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주 흥행 대박이었는데 주가 급락... 2년만에 본전되자 임원들 탈출 행렬
오랜 기간 지지부진했던 화장품 회사 코스맥스 주가가 중국 단체관광객 허용 소식에 19개월 만에 10만원대를 회복했다. 이달 11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아모레퍼시픽 주가를 넘기도 했다. 주주들의 기대가 높지만, 최근 코스맥스 임원들이 연일 주식을 처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남중 코스맥스 전무이사는 지난 14일 보유하고 있던 주식 1676주를 주당 11만7400원에 전량 장내 매도했다. 박형근 이사도 이달 16일 주당 13만2500원에, 18일에는 주당 13만2000원에 보유 중인 주식 절반에 해당하는 626주를 장내 매도했다. 홍연주 상무이사도 보유 중인 주식 808주를 14만20원에 장내 매도했다.
이들의 주식 매도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지난 2021년 6월 진행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받았던 주식과 상여금으로 받은 주식이라는 점이다. 유상증자 당시 발행가액이 10만3000원이었는데, 지난달 말 코스맥스가 19개월 만에 10만원을 다시 회복하면서 주식을 정리한 것이다. 이들은 주당 2만원에서 4만원의 차익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2년 전 코스맥스는 133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증자 목적은 평택2공장 신축공사를 비롯한 설비투자와 원재료 구매 등이었다. 유상증자 추진 당시인 2021년 6월 주가는 13만원대였는데, 신주 발행가격은 10만3000원으로 시세보다 30% 저렴했다. 이에 주주 및 우리사주조합을 상대로 진행한 유상증자 청약에서 105%의 청약률을 기록했다. 모집 금액 이상의 매수주문이 몰린 것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유상증자 이후 주가는 급락했다. 같은 해 12월 10만원을 밑돌기 시작하더니, 이후 계속 10만원을 넘지 못했다. 이후 2022년 11월에는 4만원까지 밀렸다. 코로나가 끝나는 국면이라고 믿고 추가 투자를 진행했는데, 중국은 물론 국내시장이 계속 위축되며 타격을 입은 것이다.
코스맥스 주가는 올해 들어 반등했지만, 지난달 27일이 돼서야 10만원을 넘었다. 이후 중국 단체관광 호재가 터지면서 화장품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올랐고, 코스맥스도 호재를 받아 상승세를 탔다. 지난 11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코스맥스 주가가 아모레퍼시픽 주가를 뛰어넘기도 했다. 지난 11일 코스맥스는 13만3100원에, 아모레퍼시픽은 13만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중국은 이달 10일 6년 5개월 만에 자국민의 한국 단체 관광을 허용한 바 있다.
임원들의 매도 행렬에 대해 코스맥스 측은 구체적인 이유를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주식 매도나 매수는 개인적인 사안으로 이뤄진 것이라 회사 측에서 답변할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 “유상증자 당시 우리사주를 통해 청약에 참여하면서 대출을 받은 사람도 있는데, 이자 등의 부담으로 매도한 것으로 추측된다”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코스맥스 목표 주가를 높이고 있다. 하나증권은 올해 하반기 코스맥스 모든 법인의 호실적이 기대된다며 목표 주가를 13만원에서 18만원으로 높였다. 박은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코스맥스 2분기 실적은 미국 법인의 빠른 정상화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라면서 “올해 코스맥스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8000억원, 영업이익은 1400억원으로 역대 최고 성과가 기대된다”라고 평가했다.
알짜 자회사인 코스맥스이스트의 상장 우려가 사라진 것도 호재로 보는 분위기다. 지난 18일에 코스맥스는 자회사 코스맥스이스트가 유상감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코스맥스이스트의 일부 주주가 보유한 보통주 324만9730주를 없애 회사의 보통주를 3334만8327주에서 3009만8597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번 유상감자는 코스맥스이스트가 지난 2019년 SV인베스트먼트로부터 투자받았던 828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돌려주기 위해 진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초 코스맥스는 올해 안으로 코스맥스이스트의 기업공개(IPO)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SV인베스트먼트 측은 코스맥스이스트가 기간 내 IPO를 하지 않으면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조건을 내건 바 있다. 그런데 IPO가 사실상 기약이 없어지자, 코스맥스 측은 유상감자를 통해 투자사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돌려주는 것이다.
다만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만으로는 코스맥스 주가가 어떻게 변화할지 예상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공시된 내용만으로는 향후 코스맥스 기업가치가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기 어려워 추후 공시를 주목해야 한다”면서 “유상감자 재원 확보 방안에 따라 코스맥스 기업가치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홍콩 부동산 침체 가속화?… 호화 주택 내던지는 부자들
- 계열사가 “불매 운동하자”… 성과급에 분열된 현대차그룹
- 삼성전자·SK하이닉스, 트럼프 2기에도 ‘손해보는 투자 안한다’… 전문가들 “정부도 美에 할
- [르포] 일원본동 "매물 없어요"… 재건축 추진·수서개발에 집주인들 '환호'
- 10兆 전기차 공장 지었는데… 현대차, 美 시장에 드리워진 ‘먹구름’
- [인터뷰] 전고체 날개 단 CIS “캐즘으로 시간 벌어… 소재·장비 ‘두 마리 토끼’ 잡는다”
- “美FDA 승인 받았는데 회사 꼼수에 주가 곤두박질”... 분노한 개미들, 최대주주된다
- [르포] “혈액 받고 제조, 36시간 안에 투여” 지씨셀 세포치료제 센터
- [과학영재교육 갈림길]④ 김성근 포스텍 총장 “문제풀이 숙련공 거부…370명 원석 뽑겠다”
- 비트코인 급등에 엘살바도르, 90% 수익 '대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