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극” “갑자기 나타날 것”…불붙는 음모론

극우 사이트 중심으로 미국 연관설 등 퍼져…러 당국은 사망 확인

러시아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 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무장반란을 시도한 지 2개월 만에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하면서 인터넷상에서 각종 음모론이 확산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프리고진이 살아 있다거나 이번 사건에 미국이 연관돼 있다는 등의 근거 없는 소문들이 극우주의 음모론 사이트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극우 성향의 텔레그램 채널에서는 프리고진이 당시 추락하지 않은 다른 비행기에 타고 있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당시 바그너 그룹의 전용기 2대가 동시에 비행 중이었는데, 추락한 비행기가 아니라 모스크바 남부 오스타피예포 공항으로 회항한 비행기에 타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 사고가 크렘린궁의 시야에서 벗어나기 위해 프리고진이 꾸민 자작극이라는 의혹도 나온다. 추락한 사고기에 프리고진의 오른팔인 드미트리 우트킨이 동승했다는 것부터가 이상하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군사 블로거인 이고리 수슈코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반란의 또 다른 주역인 우트킨이 프리고진과 함께 같은 비행기에 탔다는 것도 상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국제문제 전문가 키어 자일스도 AP통신에 “프리고진의 일정을 숨기기 위해 여러 인물이 그의 이름을 사용했다”며 “프리고진이 갑자기 새로운 동영상에 모습을 드러내도 놀랄 일이 아니다”라면서 프리고진이 죽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매디슨 위스콘신대학의 미하일 트로이츠키 교수는 이번 비행기 추락 사고가 의도적인 파괴 행위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프리고진의 자작극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프리고진의 죽음을 “러시아 내 권력투쟁이 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프리고진이 실제로 살아 있다는 음모론이 사실일 가능성은 낮다. 러시아 당국은 이날 프리고진이 전용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고 확인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