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도대체 뭐 한대요?" 서울 아닌 '충청도'서 오피셜 뜬 황선홍호 대체 발탁
[마이데일리 = 진천 이현호 기자] “축구협회가 할 일을 왜 다른 곳에서 해요?”
대한축구협회(KFA)가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체 발탁 소식을 제대로 공지하지 않아 뭇매를 맞는다. 축구협회가 띄워야 할 ‘오피셜’을 대한체육회가 했다. 대한체육회가 원해서 한 것도 아니다. 취재진의 물음에 대답하다가 흘러나왔다.
24일 충청북도 진천군의 국가대표선수촌에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D-30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을 비롯해 메달 획득 가능성이 높은 구본길, 송세라(이상 펜싱), 김우진(양궁), 신유빈(탁구), 장준(태권도), 서채현(산악), 성기라(주짓수), 김현우(레슬링) 등이 참석했다. 축구선수는 없었다.
미디어데이 참석 선수 질의응답이 끝나갈 무렵,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U-24 축구대표팀 관련 질문이 나왔다. 22명 엔트리 중 1명이 음주운전 이력 때문에 제외됐는데, 행정적으로 대체 발탁이 가능하냐는 물음이었다. 이에 앞서 축구협회는 “대체 발탁 여부를 대한체육회에 문의해서 답변을 기다린다”고 알린 상황.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음주운전’, ‘대체 발탁’이라는 무거운 단어가 나오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이기흥 회장이 마이크를 잡고 정적을 깼다. 이 회장은 “지난 21일에 김태현(22·베갈타 센다이) 선수로 대체됐다.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에서 엔트리를 확정했다”고 대답했다.
갑작스러운 발표에 장내가 술렁였다. 축구협회에서 아무런 언급이 없었는데 대한체육회에서 대체 발탁 여부를 넘어서 선수 이름까지 시원하게 밝힌 것이다. 취재진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축구협회가 공지한 적 없지?”라고 묻기 바빴다.
이기흥 회장은 “김태현 선수 대체 발탁 확정을 21일에 축구협회에 전달했다”고 쐐기를 박았다. 대한체육회는 대체 발탁 절차가 완료됐다고 이미 축구협회에 알렸으나, 축구협회는 본인들만 알고 외부에 공지하지 않았다. 일을 안 한 것이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21일에 대한체육회로부터 전달받았다”면서 “김태현 선수는 내달 4일 창원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 대비 훈련에 맞춰 일본에서 한국으로 들어올 예정”이라고 뒤늦게 설명했다. 여전히 보도자료나 소셜미디어(SNS) 공지는 없다.
축하와 응원을 받아야 할 김태현도 난처한 상황이다. 앞서 K리그 울산 현대, 대전 하나, 서울 이랜드에서 뛰다가 지난해 일본 센다이로 이적한 그는 오랜만에 국내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을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축구협회의 답답한 일처리 탓에 분위기가 애매해졌다.
미디어데이가 끝난 후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사실 이건 저희가 발표할 게 아닌데...”라며 씁쓸해했다. 맞는 말이다. 축구대표팀 엔트리 대체 발탁은 축구협회에서 가장 먼저 공지해야 한다. 게다가 이날 행사는 ‘비인기종목’ 메달권 선수를 홍보하여 대국민적 관심을 제고하려는 취지로 열렸다. 축구가 모든 이슈를 덮었다.
또 다른 체육계 관계자는 “축구협회는 도대체 무얼 하고 있답니까?”라면서 “서울 광화문의 축구협회에서 들어야 할 말을 왜 여기 진천선수촌에서 들어야 하느냐. 오늘 이 자리에서 질문이 안 나왔다면 계속 조용히 있었을 거 아니냐”고 한탄했다.
축구협회의 무능한 행정력이 지나치게 자주 도마 위에 오른다. 이슈도 각양각색이다. 승부조작 축구인 사면 및 번복, 축구협회 이사진 총사퇴, 음주운전 이력 선수 아시안게임 엔트리 발탁, 잼버리 K팝 콘서트로 불거진 FA컵 일정 변경과 결승전 축소,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의 해외 체류. 모두 올해 벌어진 일이다. 아직 8월이다.
논란이 많아서 바쁘다고 한들, 대체 선수 발탁 소식을 공지하는 게 그토록 어려웠을까. 그것도 3일씩이나 시간이 있었는데 말이다. “1명 빠진 채 아시안게임 출전해서 금메달 딸 수 있을까?”라며 걱정한 팬과 미디어만 바보가 됐다. 축구협회는 태평하게 손을 놓고 있었다.
아시안게임 개막을 한 달 앞두고 축구협회가 나서서 국민적인 응원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자꾸만 자책골을 넣는다. 그것도 다양한 패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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