모(신예서 분)가 주오남(안재홍 분)의 아이인가 아닌가에 대해 논쟁이 나온다. 특히 기자들끼리도 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주오남의 아이였다면, 왜 김경자(염혜란 분)에게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을까.

A. 말해야 할 이유도 없는 것 같다. 주오남을 좋아하지 않지 않았나. 자기가 생각하는 외모, 외모가 출중한 사람들에 대한 동경. 그거에 하나도 부합하지 않은 인물이고, 김경자와 (그것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것 같지 않았을 것 같다. 모미 상태로만 봤을 때는 누구의 아이이고, 근원이 어떻고를 김경자에게 말한다고 해서 김경자가 미모를 특별히 어떻게 생각하고, 혈연관계로 얽힌다는지에 대한 게 아예 머릿속에 없었을 것 같다. 말할 이유도 없는 거다. ‘말할 이유가 있을까? 왜 말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주오남의 아이인지 어떻게 아냐. 짐작인데. 혹시 또 모르는 거지 않나. 문란했었으니까. 가장 확실한 건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던 것에 집중하지 말고 가장 확실한 건 모미의 딸이다’였다. 모미의 딸을 김경자가 위협한다. 계속 성장 과정 속에서 따라다니면서 이간질하고 가스라이팅을 하면서. 그렇게 오랜 시간을 이간질하게 되면 외할머니하고도 그렇고, 밉든 곱든 간에 어린아이에게 필요한 상황에서 애를 떼놓으면 안 좋지 않나. 그걸 제일 걱정하지 않았을까.

Q. 연기를 하면서 모미에게 가장 깊게 이입한 순간이 있을까.

A. 교도소를 탈출해서 막 달리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고 김경자의 집을 찾으려고 산을 탁 올라간다. 정상 같은 곳에 선 다음에 아래를 내려다본다. 그때 모미의 얼굴이 잠깐 보이고 멀리 보인다. 김경자의 집을 내려다볼 때 그때 만족했다. 내 연기에 만족했다기보다 그 기분에. 모미가 김경자의 집을 아주 부감 샷처럼 딱 장악했을 때. 모미의 시선 안에 컨트롤 할 수 있다고 들어왔을 때. ‘그때 어떤 표정을 지을까, 도대체 모미는 웃음기도 없고 그렇다고 슬픈 거도 아니고 감정을 거의 빼고 그냥 괜찮은 것. 그건 어떤 표정일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는데, 만들어져서 나온 ‘마스크걸’을 보니까 그냥 괜찮은 것 같아서 제일 만족했다.

Q. 고현정이 본 김모미는 악인일까. 아니면 악인은 아닌 또 다른 결의 사람일까.

A. 악인은 아닌 것 같다. 또라이? 그렇게 말씀 드린 게 적당한 말을 못 찾아서이다. 모미는 안타까운 친구이다. 모든 문제 해결 방법을 여러 가지를 갖고 있는 게 좋지 않나. 여러 가지 방법을 갖고 있으면 좋은데, 외모가 마음에 안 들고 어릴 때는 어린 맛에 귀여우니까 사람들이 재능이 있고 탤런트가 있으니까 박수를 쳐준다. 그런데 나중에는 너무 못 생겨서 박수를 못받는 게 속상한 거다. 그게 가족이나 다른 것들로 채워져야 했다. 그런 게 없는 환경에서 얘가 자라게 된다. 무대 위에서 찬사를 받는 것. 그게 원하는 삶인데, 외모 때문에 저렇게 못 살고 있다. 계속 그거에 매몰되어 있다. 그것 때문에 안타깝다. 해결 방법이 많았을 텐데…. 그러다 마스크를 쓰게 되고, 마스크를 썼으면 외모로만 가야 하는데, 외모 플러스 관종기도 있는 거다. 박수를 받고 인정 욕구도 있고. 그걸 받아야 하니까 야한 춤도 막 추고 하는 거다. 외모에만 꽂혔으면 마스크걸이 될 필요가 없었을 텐데, 자기 만족만 있었으면 됐을 텐데. 자기가 하고 싶은 춤과 노래를 하면서 박수를 받고 싶은 건데, 그거를 받기 위해서는 외모가 걸림돌이 되는 거다. 이 세 개를 한꺼번에 해결하기 위해서 택한 것이 너무 안타까운 선택이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Q. 모미의 엄마와의 관계성도 궁금하다. 어떻게 해석했을까.

A. 극 중에서 별로 만날 일이 없었는데 좋은 사람 같지는 않다. 모미 입장에서만 보면. 뭔가 이유가 있었을 것 같다. 그 엄마가 그렇게 된 것에는. 엄마하고 모미는 아무것도 뭐도 없는데 혈연이라는 것 때문에 묶여있는 사람 같다. 너무 형식만 있는. 차라리 모미가 미모를 엄마한테 맡기지 않고, 괜찮은 시설을 알아보거나 하는 게 더 낫던 것 아닐까. 그리고 다들 자기 삶이 바빴던 것 같다. ‘마스크걸’에 나오는 인물들을 봤을 때 자기 서사에 다 빠져있었다. 누가 누구를 돌본다거나 그럴 수 없는 인물이 다 등장한다.

[이남경 MBN스타 기자]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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