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걸’ 고현정 “솔직히 외모 덕 봤지만…팩트는 1등한 적 없어”[M+인터뷰②]

이남경 MK스포츠 기자(mkculture3@mkcult 2023. 8. 2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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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 인터뷰 사진=넷플릭스
“예쁘다” 소리 많이 들었던 고현정, 외모 콤플렉스 가진 김모미에 “이해됐다”
고현정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시간으로 끝난 엔딩, 진짜 너무 소중하다”

※ 본 인터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스크걸’ 고현정이 자신이 느끼는 아름다움과 결말에 대한 만족감을 솔직히 고백했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는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에서 김모미 역을 맡은 고현정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마스크걸’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김모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이다.

극 중 고현정은 연쇄 살인으로 교도소에 수감을 하게 된 마지막 김모미 역을 맡았다. 김모미는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캐릭터이다. 성형 수술을 통해 새 인생을 살게 됐으나, 결국 살인자가 되며 교도소에 수감됐다.

이 과정에서 고현정은 퍼석한 비주얼과 차분한 분위기의 김모미를 표현, 섬세한 감정을 연기하면서도 사실인 듯 아닌 듯한 헷갈림을 선사했고, 작품에 알쏭달쏭한 매력을 더했다.

또한 아름다운 비주얼의 소유자 고현정이 전하는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메시지 역시 강렬하게 다가왔다. 이와 함께 딸 미모(신예서 분)와 얽히는 스토리로 긴박하면서도 따뜻한 감정의 몰입감을 선사, 결말까지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뭉클한 활약을 펼쳤다.

고현정 일문일답 사진=넷플릭스
#. 고현정과의 일문일답
Q. 고현정은 ‘예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 모미의 입장이 이해가 됐나.

A. 된다. (웃음) 팩트는 내가 1등을 한 적이 없다. 솔직히 외모 덕을 봤다. 안 봤다고 할 수는 없다. 그 외모 덕만 있다는 말을 안 들으려고 부단히 채우려고 노력한다. 이해된다. 나도 나보다 더 예쁘고 더 그런 사람들에게 치이어도 보고 있다. 한때는 주체 못 하는 덩치와 살 때문에 직접적으로 느낀 적도 있고. 그렇지만 배우가 아닌데 배우의 어떤 사정을 다 알 수는 없다. 그렇듯이 알고 느끼고 뭐든 있겠지만, 삶의 지장을 받았고 심각하게 경험을 하신 분들이 느꼈을 법한 그런 것, 그런 디테일까지는 모를 수 있을 거다. 그래도 내가 겪는 걸로는 겪은 적이 있다.

Q. ‘마스크걸’에는 안타까운 사정을 가진 인물들이 여럿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안타깝다고 느낀 캐릭터가 있다면?

A. 제일 안타까운 사람은 모미이다. 선택하는 것 마다 최악의 선택을 한다. 살면서 가지 않아도 될 교도소까지 간다. 거기서 끝나느냐. 탈출을 감행한다. 탈출해서 김경자(염혜란 분)의 모성을 눈으로 마주하면서 부럽기도 했을 것 같다. 김경자가 저렇게 당당하게 ‘내 아들을!’ 하는 부분이 부러웠을 것 같다. 그런 것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인물 중에 가장 안타깝지 않을까. 그래서 ‘마스크걸’ 주인공이지 않을까. 마지막 엔딩에 미모가 모미의 비디오 영상을 돌려보는데 박수받고 찬란했던 모미가 나온다. 그 장면이 그 어린 시절 모미를 보여준다기보다 그때 그 시간으로 간 것 같더라. 그 시간이 마스크걸의 엔딩일 수도 있지 않을까. 무엇이든 다 가능했을 그 시간. 한참 탤런트를 확인하고 찬사를 받았던 그 순간으로 마지막에 끝났을 때 안타까운 사람들에게 이 장면은 메시지지 않을까.

Q. 고현정이 표현한 김모미 중 알쏭달쏭한 부분이 있다. 종교적인 부분. 모미는 진짜 그 종교를 믿었던 걸까.

A. 모미가 마지막에 자기 딸의 품에 안겨서 한 번 씩 웃고 쓰러진다. 죽었는지는 모르겠다. 그 정도 표현을 하는 친구이다. 또라이일 수도 있고 특이한 사람일 수도 있는데, 모미를 관통하는 건 염치가 있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뭘까. 이거를 조금 더 많은 분이 봐주신 다음에 말씀드리고 싶기도 하다. 의도한 거는 좀 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말씀드리겠다.

‘마스크걸’ 고현정 사진=넷플릭스

Q. 모미가 서로 외면하고 살던 자신의 어머니에게 미모를 맡긴다. 또한 미모의 소식을 듣고 탈출을 감행하기도 한다. 모미의 모성이 어느 부분에서 나오게 된걸지, 이런 행동을 한 것을 모성으로 해석했을지 궁금하다.

A. 모미의 엄마 신영희(문숙 분)가 죽었을 때 모미는 그걸 못 본다. 엄마가 상처에 손을 댄 걸 보면서 막 운다.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옮긴다. 그런데 그 안에 들어갈 때는 멀쩡하다. 어떤 생각을 했냐면, 엄마를 대할 때는 최면에 걸려있듯이 우리한테 박혀 있는 것, 내가 아니라 나한테 심어져 있는 것. 그런 걸로 엄마를 대한 것 같다. 엄마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한 것 같다. 모미의 딸 미모에 대한 부분은 자기가 만들어가는 거다. 새롭게. 얘는 자기의 외모나 자기 외에는 관심이 별로 없었던 아이이기 때문에 모성이 어떤 건지, 미모에 대해 어떤 마음으로 이러는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친구 같다. 어떻게 보면 세뇌된 것도 없고 ‘이래야 한다, 이런 마음을 가져야 한다’라는 것도 없고, 모미스럽게 표현되는 거다. 엄마한테는 세뇌된 것들이 있는 거다. 그래서 눈물도 나올 수 있는 거고, 진짜 눈물인지 뭔지 모르겠다. 모미도 잘 모르고 울었을 것 같다. 이 상황에서 이래야 하는 거 아닌가. 엄마라는 사람은 나 때문에 이러고 있으니까 미안하고. 미모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그렇게 표현된 거 아닌지. 그래서 말을 해야 할지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 마지막에 나왔을 때 김경자가 처리됐다고 생각하고 딸이랑 예춘(김민서 분)과 다 나왔을 때 손을 든다. 다시 벌을 받겠다는 거다. 그때 김경자가 다시 나온다. 그 순간 김경자가 부러웠을 것 같고, 그때 잠깐이라도 ‘모성이 저런 건가?’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모미가 할 수 있었던 거는 모성보다는 부성에 가까웠던 것 같다. 지키는 것. 딸을 어떻게 키우는 것보다 지켜내는 것. 그 정도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 딸이 무사한 걸 알고, 씩 웃고 쓰러질 수 있었던 것이 모미의 모성의 표현에 전부이지 않았을까. 다른 엄마들처럼 다른 모성을 표현한 것처럼 얼굴 한 번 만진다든지 그런 거를 모르는 거다. 모성을 본 적도 느낀 적도 없는 거다.

Q. 일련의 사건 이후 딸 미모는 혼자가 된다. 그 이후를 생각해봤을까.

A. 어디를 계속 돌아다닐 수도 있고 죽었을 수도 있다. 보시는 분에게 맡기고 싶다. 그래서 ‘마스크걸’의 엔딩이 진짜 너무 소중하다. 시간으로 끝냈다는 게. 내가 봤을 때 참 좋더라.

Q. ‘마스크걸’ 속 고현정은 어땠나.

A. 기대해주시는 분들도 많지만, 실망한 부분들도 많이 있으실 수 있고. 그렇지만 아직은 뒤편으로 보내지 마셔라. 다방면에서 장르물도 개인적으로 많이 보고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고 밝은 것도 많이 하고 싶다. 밝은 걸 굉장히 좋아한다. 쓰임이 다양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서 이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너무 기뻤다. 항상 이고 지고 가고 혼자 다 끌고 가고 잘되면 평타, 못하면 혼자 다 안았다. ‘고현정 뭐 어떻게 됐다’ 이런 게 부담스러웠다. 나도 도움을 받고 일원이 돼서 같이 협력하고 같이해냈다는 기쁨을 맛볼 수 있는 작품을 나도 많이 하고 싶다.

Q. 고현정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외모라는 것이 있을까.

A. 내가 병적으로 신경 쓰는 게 청결이다. 깨끗한 사람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웃음) 잘 씻는 분들. 만지는 것도 잘 닦고 그런 분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런 분들이 안 아름다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Q. 고현정이 연기를 대하는 태도, 배우로서 가지는 신념도 궁금하다.

A. 평상시에 늘 항상 생각한다. 다른 작품을 볼 때도 어디 앉아서 지나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이제는 좀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런 부분이 된 것 같다. 연기라는 부분이. 그리고 배우로서 갖는 신념은 ‘내가 사는 시대를 정확히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이다. ‘내가 지금 어떤 시대를 사는지, 내가 사는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를. 잘 파악하고 있자’ 그게 내 신념이다. 어떤 형태로든 요즘은 뉴스만 본다고 해서 다는 아니다. 어떤 방법이든 간에 나만의 방법이 있기는 하겠지만, ‘어떤 세상에, 어떤 상황에, 어떤 시대에, 어떤 그것을 관통하면서 사는지 제대로 알고 있자’가 내 신념이다.

[이남경 MBN스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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