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챗봇 '클로바X' 써보니…느리지만 맛집·길찾기·면접 '제법 똑똑하네'
바드 대비 느린 속도·요약 능력 아쉽지만 정확도 높아
길찾기·맛집 등 로컬 서비스 최적화…기획서·자소서 창작 용이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조금 느리지만 정확하다. 한국인의 감성이 담겨있다.“
네이버의 생성형 AI(인공지능)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한 AI 챗봇 ‘클로바X’를 써보고 느낀 소감이다. 클로바X는 지난 24일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와 생성형 AI 서비스 계획을 공개하는 '단' 컨퍼런스가 개최된 이후 오후부터 모든 이용자 대상으로 베타 테스트를 시작했다. 클로바X는 네이버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접목한 대화형 챗봇 서비스다. 구글 바드, 오픈AI의 챗GPT 등과 경쟁구도다.
클로바X와 한국어를 우선 지원하는 구글 ‘바드’를 직접 비교해 이용해봤다. 모두가 궁금해하는 것은 네이버 클로바X가 챗GPT나 바드 대비 얼마나 뛰어난 지다. 클로바X의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한국어 및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에서 격차를 벌릴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먼저 “제주도 2박 3일 여행코스를 추천해줘”라는 질문을 클로바X와 바드에 입력했다. 두 서비스 모두 검색 화면과 질문을 하는 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클로바X 베타 버전에 초기 접속자가 몰리면서 답변이 다소 지연되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기다림 끝에 클로바X가 내놓은 답변은 1일차: 제주 국제공항 - 함덕해수욕장 - 보롬왓 - 비자림 - 월정리 – 섭지코지 등으로 가볼만한 관광지를 개괄적으로 소개해줬다.
반면 한국어를 지원하는 바드는 1~3일차 일정을 오전, 점심, 오후, 저녁으로 나눠 여행코스를 추천해줬다. 예를 들어 1일차에 오전에 제주공항 도착 후 숙소 체크인을 하고, 점심에는 제주시내 맛집에서 점심 식사를, 오후는 용두암, 용연구름다리, 국립제주박물관 관람하고 수퍼마켓에서 쇼핑 후 숙소에서 저녁 식사를 하라고 알려준다.
이 질문만 보면 클로바X의 경쟁력은 물음표가 찍힌다. 바드가 더 친절하고 섬세하다. 그래서 질문을 더 구체적으로 해봤다. “제주도에서 가족이랑 가기 좋은 2박3일 여행 코스 추천해줘. 사진 잘 나오는 관광지랑, 딱새우와 고등어회 맛집도 추천해줘”라고 입력했다.
비로소 클로바X의 대답이 진가를 발휘했다. 1일차에 제주공항에서 출발해 성산일출봉에 도착한 뒤 성산일출봉에서 일출을 감상하고, 주변을 산책하며 사진을 찍으라고 안내한다. 이어 성산일출봉 근처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우도에 방문하는 등 시간에 따른 일정을 구체적으로 짜줬다. 사진 잘 나오는 관광지와 맛집도 별도로 추천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주도 동쪽을 가면 가장 보편적으로 선택하는 여행 코스다.
같은 질문에 대해 바드는 1일차 오전 제주공항 도착 후 체크인을 하고 오후에 용두암, 용연구름다리, 국립제주박물관 관람하고, 저녁에 수퍼마켓에서 딱새우 맛집인 '딱새우나라'에서 식사를 하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하단에는 사진 잘 나오는 관광지도 따로 정리했다.
간단한 질문에는 여행 계획을 세세하게 짜주는 건 바드가 우세할 수 있으나,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맛집이나 핫플레이스 추천을 구체적으로 요구한다면 클로바X가 낫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그럴싸하게 거짓말하는 바드…클로바X는 맛집·길찾기 정확도 높아
면접 리허설 가능하고 항목별로 투자제안서 작성
기자가 자주 가는 '압구정 로데오' 맛집을 추천해 달라고 하자 클로바X는 기자가 평소 알고 있거나, 가보고 싶었던 식당 5곳을 꼭 짚어 추천해줬다. 바드도 식당 5곳을 추천해줬는데, '압구정 뚝배기'라는 맛집이 생소해 검색해보니 아예 상호명이 없는 식당이었다. 그럴싸하게 대답하지만 정확도는 낮은 바드에 깜빡 속을 뻔했다.
"강남에서 인천공항가는 가장 빠른 방법 알려줘"라고 길찾기를 요청하니 클로바X는 지하철, 버스, 택시 등 교통수단별로 정확하게 이동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가장 빠른 방법은 지하철이라고 알려주며 소요시간도 각각 안내했다. 버스 번호와 지하철 환승 방법까지 알려줘 편리했다.
반면 바드는 가장 빠른 방법이 강남역에서 출발하는 공항철도라고 안내했다. 그러나 공항철도를 이용하려면 강남역이 아닌 신논현역을 가야한다. 틀린 길을 알려준 것이다. 또 리무진 버스 번호도 안내하지 않아 아쉬웠다.
이번에는 클로바X가 자신하는 창작 서비스를 비교해봤다. 네이버는 클로바X가 업무 보고서나 자기소개서 작성처럼 실용 글쓰기에 도움을 받는 것부터 면접 연습, 고민 상담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신입사원이든, 경력이든 영원한 숙제인 '자기소개서(자소서)'를 클로바X를 통해 부담을 덜 수 있을까. "삼성전자 영업사원 입사지원을 위한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줘, 나는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과정을 수료했고, LG전자에서 3년 동안 영업분야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취미는 등산이고, 성격은 활발해"라고 클로바X와 바드에 모두 질문을 해봤다.
클로바X는 질문에 맞춰 "저는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과정을 수료하고, LG전자에서 3년 동안 영업분야에서 경력을 쌓았습니다. 제 취미는 등산이며, 성격은 활발합니다. 등산을 통해 체력을 기르고, 자연을 느끼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습니다" 등으로 풀어서 자소서 초안을 써줬다.
반면 바드는 ▲지원동기 및 입사 후 포부 ▲본인의 성장과정 및 강점 ▲기타 경험 및 경력 통상 자소서에 많이 쓰이는 목차로 나눠 자소서를 썼다. 문장력은 클로바X가 더 뛰어나고, 형식을 참조하기에는 바드가 더 나은 듯 했다.
면접 리허설이 필요하다면 클로바X가 훨씬 우세하다. "해외영업 직무 신입 공채를 준비 중이야. 면접 리허설을 할 수 있도록 면접관이 되어 줄래?”라고 부탁하니 클로바X는 "해외영업 직무에 지원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등 질문 형태로 지원 동기, 직무 이해도 등 항목별로 질문지를 줬다. 반면 바드는 지원동기 및 입사 후 포부, 해외영업 경험 및 역량 등 질문 주제만 제시하는 데 그쳤다.
네이버가 자신한 투자제안서 작성 능력도 시험해봤다. “언론사가 생성형 AI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담은 기획서 작성해줘”라고 질문을 던져봤다. 이에 클로바X는 회사 소개. 서비스 소개, 시장 분석, 경쟁사 분석, 서비스 차별화 전략, 수익 모델 등으로 목차를 나눠 작성했다. 서비스 차별화 전략으로 "생성형 AI를 활용해 뉴스 기사를 자동으로 생성한다" 등을 제시했다.
느린 속도·서비스 안정성 아쉬워…간단한 질문에도 구체적 답변 필요
베타 버전이어서 그럴까. 가장 아쉬운 점은 속도다. 즉각적으로 답을 내놓는 바드 대비 대답에 훨씬 더 긴 시간이 소요됐다. 또 공개 직후 접속자가 일제히 몰리면서 "현재 요청량이 많아 일시적인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다시 시도해주세요"라는 안내 문구가 나와 서비스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
클로바X의 무기는 네이버 내∙외부의 다양한 서비스 API를 연결하는 시스템 ‘스킬(skill)’이다. 입력창에 '스킬' 버튼을 활성화하면 네이버 쇼핑과 여행 서비스가 접목돼 언어모델 자체의 생성 능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답변을 보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여행 계획을 짜준 뒤 차량 예약도 서드파티 연동으로 한 번에 진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네이버는 앞으로 클로바X와 네이버쇼핑, 네이버 여행과의 연계를 통해 상품이나 장소를 추천하는 능력을 고도화하며, 향후 네이버 외부의 서비스들도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쉽게 호출할 수 있도록 스킬 시스템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이밖에 문서 파일을 업로드하고 이를 기반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능, 사진을 첨부해 자연어 명령으로 편집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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