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리포트] '친미'성향 민진당 정권 재창출 가능성···대만해협 긴장 지속 대비를

여론독자부 2023. 8. 25.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부 교수
대만 총통 선거 향방은
내년 대선 민진·국민·민중 3당 각축전 속
여권 주자 라이칭더 현 지지율 선두 유지
민진·국민 양당 스캔들로 민중 후보도 약진
美 일변도 민진, 대중 강경 노선서 선회
'안정 추구' 국민등 3당 현안 입장차 줄어
中도 대만에 유화책, 美는 '中과 밀착' 경계
'현상 변경 반대' 우리 정부도 입장정리 필요
양안 평화 위한 더 정교한 정책 마련해야
[서울경제]

미중 갈등의 이슈 가운데 경제·안보 다음으로 뜨거운 것은 대만이다. 그간 잠잠했던 대만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기부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최고 핵심 의제로 급부상했다. 이런 문제의식은 미국의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이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2021년 취임 이후 이를 한미·한일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 계속해서 반영했고 18일 한미일정상회의에서 나온 이른바 ‘캠프데이비드 정신’에도 넣었다.

‘캠프데이비드 정신’에서 한미일은 ‘공동의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 도발, 그리고 위협에 대한 우리의 대응을 조율하기 위해 서로 신속하게 협의’하는 데 합의했다. 이를 토대로 ‘3자 협의에 대한 공약’에서는 공동 대응을 위한 3국의 일련의 공동 행동 절차, 즉 협의·조율·경고·대응을 같이할 것을 공식화했다. 이어 ‘캠프데이비드 원칙’에서는 대만해협에 대한 위협을 3국이 당면한 공동 위협으로 규정했다. 대만 문제에 대한 한미일 3국의 단합된 결의에 중국은 군사적으로 불만을 표했다. 성명이 나간 후 6시간 만에 중국 군 당국은 군용비행기 42대와 전함 8척을 경계 순찰하는 데 출동시켰다.

대만 문제가 최근 중국의 민감한 반응과 미국의 응당한 우려로 불거지는 것은 미중 경쟁 관계에서 대만의 지경학과 지정학 전략 이익 등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상호 작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대만을 둘러싼 미중 양국의 신경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로 예정된 대만의 총통 선거(대선)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이유이기도 하다. 대선 결과에 따라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 양국 알력의 향방이 정해질 것이다. 이는 중국과 대만의 양안 관계뿐 아니라 한중 관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이다.

내년 치러질 대만 대선에서는 민주진보당·중국국민당·대만민중당 등 3당이 전례 없는 결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대만민의기금회가 22일 발표한 총통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여당인 민진당의 대선 후보 라이칭더 부총통이 43.4%의 지지율을 보이며 선두를 유지 중이다. 민진당의 정권 재창출 가능성이 농후하다. 제3당인 민중당 후보 커원저가 그 뒤를 26.6%로 쫓고 있다. 반면 정권 교체로 총통 당선이 당연시되던 국민당 후보 허우유이는 13.6%의 저조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물론 미결정과 ‘의견 없음(모름 포함)’이 각각 10.2%와 6.1%로 조사돼 선거 결과를 예단하기는 이르다.

대만에서는 1992년 대선이 직선제로 전환된 후 직전 총통이 연임한 후 야당으로 정권 교체가 이뤄지는 일정한 패턴을 유지했다. 이렇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총통 연임 이후 야당 대선 후보는 국내 경제문제와 대중국 관계에 대조되는 정책 기조만 제시하면 됐다. 더 이상 이런 대선 전략이 먹히지 않는 이유 또한 간단하다. 양당이 모두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대만인들을 대폭 실망시켰기 때문이다.

민진당은 성추행 사건에 말려들면서 이를 대만인의 눈높이에 해결하지 못했다. 국민당 후보이자 현 신베이시장, 전 경찰청장 출신인 허우유이는 유아원 사건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유아원 교사가 유아를 잠재우기 위해 수면제를 먹인 사건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사건 처리가 지지부진해지면서 그의 당선 가능성도 희미해지고 있다. 이들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인물이 민중당의 당 대표이자 전 타이베이시장인 커원저다. 대만인들은 기존 정당이 스캔들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구태의연한 자세와 태도에 염증을 느끼며 제3당을 선택하고 있다. 특히 대만의 2030세대가 적극 가세하고 있다.

정치 현안에 대한 3당의 입장 차이가 현저히 줄어든 것도 제3당 후보자가 돌풍을 일으킨 이유 중의 하나다. 예전의 민진당은 미국 일변도 정책 기조를 유지했지만 국방 강화에는 유보적이어서 국방비 예산 증가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중국이 보인 강경한 군사적 위협은 차이잉원 정부가 이를 뒤집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제는 국민당과 한 배를 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당 사이에는 이제 미미한 차이점만이 존재한다. 민진당은 민주주의 가치에 기반해 대륙과 평화 공존하며 현상을 유지하려 한다. 대만 독립 발언을 극도로 자제하는 이유다. 국민당은 중국의 전쟁론을 부인하면서 포용(engagement)을 통해 안정을 회복하고자 한다. 민중당 대선 후보자는 대만이 중국과 한 가족이라며 교류와 협력으로 현상 유지를 추구하겠다고 선언했다.

3당이 유사한 입장으로 변하게 된 데는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의 영향이 컸다. 중국 당국의 강경 진압은 중국이 대만 통일의 모델로 내세운 ‘일국양제’에 대한 대만인의 인식을 철저히 뒤집었다. 이들이 ‘일국양제’의 허구성을 목격하면서 통일 염원은 사라졌다. 국민당과 대선 후보는 ‘일국양제’를 공식적으로 거부하는 입장을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대만인들도 통일이나 독립보다는 모호성을 가진 현상 유지를 더욱 선호하게 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중국 당국도 심각한 고민에 빠져들었다. 올 초 시진핑 주석으로부터 새로운 대만 정책 작성을 주문받은 왕후닝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겸 정치국 상무위원은 5월 ‘왕후닝 식’ 유화책을 제시했다. ‘신개념·신사상·신전략·신시대’가 바로 그것이다. 이의 구현을 위해 그는 상호 이질감을 줄이고 공감대를 확대하기 위한 소통과 교류 강화 방침을 제안했다. 왕 주석의 발언 이후 더 흥미로운 양상이 중국 언론 매체에서 나타났다. 바로 대만 무력 통일에 대한 비판이었다. 전문가들은 중국 공산당이 대만인의 신뢰 회복을 위해 이를 허락해준 것으로 해석했다.

이렇듯 대만인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하는 중국에 교류와 협력을 중시하는 민중당의 대선 후보는 퍽 매력적이다. 민진당 후보 역시 독립 발언을 자제하고 교류와 협력을 강조하며 노선을 바꾼 것 같지만 여전히 중국의 눈에는 가시처럼 불편하다. 국민당 후보는 가능성이 낮아 중국 당국도 혼란스러울 것이다.

반면 미국의 입장에서는 3당의 모든 후보자가 미국 일변도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중국보다 전략적 계산이 쉬울 것이다. 다만 대륙과의 관계에서 미미한 차이점이 마음에 걸리는 대목이다. 민중당이 국민당과 단일 후보를 내세울 경우 대만해협은 보다 안정적인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중국과도 과도한 협력을 추구하면 미국 역시 불편한 결과를 맞아야 한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대만해협의 안정과 평화는 보장되겠지만 경제 안보 측면에서 불안감이 증대될 수 있다. 교류와 협력을 증강하는 과정에서 대만이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 궤도에서 벗어나 중국에 경사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민진당의 정권 재창출 가능성이 제일 높다. 그 결과로 대만해협의 긴장 국면이 지속될 경우를 대비해 우리나라도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정부는 대만해협 지역에서의 현상 변경 반대를 공식 입장으로 고수해왔다. 그러나 대만해협의 현상 유지를 주장하는 만큼 대만의 독립 또한 반대해야 할 것이다. 중국의 무력 대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더 정교한 정책 기조가 요구되는 이유다.

주재우 교수는···

미국 웨슬리언대에서 정치학 학사, 중국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에서 국제정치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과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연구위원, 미국 브루킹스연구원, 스웨덴 개발·안보정책연구소와 국립싱가포르대 동아시아연구소(EAI) 방문학자, 한국정치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세계지역학회장, 한중사회과학회장, 한국유엔체제학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